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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아카데미하우스, 복합문화공간으로 단장

2026.07.15 03:02

과거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공간
폐허처럼 방치됐던 곳을 지난달
‘더숲 아카데미하우스’로 개관
더숲아카데미하우스는 지난달 16일 서울 강북구 일대에서 정식 개관했다. 사진은 본관 4층에 전시된 미술품과 서적들 모습.

서울 강북구 북한산 자락에 아카데미하우스가 있다. 회색빛 외벽과 완만한 계단, 숲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이곳이 한때 한국사회의 대화와 교육, 민주화운동의 현장이었음을 웅변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정식 개관한 ‘더숲 아카데미하우스’(더숲)는 폐허처럼 방치됐던 옛 아카데미하우스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되살린 곳이다.

최근 이곳을 찾아 본관 안으로 들어서자 호텔 로비의 분주함 대신 책과 나무, 낮은 조도의 조명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숙소는 ‘북스테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단순히 잠만 자고 가는 호텔이 아니라 책을 읽고 머물며 쉬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층마다 독서와 사색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고 4층 북카페는 방문객이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쉼터로 꾸며졌다.

이곳의 역사는 강원용(1917~2006) 목사가 이끈 크리스천아카데미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목사는 한국교회가 사회와 대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크리스천아카데미를 세웠고 아카데미하우스는 그 활동의 거점이었다. 군사독재 시기 산업화가 한창일 때,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지식인 종교인이 이곳에서 사회 문제를 놓고 토론했다. 1979년 ‘크리스천아카데미 사건’을 거치며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탁무권 더숲 대표.

탁무권(69) 더숲 대표는 이곳을 “사람이 쉴 수 있는 여백이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운영비와 인건비가 필요하지만 돈을 우선으로 하는 방식으로 이 공간을 운영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수익률을 극대화하기보다 사람이 머물고 관계가 회복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탁 대표는 공간이 사람을 바꾼다고 했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도 사람을 만든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장 곳곳에는 효율보다 여백을 택한 흔적이 보였다. 판매용 책을 두거나 다른 영업을 할 수 있는 공간 대신 사람이 쉴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을 우선 배치했다. 소파와 테이블이 곳곳에 놓였다. 빠르게 소비하고 떠나는 동선이 아니라 천천히 머물도록 설계됐다.

건물 역시 새로 짓기보다 가능한 한 남기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했다. 북한산국립공원 안에 있어 외형을 크게 손댈 수 없는 조건도 있었지만 탁 대표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었다. 그는 “고향에 돌아가도 흔적이 사라져 이방인처럼 느끼는 시대”라며 “이곳은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 자체가 최고의 기획”이라고 말했다. 팔모정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아카이브가 마련됐다. 크리스천아카데미가 남긴 역사와 인물, 이 공간을 거쳐 간 시대의 흔적을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마주하도록 구성했다.

탁 대표는 더숲 아카데미하우스가 한국교회에 하나의 질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아카데미하우스가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종교의 벽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며 “이 공간이 기독교로 하여금 문화 영역에서 빗장을 풀고 정체성을 유연하게 확장하는 자극제가 된다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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