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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스마트 안경 경계령

2026.07.15 07:01

2004년 11월 17일 광주에서 발생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집단 부정행위 사건은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였다. 중학교 동창 관계로 얽힌 159명이 가담한 조직적 범행은 당시로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규모였다.

범행의 핵심 도구는 ‘휴대폰’이었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몸에 숨겨온 휴대폰 자판을 정답 번호에 맞춰 두드리면, 시험장 밖에 대기하던 후배들이 이를 취합해 다시 문자메시지로 정답을 전송하는 영화 같은 수법이었다.

전자기기 반입 확인에 비교적 느슨하던 교육당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수능 제도를 전면 손질했다. 이듬해부터 전자기기의 시험장 반입을 전면 금지했고, 개인 필기구 사용을 막기 위해 동일한 ‘수능 샤프’를 일괄 지급하기 시작했다. 커닝페이퍼를 숨기거나 필기구를 개조하는 아날로그식 부정행위까지 원천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국가자격 시험장마다 ‘스마트 안경 경계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최근 인공지능(AI) 스마트 안경을 쓰고 시험을 치르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일반 뿔테 안경과 디자인이 비슷한 스마트 안경은 사진·영상 촬영, 정보 검색, 통화, 자동 번역 등이 가능하다. 지난 5월 스마트 안경을 쓴 채 소방설비기사 자격시험을 치른 40대 응시자가 감독관에게 적발돼 지난달 말 약식기소됐다는 보도다.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사법 처리로 이어진 국내 첫 사례다. 같은 달 치러진 토익 시험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부정행위가 두 차례 적발됐다.

국가자격 시험 시행기관들은 AI 스마트 안경을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으로 명시하고, 적발 시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 교육청에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 대응 안내문을 전달했고, 올해 수능 감독관 유의사항에도 이 안내문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기술 발전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 문제는 첨단 기술을 편법·불법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이다. 모든 걸 뒤바꾼다는 AI 시대, 변하지 말아야 할 건 사회 신뢰의 토대인 공정의 가치와 최소한의 양심일 것이다.

이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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