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건설에서 교체로]⑨英 "새로 짓기 보다 수리 먼저"…선진국, 인프라 수명연장 사활
2026.07.15 06:30
민간 자본·국부펀드로 재원 확충
성능개선충당금 적립, 한국은 1곳뿐주요 선진국은 경제성장기에 집중 공급된 인프라 노후화에 대비해 일찌감치 재원 조달과 자산관리체계를 제도화했다. 인프라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을 정부 부처가 아닌 전담 기구가 정하고 부족한 예산은 민간 자본을 끌어와 보완한다. 또 신규 건설 대신 기존 시설 수명을 늘리는 데 투자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인프라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독립이다. 영국은 2015년 독립 자문기구인 국가인프라위원회(NIC)를 세워 10~30년 뒤 인프라 수요를 평가해 정부에 권고하게 했고 2016년에는 인프라사업청(IPA)을 만들어 주요 사업 자금조달과 민간투자 지원, 성과 평가를 맡겼다. 지난해 4월 두 기구를 합쳐 국가인프라·서비스전환청(NISTA)을 출범했다. 장기 전략 수립과 사업 집행 관리를 통합한 것이다.
호주는 독립 법정 기구인 인프라스트럭처 오스트레일리아(IA)가 연방예산 2억5000만호주달러(약 26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사업 타당성을 검증하고 투자 우선순위 목록을 만들어 정부에 권고한다. 2008년 설립 후 두 차례 정권 교체를 거치는 동안에도 이 기구는 유지됐다. 미국은 연방허가개선운영위원회(FPISC)를 통해 여러 부처에 얽힌 인프라 사업 절차를 통합 관리한다. 선거 등 단기적인 정치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일관된 투자를 진행한다.
투자 방식은 사후 복구에서 예방적 유지보수로 바뀌었다. 영국은 지난해 '인프라 10년 전략'을 통해 '새로 짓는 것보다 고치는 게 먼저'라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붕괴 위험 단계에 이른 병원·법원·학교 보수에 매년 90억파운드(약 18조원) 규모 전용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일본은 2013년 '인프라장수명화기본계획'을 수립했고 2021년 제2기 계획에서 생애주기비용(LCC) 관리를 의무화하며 수명 연장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도 2012년 MAP-21 법으로 고속도로 예산 절반 이상을 주요 도로 유지보수·개선에 쓰도록 했다.
나랏돈으로 모자란 부분은 민간 자본과 국부펀드로 충당한다. 미국은 2021년 인프라투자고용법(IIJA)으로 1조2000억달러(약 1816조원)를 확보했고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금융 장치도 마련했다. 1998년 도입한 교통 인프라 금융혁신법(TIFIA)이다. 도로·교량 등 대형 교통사업에 총사업비의 최대 49%(통상 33%)를 미 국채 금리 수준의 고정금리로 빌려준다. 만기는 완공 후 최장 35년이고, 완공 후 5년까지는 상환을 미룰 수 있다.
영국은 2021년 공적자금 220억파운드(약 44조원)로 인프라 투자은행(UKIB)을 세운 데 이어 2024년 자본 58억파운드(약 12조원)를 더 넣어 국부펀드(NWF)로 확대 개편했다. 일본은 동일본대지진과 집중호우를 계기로 2013년 국토강인화기본법을 만들면서 민간자금(PPP·PFI) 활용을 기본 방침에 담았다. 지자체가 방재·노후 대응 사업을 벌이면 사업비 전액을 지방채로 조달하게 하고, 원리금의 70%를 국가가 교부세로 메워주는 특례 지방채도 함께 운영한다.
한국은 노후 인프라 개선 재원으로 성능개선충당금을 적립하도록 2020년 제정한 기반기설관리법에 정해 놨다. 도로·상하수도·댐 등 기반시설을 관리하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이 미리 돈을 쌓아 두라는 취지다. 하지만 공공관리주체인 전국 300여곳 가운데 실제로 적립한 곳은 한국수자원공사가 110억원으로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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