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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고] 중국 게임의 광고 공세, 무엇으로 맞설 것인가

2026.07.15 15:47

AI 생성 이미지.
[글=나현수 게임칼럼니스트] 국내 구글 플레이 게임 최고 매출 순위에서 중국에서 만든 SLG, 즉 시뮬레이션 게임을 찾아보는 것은 이제 매우 쉬운 일이다. 물론 중국 개발사들이 SLG 장르의 게임을 오랫동안 만들어 왔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개발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지금의 성과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개발사들의 적극적인 광고·마케팅이다.

흔히 ‘땅따먹기’ 게임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SLG 장르는 다수의 이용자 확보가 게임의 성패와 직결된다. 같은 서버 안에서 이용자들이 세력을 키우고, 동맹을 맺고, 경쟁하고, 전쟁을 벌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충분히 모이지 않으면 게임의 긴장감도, 경쟁도, 과금 동기도 약해진다. 그래서 중국 개발사들은 SNS, 유튜브,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 등을 통해 대규모 광고를 집행하며 이용자를 모집한다. 또한 기존 이용자와 신규 이용자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서버를 계속 확충하고, 이용자들이 비슷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확보한 이용자를 바탕으로 중국 SLG들은 한국 시장에서도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국내 게임사는 MMORPG 장르에 특화돼 있는 경우가 많다. '리니지'를 비롯해 '아이온2',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같은 게임들을 보아도 그렇다. MMORPG는 기본적으로 수명이 긴 장르다. 게임 출시 직후의 흥행도 중요하지만, 대형 콘텐츠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가 얼마나 복귀하고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가 장기적인 성패를 가른다. 다만 MMORPG는 단순 광고만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장르의 특성상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튜토리얼과 초반 레벨업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일정 구간을 넘어야 비로소 그 게임만의 전투, 성장, 경제, 커뮤니티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MMORPG에는 광고뿐 아니라 다른 방식의 마케팅이 유용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 대표적인 방식이 경품 제공이다. 특정 레벨에 도달한 이용자에게 소소한 경품을 제공하거나, 특정 던전을 가장 빠르게 공략한 이용자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길드 단위의 참여 이벤트를 통해 굿즈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은 이용자가 MMORPG 특유의 지루한 초반 구간을 넘어 콘텐츠의 재미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유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MMORPG 성공의 중요한 요소인 이용자 커뮤니티 활성화와 신규 유입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문제는 한국 게임산업에서 이러한 경품 활용이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산업에서는 경품이 이미 일반적인 판촉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유통, 식품, 방송, 스포츠, 공연,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추첨 이벤트, 사은품, 굿즈 증정, 포인트 리워드가 자연스럽게 활용된다. 그러나 게임산업에서 경품 제공은 '게임산업법'에 의해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특히 게임플레이와 연계해 경품을 제공하는 방식은 사실상 금지돼 있다. 이러한 규제는 게임사가 이용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초반 이탈을 줄이며,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을 크게 제한한다. 이는 단순한 규제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손실이다.

엄격한 규제의 배경에는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가 있다. 당시 성인오락실에서는 게임 결과로 받은 경품용 상품권이 환전상을 통해 현금화됐고, 그 결과 게임장은 사실상 도박장처럼 운영됐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고, 이후 '게임산업법'은 사행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규제 중심으로 정비됐다.

그러나 '바다이야기'의 핵심 문제는 '경품' 자체가 아니었다. 문제는 경품이었던 상품권이 사실상 환전을 목적으로 사용됐고, 그 결과 현금을 지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었다. 또한 '바다이야기'는 성인 아케이드 게임으로, 게임의 구조 자체도 도박과 매우 가까웠다. 다시 말해 문제가 된 것은 디지털 게임에서의 정상적인 마케팅 경품이 아니라, 아케이드 게임 결과와 현금성 보상이 결합된 환전 구조였다.

그럼에도 현행 규제는 이 차이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성인 아케이드 게임장의 환전형 영업을 막기 위한 규제가 디지털 게임의 이용자 이벤트와 커뮤니티 프로모션까지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중국 게임이 광고 물량 공세를 펼치며 한국 시장을 빠르게 파고드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가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은 오히려 제도적으로 제한돼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제는 게임 경품 규제를 전면 금지의 관점이 아니라 위험도에 따른 구분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환전 가능성이 있는 경품, 고가의 현금성 보상, 게임 결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반복 지급되는 보상은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반면 디지털 게임에서의 레벨업 이벤트, 최초 던전 클리어 보상, 길드 참여 이벤트, 커뮤니티 공모전 등으로 지급되는 일정 금액 이하의 실물 경품이나 굿즈는 명확한 기준 아래 단계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당장 법이 금지하지 않는 모든 경품을 허용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우선 경품의 가액, 지급 횟수, 대상, 고지 방식, 미성년자 보호장치, 환전 방지 의무, 자율규제 절차 등을 기준으로 제한적 허용 범위를 마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행성을 막는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마케팅 수단까지 봉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게임에 계속 잠식되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국내 게임사가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을 회복하는 문제다.

20년 전 '바다이야기'의 교훈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 교훈은 모든 경품을 금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환전 가능한 사행 구조를 막으라는 것이어야 한다. 디지털 게임이 한국 게임산업을 지탱하는 핵심 영역이 된 지금, 더 이상 과거의 규제가 현재의 산업 경쟁력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한국 게임이 중국 게임의 광고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광고비만이 아니라, 이용자를 게임 안으로 끌어들이고 머물게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마케팅 수단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디지털 게임에 대한 단계적이고 합리적인 경품 허용이다.

글=나현수 게임칼럼니스트

정리=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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