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전
"떡볶이값 오른 이유 알았어요"…놀이로 경제 깨치는 아이들[현장]
2026.07.15 14:44
학생들, 실험 통해 경제 원리 스스로 발견
김나영 교사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 해야"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 1학년 4반 교실. 28명 남학생들이 호기심에 찬 눈으로 교단 앞에 선 김나영 교사를 바라본다. 이날 교과는 사회, 단원명은 통화량과 물가, 통화 정책이다.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라는 추상적인 경제 개념을 다루지만 아이들은 지루해 하는 기색이 없다. 김 교사는 바둑알을 화폐 삼은 모의 경매로 분위기를 돋웠다.
"검은 바둑알 하나가 1000원. 3번의 경매를 진행할거고, 돈은 매번 나눠줍니다. 이전 경매에서 남은 돈은 다음 경매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경매를 시작합니다."
김 교사의 시작 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이 너도나도 "1000원" "2000원" 목소리를 높이며 경매에 참여한다. 첫 경매 낙찰가는 1만3000원. 경매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이 가진 돈은 늘어나고, 경매가도 커진다. 마지막 경매 낙찰가는 무려 20만원.
김 교사는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 늘어날수록 같은 물건의 가격은 뛴다"며 "모든 집에 1억원을 주면 당장은 좋다고 하겠지만 물가가 오를거고, 물가가 너무 오르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
20세기 대표적 경제학자이자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얘기도 꺼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는 명제를 학생들이 먼저 실험으로 체득한 것이다.
수업에 참여한 박은찬(13)군은 "게임을 하면서 수업을 하니까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며 "경제 수업이 재밌었다"고 웃었다.
박군은 "학교 앞 분식점 컵떡볶이가 예전에는 1500원이었는데 1000원이 올라 2500원이 됐다"며 "오늘 수업을 통해 이런 원리로 물가가, 가격이 오른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1억원씩 주면 다 좋을 줄 알았는데 체험하고 나니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앞으로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등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고 전했다.
김군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캔커피를 사먹는 편인데 예전엔 900원이었던 캔커피가 요즘은 1300원"이라며 "그런데 물가가 오르는 것에 비해 용돈은 잘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해 주변 웃음을 자아냈다.
박이준(13)군도 "부모님 심부름으로 마트에 계란을 사러 종종 가는 데 예전보다 가격이 올랐다는 걸 많이 느낀다"며 "집에서 부모님이 경제 얘기 하는 걸 많이 듣는데, 그래서 오늘 수업이 더 재밌었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양정중에서 경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나영 교사는 약 20년간 학생들이 시뮬레이션·게임을 통해 경제 원리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실험경제반'을 운영해 왔다.
김 교사는 "그냥 경제 수업을 하면, 환율이나 금리에 대해 가르쳐주면 아이들은 느끼는 게 별로 없다"며 "하지만 역할을 맡기고 이런 게임 식의 수업을 하면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최근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실제 도박,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경제 개념이나 투자 전략 등을 제대로 배우면, 알고 있으면 나중에 투자 사기도 덜 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교사들이 경제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더 다양한 내용의 교사 연수를 마련해서 많은 교사들이 경제 교육에 신경쓸 수 있도록 저변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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