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넘어 지상로봇·인지전까지···“우크라, ‘전쟁의 다음 단계’ 준비”
2026.07.15 06:00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무인 지상로봇을 보급품·탄약 수송, 부상병 후송, 지뢰 설치, 참호 공격 및 점령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하고 있다. 매달 수천 건의 작전을 수행하며 최전선 보병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NYT는 전했다.
지상로봇이 빠르게 확산한 배경에는 만성적인 병력 부족이 있다. 러시아보다 병력이 적은 우크라이나는 드론 공격이 일상화되면서 전선 후방 약 24㎞까지도 이동 자체가 위험한 ‘킬존(kill zone)’으로 변했다. 사람이 직접 보급이나 후송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지자 지상로봇이 이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아 파괴돼도 인명 피해가 없고, 열 신호가 거의 없어 공중 드론에 탐지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실전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4월 공중 드론과 지상로봇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했으며 우크라이나 병사는 한 명도 직접 투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부대는 전체 보급 임무의 약 80%를 무인화했으며, 최근에는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병사를 적진에서 약 4㎞ 밖으로 지상로봇이 구조한 사례도 나왔다. 기관총을 장착한 로봇이 40여 일 동안 진지를 지키거나, 지난해 말에는 기관총과 화염방사기를 탑재한 지상로봇과 공중 드론만으로 러시아 참호를 공격하는 첫 ‘로봇 공격’도 실시됐다.
NYT는 “지상로봇 개발을 주도하는 이들은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아니라 전선의 정비·용접공과 보병”이라고 전했다. 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기능을 직접 설계하고 개조하며 장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지상로봇 5만대 생산을 목표로 관련 전담센터도 설립 중이다.
다만 지상로봇이 공중 드론만큼 보편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평균 가격이 약 2만4000달러로 대형 수송 드론의 두 배 수준인 데다 험지 기동성이 떨어지고, 사람처럼 즉흥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거나 아군 오인 사격 가능성 등 기술적 한계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물리적 전장뿐 아니라 인지전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NYT에 따르면 최근 키이우에서는 군과 정보기관, 정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심리전과 정보전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회의를 주도한 인물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개발을 이끌었던 마리야 베를린스카다.
베를린스카는 “전쟁은 참호가 아니라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시작되고 끝난다”며 “러시아 내부의 전쟁 지지를 약화시키고 추가 동원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활용해 전황을 유리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는 우크라이나군 1명이 러시아군 3~4명을 사살하는 수준이지만, 러시아가 대규모 동원령을 내릴 경우 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전자전과 드론 분야에서는 러시아를 따라잡기 시작했지만 정보전에서는 러시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국방부 내 인지전 전담센터를 설치하고 관련 조직과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SBU) 역시 러시아의 정보작전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자체 심리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부 분열을 유도하는 비대칭 전략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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