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게이츠재단 기부 20년만에 중단하기로
2026.07.15 06:43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AP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의 자선재단에 대한 기부를 전격 중단했다. 이는 빌 게이츠가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유착 관계를 상세히 밝힌 지 불과 몇 주 만에 나온 결정이다.
14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은 이날 발표된 버크셔해서웨이의 수십억 달러 상당 주식 기부 대상 목록에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이름이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버핏은 지난 2006년, 자신의 평생 동안 버크셔해서웨이 지분을 당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매년 기부하겠다고 "되돌릴 수 없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지난 20년간 버핏이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금액만 해도 47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버핏은 이번 결정을 통해 남은 주식을 게이츠 재단이 아닌, 자신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4개의 자선재단에 나누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95세인 버핏은 성명을 통해 향후 8년에 걸쳐 남은 주식을 모두 처분할 계획이라며 "물론 인간의 수명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의 남은 주식은 어떻게든 2034년 12월 31일까지 이 4개 재단에 기부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버핏은 이번 기부 중단 성명에서 게이츠나 엡스타인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버핏은 지난 3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 스캔들이 터진 이후 "그 전말이 밝혀진 이후로 빌 게이츠와 단 한 번도 대화하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내가 무언가를 알게 되어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되는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다"며 게이츠와의 거리두기를 명확히 했다.
앞서 미 법무부가 지난 1월 관련 문서를 공개하면서 게이츠와 엡스타인의 유착 관계가 세상에 드러났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및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되어 뉴욕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201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게이츠는 지난 6월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증언했다.
공개된 청문회 녹취록에 따르면 게이츠는 지난 2011년, 게이츠 재단의 핵심 사업인 글로벌 보건 분야를 위해 수십억달러의 기금을 모금해 줄 수 있는 인물로 엡스타인을 소개받았다고 해명했다.
게이츠는 청문회에서 "당시 엡스타인이 과거 법적 문제를 겪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가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만남이 성사되기 3년 전인 2008년, 엡스타인은 이미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게이츠는 "애초에 엡스타인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그와 관계를 맺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었음을 깨달았다"라며 후회했다.
버핏은 한때 게이츠 재단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두 사람은 2010년 전 세계 슈퍼리치들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공동 설립하며 전 세계 기부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게이츠 재단은 설립자들의 개인사로 끊임없이 흔들려왔다. 빌과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 부부는 27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2021년 이혼했다.
한편, 게이츠 재단 측은 BBC에 보낸 성명을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재단의 활동을 지원해 준 워런 버핏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 재단은 재정적으로 매우 튼튼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가 약속한 2000억달러(약 298조원)의 기금을 바탕으로 오는 2045년까지 예정된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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