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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충돌보다 물가에 웃은 금값… ‘금=안전자산’ 공식 깬 금리 변수

2026.07.15 08:59

전쟁 리스크 보다 금리 전망에 움직이는 금값
최근 들어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됐지만 국제 금 시장의 관심은 전쟁보다 미국의 금리 향방에 쏠렸다. 간밤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0.4% 하락하며 시장 예상(-0.2%)보다 더 둔화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됐고 국제 금값은 소폭 반등했다. 최근 금값이 중동 정세보다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을 둘러싼 가격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14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국제 금 선물 가격은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우려가 심화되면서 온스당 4046.2달러 선까지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기록한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하며 4년 만에 약세장 구간에 진입했다. 국내 금 시세 역시 단기 급등 부담과 대외 변수가 맞물려 장중 1g당 19만6780원까지 떨어지며 약 6개월 만에 20만원선을 이탈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금은방에 귀금속이 진열돼 있다. 2026.6.14/뉴스1


14일(이하 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은 트로이온스당 4069.7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6% 상승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CPI가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동반 하락한 영향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가 다소 완화되면서 금값은 하루 만에 반등했다.

다만 이번 반등에도 금값은 여전히 연초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인 트로이온스당 5318.4달러보다 약 24% 낮은 수준이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셰어즈(GLD) 역시 372.1달러로 연초 최고점(495.9달러) 대비 약 25% 하락했다. 국내 금 ETF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15일 기준 최근 3개월간 ACE 골드선물레버리지(합성 H)는 -32.81%, TIGER 금은선물(H)은 -18.55%, KODEX 골드선물(H)은 -17.2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간 ACE KRX금현물에서는 1844억원, TIGER KRX금현물에서는 154억원, KODEX 골드선물에서는 531억원이 각각 순유출됐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격화됐지만 ‘전쟁=금값 상승’이라는 기존 공식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재개 방침을 밝히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자 브렌트유는 지난 13일 배럴당 83달러를 돌파하며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원유 공급 차질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유가 상승은 금값에는 악재였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연준이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금 선물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2.63% 하락한 온스당 400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 우려도 커졌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어서 금리가 오를수록 국채 등 이자 자산 대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외환시장 분석가인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로이터에 “중동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연준의 긴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커지면서 금값 시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24k 3.75g) 시세는 살 때 871,000원, 팔 때 730,000원으로 집계됐다. 18K 금 팔 때 가격은 536,600원으로 나타났다. 14K 금 팔 때 가격은 4165,100원이다. 2026.07.12. bluesoda@newsis.com


과거에는 전쟁이 발생하면 금값이 급등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1990년 걸프전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는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금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정학적 불안이 국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고, 그 결과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부각되면서 안전 자산 수요보다 금리 부담이 금값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값이 미국의 통화정책과 국제 유가 흐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장기화돼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라자크자다 분석가는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금값은 우선 온스당 3800달러, 이후에는 3500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WSJ 역시 국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연준의 고금리 기조를 강화할 경우 금 보유의 기회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단기 조정 이후 반등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박주란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 현물은 하반기 단기 부침이 불가피하지만, 물가 고점 통과가 확인된 이후 과도한 긴축 공포가 해소되며 연말까지 완만한 반등 흐름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장이 연준의 긴축 가능성을 다소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금리 전망이 완화될 경우 귀금속 투자심리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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