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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패소로 본 '게임 저작권 보호'의 난해함…AI시대는 어쩌나

2026.07.15 16:03

엔씨소프트가 제시한 리니지W(왼쪽)와 롬(오른쪽)의 주요 성장 콘텐츠 비교. ⓒ엔씨

엔씨가 자사의 게임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하며 게임 저작권 보호의 난해함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게임업계의 인공지능(AI) 전환 추세에 따라 AI 학습 데이터와 생성물 권리 문제까지 더해지면 저작권 분쟁의 난이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엔씨는 카카오게임즈·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 낸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소송 1심에서 지난 9일 패소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항소심까지 원고 청구가 기각되는 등 리니지 계열 게임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에서 잇따라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현 저작권법이 미술과 음악, 시나리오는 물론, UI나 시스템, 장르 문법 등이 결합한 복합 콘텐츠라는 게임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요소들의 저작권 인정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저작권법 2조 1항에서는 저작물의 정의를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한다. 여기서 ‘표현’의 영역을 두고 해석이 갈린다. 게임 내 이미지나 음악처럼 창작자의 구체적 표현이 반영된 요소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되는 경우가 많으나, UI와 시스템 등의 요소는 ‘아이디어’의 영역으로 분류되면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이번 엔씨와 카카오게임즈의 소송에서도 엔씨는 '리니지 M'부터 계승한 리니지W의 ▲변신 및 마법인형 시스템 ▲장비강화 시스템 ▲아이템 컬렉션 시스템 ▲PvP 시스템 등 이 창작성을 가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시스템들이 아이디어의 영역이므로 창작성이 있더라도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엔씨는 이번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 의사를 밝혔다.

물론 게임사의 이익 보호 시도가 좌절된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 침해 판단과 별개로 부정경쟁행위나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 판례도 있다.

과거 엔씨와 웹젠의 ‘R2M’ 분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법원은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항소심에서 R2M이 리니지M의 성과를 무단 사용한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고 R2M의 국내외 매출의 약 10%를 배상하도록 했다.



지난 4월 마무리 된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분쟁에서는 영업비밀이 핵심 쟁점이 됐다. 법원은 넥슨 출신 다크앤다커 개발진들이 넥슨의 미공개 프로젝트 ‘P3’ 소스코드와 빌드 파일 등 개발 자료 영업비밀성을 침해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사례들도 결국 저작권 자체의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게임업계 내 저작권 보호 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르의 유사성을 넘어선 과도한 카피캣으로 보이는 사례가 생겨도 실제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구조기 때문이다.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는 “현재 게임 저작권은 명확히 어떤 기준이 정립됐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앞선 R2M과 다크앤다커의 경우 법원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번 롬 분쟁의 경우엔 해당 법도 적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이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후 부정경쟁 인정 기준도 정립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게임 저작권 분쟁의 난해함은 게엄업계의 AI 전환 추세에 따라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사는 이미 원화, 대사, 번역, 코드, 음성, NPC 알고리즘 등 다양한 요소에서 AI 활용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AI가 기존 저작권 분쟁보다 더 넓은 법적 쟁점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학습 데이터에 경쟁사 게임 에셋이나 데이터 등이 포함됐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생성 결과물도 기존 IP들과 유사하다는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



김명훈 법무법인 율촌 변리사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열린 게임기자단 세미나 질의응답에서 향후 AI 게임 시장의 핵심 법률 리스크로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과 저작권, 개인정보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생성형 AI가 기존 저작물을 학습하는 과정과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권리 귀속 문제는 국가마다 법적 기준이 전부 다르다”고 말했다. 기업으로선 시장별 대응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최근 게임사들이 신작 게임의 글로벌 출시를 전제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더 복잡해질 저작권 분쟁에 대비해 각 요소 별 저작권 기준과 인정 범위를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법리 해석도 엇갈리는 상황에 AI 학습 데이터와 생성물 권리 문제가 더해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있을 롬 저작권 분쟁의 상급심 판단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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