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1.2조 유증 어디로…과거 정정요구 사례 보니
2026.07.15 14:13
고려아연 철회·한화솔루션 축소·한화에어로 부담 재배분
에코프로비엠, 10.1% 희석·성장투자·대주주 참여…원안 추진 무게
과거 조단위 유상증자는 신고서 설명이 부족했던 경우 보완을 거쳐 원안이 유지됐고 증자 구조 자체가 논란이 된 경우 축소나 철회로 이어졌다. 에코프로비엠은 낮은 희석률과 성장투자 중심의 자금 용도, 대주주 참여까지 전자에 가까운 구조여서 원안 추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15일 금감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정정요구의 이유와 범위를 묻는 질문에 "정정 요구가 나간 것은 맞지만 왜 나갔는지 범위가 무엇인지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중점심사 대상 선정 여부도 "특정 회사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전날 에코프로비엠이 지난달 30일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신고서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효력이 정지됐다. 에코프로비엠이 3개월 안에 정정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유상증자는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어떤 항목을 문제 삼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설명 부족엔 원안 유지, 구조 논란엔 축소·철회
에코프로비엠과 가장 가까운 선례는 포스코퓨처엠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국내외 배터리 소재 생산시설과 캐나다 양극재 합작법인 등에 투자하기 위해 1조1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조달금 가운데 6307억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에, 1810억원을 시설자금에, 약 2884억원을 운영자금에 배정했다. 신주 비율은 약 14.8%였고 최대주주 포스코홀딩스도 배정 물량 전량을 인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한 차례 정정을 요구했고 포스코퓨처엠은 유증의 필요성과 자금 사용계획, 투자 지연과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 등 투자위험을 보강했다. 발행주식 수와 자금 사용 구조는 바꾸지 않았고 이후 1조1069억원의 납입을 마쳤다. 본업과 연계된 성장투자였고 최대주주가 상당한 자금을 부담한 만큼, 공개된 정정 내용을 보면 희석률이나 자금 용도 자체를 바꾸기보다 신고서상 투자계획과 위험요인을 보강하는 데 그친 사례다.
가장 강한 조정으로 이어진 곳은 고려아연이다. 고려아연은 2024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2조5000억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난 직후 기존 발행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신주를 발행하려 하면서 공개매수 신고서와 유증 계획의 정합성, 경영권 방어 목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조달금 가운데 약 2조3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쓸 예정이었던 데다 유증이 성사되면 현 경영진 측 우호지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고려아연은 금감원의 정정요구를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시장과 주주의 우려를 수용한다며 계획을 철회했다. 신고서 설명을 늘리는 수준으로는 경영권과 의사결정 절차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어려웠던 특수 사례로, 주주배정 방식인 에코프로비엠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차이가 크다.
한화솔루션은 희석률과 자금 용도가 원안의 직접적인 약점이었다. 당초 2조4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기존 발행주식의 약 41%에 달하는 신주 7200만주를 발행하고 조달금 가운데 약 1조5000억원을 채무상환에 쓸 계획이었다. 주주가 대규모 희석을 감수하면서 회사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한화솔루션은 금감원의 두 차례 정정요구와 추가 자진 정정을 거쳐 증자 규모를 1조7092억원으로 낮췄다. 성장투자 재원 약 9000억원은 유지하고 채무상환 자금을 약 8000억원으로 줄였다. 이후 신주 수를 5300만주까지 줄였고 1차 발행가가 2만7900원으로 정해지면서 모집 예정액은 1조4787억원으로 낮아졌다. 최종 발행가는 오는 20일 확정되며 납입은 30일 예정이다. 설명 보강 대신 일반주주의 부담을 실제로 낮춘 사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체 투자 목표를 유지하면서 부담 주체를 바꿨다. 당초 3조6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금감원의 정정요구 뒤 일반주주 대상 증자를 2조3000억원으로 줄이고 감소한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가 참여하는 제3자배정 방식으로 전환했다. 유증 직전 한화오션 지분 취득에 1조3000억원을 쓴 뒤 다시 주주에게 대규모 자금을 요구한 의사결정 순서와 일부 투자금이 수년 뒤 집행될 예정이라는 점이 논란이 됐다. 전체 조달액을 줄이기보다 일반주주가 부담하던 몫 일부를 대주주 측으로 옮긴 구조 조정이었다.
삼성SDI는 공식 정정요구를 받지 않은 대조군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2조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중점심사 제도 도입 이후 첫 대상이 됐다. 창사 이후 첫 유증인 데다 신주 비율이 16.8%에 달해 소액주주들의 트럭시위 등 반발이 이어졌다. 다만 자금이 미국 제너럴모터스 합작공장과 헝가리 공장, 전고체 배터리 시설 등 성장투자에 쓰였고 최대주주 삼성전자도 청약에 참여했다. 삼성SDI는 신고서를 자진 보완한 뒤 공식 정정요구 없이 유증을 진행했다. 주주 반발의 강도와 금감원의 판단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포스코퓨처엠형'에 가까운 에코프로비엠…남은 변수는 BNSI
에코프로비엠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보통주 990만990주를 발행해 약 1조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12만1200원이며 신주는 기존 발행주식의 약 10.1%다. 조달금 가운데 7650억원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BNSI 니켈 제련소 지분 확보에 투입한다. 헝가리 양극재 법인 투자에 1500억원, 국내 생산시설 개조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 1500억원, 원재료 매입에 1350억원을 쓸 예정이다.
최대주주 에코프로도 배정분 전량과 초과청약 한도를 더해 최대 436만6131주를 청약할 계획이다. 예정 발행가 기준 5292억원으로 전체 모집액의 약 44%다. 일반주주에게만 자금을 요구하는 구조는 아니다.
조직적인 반발도 앞선 사례보다 제한적이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가 금감원 중점심사 요청 탄원서 제출 여부를 설문한 결과 참여 주식 2만8101주 가운데 65.5%가 단체 탄원에 반대했다. 다만 참여 주식이 전체 발행주식의 약 0.03%에 그쳐 전체 주주의 유증 찬성으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희석률과 자금 용도, 대주주 참여, 주주 반발 강도를 종합하면 에코프로비엠은 정정요구를 받은 조단위 유증 가운데 상대적으로 무난한 구조다. 높은 희석률과 채무상환 부담이 있었던 한화솔루션이나 경영권 분쟁이 얽힌 고려아연보다, 설명 보완으로 원안을 유지한 포스코퓨처엠에 가깝다.
남은 변수는 BNSI다. 전체 조달금의 약 64%가 단일 해외 제련소 지분 취득에 집중되는 만큼 지분가치 산정 근거와 니켈 가격별 수익성, 투자금 회수 가능성, 추가 출자 부담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다. 정정신고서 제출 시점에 따라 오는 10월 23일 납입, 11월 5일 신주 상장으로 잡혀 있던 일정도 미뤄질 수 있다.
한편, 에코프로비엠은 오는 16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일반투자자 대상 유상증자 설명회를 열고 추진 배경과 자금 사용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설명회는 금감원의 정정요구 전부터 예정된 일정이다. 구체적인 정정 사유가 공개되지 않아 원안 유지를 단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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