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영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스마트안경 vs AI감독관… 中 시험 부정행위 창과 방패 싸움
2026.07.15 00:16
적발 잇따르자 금속탐지기 등장
안경 빛 차단 차광패치까지 팔려
장비·수법 진화하며 암시장까지
CNN “시험 중심 사회의 한 모습”
안경 빛 차단 차광패치까지 팔려
장비·수법 진화하며 암시장까지
CNN “시험 중심 사회의 한 모습”
중국 대학에서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대학이 금속탐지기를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를 회피하기 위한 장비와 수법이 진화하면서 암시장까지 형성됐다. 시험 부정행위를 둘러싸고 ‘창과 방패의 싸움’ 같은 AI 기술경쟁이 전개되는 셈이다.
광둥성 광저우의 화난농업대학은 지난 1일 치른 학부 기말고사에서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여러 건 적발해 엄중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스마트안경과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초소형 이어폰 등 전자기기를 반입하기만 해도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부정행위로 간주해 0점 처리한다고 공지했다.
수험장에선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학생들의 안경과 귀 주변을 검사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해 고개를 좌우로 자주 돌리거나 손을 책상 아래에 둔 채 고개를 숙이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중국신문주간의 지난 9일 보도에 따르면 화난농업대학의 한 학생은 “스마트 안경을 사용해 부정행위를 하는 친구들이 예상보다 많았다”면서 “3000위안(약 66만원)에 판매되는 R사의 AI 스마트안경이 부정행위에 주로 사용된다”고 증언했다. 화난농업대학은 이번 부정행위 적발 이전에는 수험장에서 보안 검사를 거의 하지 않았고 책가방을 교단 앞에 놓기만 하면 됐다. 한 스마트안경 대여업자는 “대학 기말고사 기간에 스마트안경 대여가 피크를 이뤘다”며 “3일간 대여비용은 약 200위안(4만4000원)”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도 대학입학시험 ‘가오카오’와 공무원시험 등 주요 시험에선 스마트기기 반입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입장 시 소지 여부를 검색하고 시험 중에도 부정행위 여부를 감시하지만, 대학은 상대적으로 시험 관리가 엄격하지 않다. 일부 학생이 이 틈을 노려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허난성 쉬창학원, 후베이성 후베이공업대학과 후베이제2사범대학 등 최소 20개 대학에서 시험 부정행위 적발 사실을 공식 통지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스마트안경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가에서 초소형 카메라나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는 오래된 수법이다. 지난달 호주 시드니대학에서 발생한 중국인 유학생의 부정행위가 그 사례다. 호주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 유학생은 시험 중에 단추로 위장한 초소형 카메라로 촬영한 시험지를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시험 통과가 너무나 쉽다고 자랑했다. 시험 문제를 외부로 전송한 뒤 귓속 초소형 이어폰으로 정답을 전달받는 명백한 불법행위여서 파문이 컸다.
스마트안경은 초소형 카메라보다 발각이 더 어렵다. 정답을 안경 렌즈에 투사하거나 안경다리의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전달받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이 AI 스마트안경이다. 이 안경은 착용한 채 시험 문제를 보기만 해도 잠시 후 AI가 풀어낸 답안이 안경렌즈에 투사된다. 홍콩과학기술대 연구진이 스마트안경을 챗GPT와 연결해 실험한 결과, 착용자는 전체 평균인 72점보다 훨씬 높은 92.5점의 평균 점수로 상위 5등 안에 들었다.
일부 스마트안경은 자체 유심칩을 장착해 스마트폰과 연결하지 않아도 통신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의 수험장 반입을 막아도 부정행위가 가능한 것이다. 손가락에 끼는 작은 스마트링이나 간단한 고갯짓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해 감독관의 눈을 피하기도 쉽다.
대학들은 뒤늦게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감독과 처벌 강화에 나섰다. 일부 대학은 엑스레이 검색대나 휴대용 금속탐지기를 도입했다. 안경테가 지나치게 두껍거나 고개를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면 감독관이 부정행위 여부를 조사하게 하는 등 새로운 시험관리 규정도 마련했다.
암시장에선 대학의 감시·감독을 피하기 위한 ‘반감독’ 용품과 수법이 대거 등장했다. 가장 간단한 제품은 촬영·검색 기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스마트안경에서 나오는 빛을 차단하는 차광 패치다. 인기 있는 제품은 월 6000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금속탐지기에 걸리지 않도록 스마트안경에 내장된 금속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 부품도 등장했다.
보안·검색용품 업계는 이런 꼼수도 무력화할 수 있는 ‘반감독’ 대응 장비들을 내놨다. 금속탐지기로 탐지할 수 없는 밀리미터급 초소형 전자부품도 찾아내는 탐지기, 대기 중인 스마트안경이 발신하는 약한 블루투스 및 무선통신 신호를 포착하는 장비 등이 대표적이다. 수험장을 CCTV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 행동을 포착하면 감독관에게 알려주는 AI 시험장관리 시스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는 전 세계적 문제이지만, 중국처럼 학업에서 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국에서도 극성을 부릴 수 있다. 이미 지난 5월에 토익 정기 시험에서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고 부정행위를 한 응시자 2명이 각각 적발됐다. 미국 CNN은 지난달 “AI안경이 시험 부정행위를 조장하고 있다. 시험에 집착하는 아시아가 그 중심지”라면서 “동아시아의 시험 중심 사회에선 단 한 번의 시험이 학생의 미래 진로와 사회적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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