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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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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만 체제 전환…현장은 여전히 ‘문화재’ 시절 [유산의 역설: 보존인가, 생존인가①]

2026.07.15 05:02

62년 만에 화려한 체제 전환했지만 ‘문화재보호법’ 행정 기조는 그대로
고도 제한 등 규제 여전… 개발 발목
‘도심형 유산’ 맞춤형 후속 조치 시급
대한민국 역사·문화적 자산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재화적 성격이 강했던 ‘문화재(文化財)’가 역사와 환경을 포괄하는 ‘국가유산(國家遺産)’으로 62년 만에 개념을 전환하면서 과거 유물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오늘날 인류의 유산으로서 새롭게 호흡하고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화려한 출발이 무색하게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다. 규제와 개발, 보존과 생존, 그 사이에 놓여진 상생 해법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최초 문화재관리국 청사 모습. 2012년에 발간된 ‘문화재청 50년사’에 수록된 사진. 연합뉴스

62년 만의 국가유산 체제 전환으로 ‘K-헤리티지’의 화려한 개막이 예고됐으나 현장은 아직 유산 보호라는 명목 아래 개발 냉각의 늪에 빠져 있다.

‘도심형 유산’이 주를 이루는 경기지역의 특성 등을 고려, 유산별 성격·가치·환경을 세분화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2024년 5월17일부로 ‘국가유산기본법’이 전면 시행됐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래 60여년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문화재’라는 용어와 행정 체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계기다. 이를 통해 국가유산은 과거 유물에만 국한됐던 낡은 틀을 깨고 국제 기준인 ‘유산(Heritage)’ 개념을 도입해 유형에 따라 문화유산, 무형유산, 자연유산 등 3대 축으로 세분화해 관리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경복궁 서편 옛 국민대학 건물에 있었던 문화재관리국. 2012년에 발간된 ‘문화재청 50년사’에 수록된 사진. 연합뉴스

문화재청 역시 ‘국가유산청’으로 간판을 바꿔 새롭게 출범했다. 이처럼 국가적 패러다임을 바꾼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문화재’라는 명칭이 1950년 제정된 일본의 법률을 본떠 만든 것으로, 보존 대상을 지나치게 재화적 성격으로만 바라본다는 지적이 꾸준했기 때문이다.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이나 살아있는 자연물을 물건 취급하듯 지칭하는 데에서도 부적합함이 있었고, 유네스코(UNESCO) 등 ‘유산’ 개념을 사용하는 국제사회와의 협력 과정에서도 불편이 따랐다. 결국 정부는 보존과 규제에만 얽매여 있던 과거의 사슬을 끊고 국가유산을 매개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K-헤리티지’ 육성으로 정책의 방점을 옮기고자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거창한 체제 전환 선언과 달리 전국의 현장은 여전히 ‘문화재보호법’ 시절 경직된 기조에 멈춰 있다. 명칭은 격상됐으나 건축 규제와 고도 제한, 이로 인한 재산권 침해 등 주민의 삶과 충돌하는 본질적인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유산을 둘러싼 보존과 생존의 대립이 첨예하게 일어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전국 5위 규모의 유산(1천330건) 속에서 상당수가 주민의 일상적인 주거·상업 공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즉, 여타 지역의 지정·등록유산이 도서산간이나 교외에 분포된 것과 달리 경기도의 유산은 ‘도심형 유산’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보존 정책이 주민의 생존권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더욱이 경기도는 고밀 개발 수요와 함께, 인구 집중까지 더해져 규제 갈등의 밀도도 높은 편이다. 최근 김포 장릉 ‘왕릉 뷰 아파트’ 사태는 물론 ▲오산시 독산성 ▲평택시 대동비 ▲안성시 객사 주변 등의 개발 제한으로 인한 충돌 사례들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간판만 바뀌었을 뿐 행정의 업무 방식이나 심의 기준, 책임 회피 관행은 예전과 그대로”라며 “기본법은 바뀌었지만 현장의 세부 지침과 허용 기준이 문화재 시절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유산의 성격과 가치, 그리고 주변 환경이 상업지역인지 녹지지역인지에 따라 세세하게 관리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한다”며 “전문 코디네이터 도입, 유연한 규제로의 전환, 주민을 보존파트너로 대우하는 협력 행정 모델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이연우·금유진·김소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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