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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
장원영
"BTS 공연 때 조기퇴근? 신기해" 일본인들이 광화문 무대에 깜짝 놀란 이유

2026.07.15 10:01

[풍기문란(風記文亂)]
지난 3월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 공연을 외국인들이 즐기고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떡볶이를 먹거나 한복을 입고 고궁 체험을 했다. 외국인들은 이 '지구촌쇼'로 '한국'을 봤고 한국의 전통을 체험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류가 전세계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보육원 아이들이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 삽입곡 '소다 팝'을 떼창 하는 모습을 보며 어깨를 들썩였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K팝 응원봉을 흔들었다. 외국인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한류를 함께 즐기는 모습은 이전엔 상상하기 어려웠다. K콘텐츠 열풍과 K팝 팬덤 문화의 확산이 만든 새로운 풍경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액은 지난해 149억 달러(약 22조 2,600억 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한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경험은 개인의 삶과 현지 문화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을까. '우리가 몰랐던 한류'를 세 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 광화문에서 공연한 그룹 방탄소년단. 넷플릭스 제공


<1> 'BTS 광화문쇼' 국내선 '광장'에, 해외선 '한국'에 주목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 대중문화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컴백 공연('BTS 더 컴백 라이브 아리랑'·3월 21일)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생중계된 이 쇼는 서울 광화문을 세계적 문화 공간으로 주목받게 했다. 하지만, 광화문 일대 도로는 33시간 동안 통제됐고,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민간 행사에 대규모 행정력이 투입된 것을 두고 사회적 논쟁도 벌어졌다.

'광장은 누구의 것이며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가.'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공연은 한국 사회에 이런 질문을 남겼다. 방탄소년단 광화문 컴백 공연은 생중계 당일 전세계 1,840만여 구독자(넷플릭스 집계)가 지켜봤다. 그렇다면, 이 '지구촌 쇼'를 해외에선 어떻게 바라봤을까.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관련 외국인 X 게시물 분석


행정당국으로부터 가수(방탄소년단)의 공연과 관련한 사항을 '안전 안내 문자'로 전달받은 것은 외국인들에겐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들은 공연장이 된 광화문 광장을 하나의 '도시 무대'로 바라봤고, 한복 등 한국적 요소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해외에서 특히 화제가 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관련 메시지였다. 일본에선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을 둘러싼 공공성 논란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공연 당일(3월 21일)을 전후한 일주일(3월 18~24일)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에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9개 언어로 올라온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관련 게시물 1,527건의 내용을 분석해 확인한 결과다.

한국일보는 한국국제교류문화진흥원의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를 운영하는 컨설팅업체 아르스프락시아에 조사 분석을 의뢰했다.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과 관련해 외국인들의 SNS 게시물 내용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관련 태국인 X 게시물


현장 분위기 글 중 '안전'이 화두



'(휴대폰) 알림으로 이런 안내 문자가 와서 놀랐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 알림이 대화 주제가 될 정도로요. 한국에선 이런 문자가 보통 재난 대비나 긴급 상황을 알릴 때 사용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방탄소년단) 공연 때문에 이런 문자가 오니 낯설었어요.'(@hyunx****)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하루 전인 3월 20일 X에는 태국어로 이런 글이 올라왔다. 방탄소년단 공연 때문에 광화문 인근 도로가 통제된다는 내용의 안전 안내 문자를 휴대폰으로 수 차례 받은 태국 사람이 신기해 하는 게시물이었다.

이 게시물은 2,898번 리트윗(재전송)됐다. 방탄소년단 공연 관련 안내 문자가 SNS에서 공유되면서 해외에선 공연 규모와 함께 한국의 재난·안전 문자 시스템까지 화제가 됐다. 행정당국이 공연을 위해 안전 문자를 발송하는 사례가 해외에선 드물어서다.

실제 외국인들이 X에 올린 글 가운데 공연을 앞둔 기대감과 현장 분위기를 담은 게시물 200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등장한 외국어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안전이란 뜻의 영어 'Safety'(51건·25.5%)였다. 한국에선 안전 문자가 시민 불편 해소 방안이었지만, 해외에선 국가와 K팝이 연결된 키워드이자 초대형 행사의 규모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관련 일본인 X 게시물


"일본에선 가능할까?" 일본인 반응보니



'공공사업도 아닌데 조기 퇴근은 정말 놀랍네요.'(@dokka61****)

'방탄소년단이 (한국) 경제 효과를 크게 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공연) 수익은 넷플릭스에서 내는 건가요? 그럼 공공 자원을 투입한 비용은 세금으로 부담하는 건가요?'(@yunyu****)

'왜 광화문에서 공연을 하려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네요.'(@IuvztVGPyJu****)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관련 글들이 아니다. 일본어로 X에 올라온 게시물들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민간 공연에 공공 자원이 어디까지 투입돼야 하는가'가 쟁점 중 하나로 다뤄졌다. 행사장 인근에 사무실을 둔 일부 기업이 직원들에게 조기 퇴근을 권고한 사실과 하이브·넷플릭스가 주최한 민간 공연에 행정력이 투입되는 데 따른 한국 사회의 논쟁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현지에 실시간 공유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광화문 등 서울 도심에 친숙한 일본인들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현지 일반 시민까지 공연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 참여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일본 사회에서 광화문의 대응물은 가스미가세키(霞が関·도쿄 관청가)나 황궁 앞 광장인데 그곳에서 상업 공연을 한다는 것은 일본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일본인들이 공공장소(광화문)에서의 방탄소년단 공연에 주목한 배경을 설명했다. 호사카 유지 고려대 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일본에선 '공적인 것'과 '누군가에 폐가 되는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며 "시민의 일상생활이 공공 공간에서 상당 부분 이뤄지고, 그곳에서의 규칙에 민감한 일본 문화 때문에 일본인들 역시 한국인들처럼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의 사회적 담론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탄소년단 공연을 국가 경쟁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도심 전체를 라이브 공연장으로 만들어버린 발상이 훌륭했다. 일본도 이런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10만 명을 한꺼번에 모을 수 있는 가수가 일본에 있을까 싶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megQ****)는 글처럼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쟁력을 되돌아보는 반응도 나왔다.

이창민 교수는 "일본에서 K팝은 엔터테인먼트 소비 대상을 넘어 콘텐츠 산업정책의 성공 사례로 분류된다"며 "일본의 '쿨재팬'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한국은 되는데 왜 일본은 안 되느냐'는 얘기가 몇 년 전부터 나왔고, 그 맥락에서 일본인들이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을 산업 정책, 국가 브랜딩 이슈로 읽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인들의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에 대한 높은 관심은 SNS에서도 확인됐다.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관련 일본어 게시글은 9개 언어 가운데 영어에 이어 두 번째(355건)로 많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관련 글을 외국인이 포르투갈어로 번역해 공유했다.


이재명 대통령 글이 해외로 퍼진 이유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관련 외국어 게시물에서 가장 강한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였다.

이 대통령은 3월 18일 X에 올린 글에서 방탄소년단을 "한국의 자랑스러운 아티스트"로 소개하며 "'아리랑'을 주제로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K컬처의 매력을 함께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메시지는 영어 등 여러 외국어로 번역돼 퍼졌고, 외국어 게시물 가운데 평균 리트윗 수가 가장 높았다. 건수 대비 평균 리트윗은 3,348건에 달했다. 외국 팬들에게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방탄소년단을 한국의 대표 문화로 공식 인정한 장면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로 인해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은 단순한 팬덤 행사가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소비하는 계기로 인식됐다.

홍민정 아르스프락시아 연구원은 "비한국어 게시글에선 '역사적'이란 뜻의 영어 'historical'이란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며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을 '역사적 사건'으로 의미를 두려는 외국 팬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연 당일 방탄소년단과 한국 관련 글이 가장 많이 올라온 언어는 스페인어(80건)였다. 스페인·포르투갈어권 팬덤의 높은 결집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과 관련해 국내에서 이뤄진 교통 통제와 단속 풍경.


같은 행사, 180도 다른 접근



이번 조사에선 같은 기간 올라온 한국어 게시글(472건) 분석도 함께 이뤄졌다. 한국어 게시물 가운데 121건(27.5%)은 일상 불편과 행정력 투입에 대한 불만 등 광장 사용을 둘러싼 비판적 내용이었다.

국내에선 사회적 논쟁이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담론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면, 해외에선 광화문 광장을 축제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외국어 게시물 가운데 광화문의 역사성과 한국적 상징성을 언급한 게시물은 159건이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아리랑'을 함께 부르는 관객들의 영상을 소개한 영어 게시물이 8,502회 리트윗됐고, "광화문을 배경으로 해 질 녘 공연장이 하나의 액자처럼 보인다"는 영어 글도 호응을 얻었다.

같은 공연을 두고도 한국인들은 '광장의 사용'에 주목했고, 외국인들은 '한국이라는 국가가 자신을 세계에 어떻게 보여주는가'를 눈여겨봤다. 국내에선 '광장'을 봤고, 해외에선 '한국'을 본 셈이다. 국내에서 광화문 광장은 시민이 매일 오가는 공공 인프라이지만, 해외에선 방탄소년단과 한국 문화가 만나는 상징적 무대로 받아들인 데 따른 차이로 보인다.

"방탄소년단 광화문쇼, 새로운 형태의 공공경험 만들어"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은 학계에서도 뜨거운 주제다. 지난 3일 전북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국제 방탄소년단 학술대회에선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을 단순한 K팝 콘서트가 아니라 21세기형 새로운 공공성을 보여준 사례로 분석하는 연구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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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7141240000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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