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 전
[단독] ‘종로 금은방 잠적’ 건물서 또 사기… 경찰, 40대 여성 구속송치
2026.07.15 15:52
평택경찰서, 고소장 8건 접수
이달 9일 구속 뒤 검찰 송치
실버바·귀금속 미지급 혐의
“금값 하락·잠적 시점 맞물려”
15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평택경찰서는 서울 종로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던 40대 여성 A 씨를 이달 9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은 올 4월 초 서울 종로경찰서에 처음 접수됐지만 업체가 폐업한 상태라 A 씨의 거주지 관할인 평택경찰서로 이송됐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 금액은 1억8760만으로 현재까지 관련 고소장만 8건에 달한다.
A 씨는 고객들로부터 실버바와 귀금속 주문, 예물 제작 등을 의뢰받은 뒤 금품만 받고 약속한 물품을 전달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A 씨에게 실버바 28개를 주문하며 총 1억190만 원 상당의 현금과 금붙이를 건넸지만 이 가운데 23개를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은 A 씨가 신규 거래 대금으로 기존 계약을 이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거래를 이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백서준 오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초기 거래에서는 실제 물품을 지급해 신뢰를 얻은 뒤 추가 주문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값과 은값이 급등하는 시기를 이용해 투자 심리를 자극한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100억 원대의 금과 곗돈을 가로챈 의혹이 제기된 B 씨 업체와 A씨가 같은 건물에서 영업했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B 씨 업체와 관련한 고소장 140여 건이 접수됐으며 경찰이 파악한 피해 주장 금액은 100억 원을 넘는다. 경찰은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관해 수사를 이어가다 이달 10일 B 씨를 검거했으며 이후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여기에 28억 원 상당의 금괴 등을 챙겨 잠적했다가 사기 혐의로 올 2월 구속된 C 씨 또한 A씨 및 B씨와 같은 상가에서 금은방을 운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들 업체는 “선착순 특가 물량이 있다”, “협회를 통해서만 가능한 거래 방식”이라고 홍보하며 고객을 모집했으며 맡긴 금에 일정 대여비를 지급하는 방식도 사용했다. 해당 상가 관계자는 “일부 인근 금은방 상인들도 이들 업주에게 귀금속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사례가 있다”며 “같은 건물에서 이런 일이 연이어 벌어져 답답하다”고 밝혔다.
이들 업주가 구속됐지만 피해자들은 피해액 보전이 쉽지 않아 불안해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은방 사기 사건은 피의자가 피해금을 모두 소진하거나 은닉한 경우가 많아 피해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총 7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며 해당 업주를 고소한 50대 피해자는 “업주가 붙잡히기까지 38일 동안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며 “구속됐다고 해도 피해 회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이들 피해자들은 직접 업주의 행방을 추적하는 등 지금껏 자체 대응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과정에서 업주의 자택을 찾은 일부 피해자들은 주거침입 신고를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신문고 민원에는 현재까지 피해자 40여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 큰 문제는 최근 금값 하락의 영향으로 이 같은 금은방 사기 사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3년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금값은 올해 1월 온스당 5594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이날 기준 400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금값 상승기에 거래를 늘렸던 일부 금은방은 가격 하락 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현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자금난에 빠졌고 일부는 잠적 등의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값이 올해 초 하락세로 돌아선 시점과 잠적 사건들이 맞물린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금값 하락으로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한 업주들이 잠적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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