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무너지고 ‘여기’만 날았다…두 달 새 시총 6500억달러↑”
2026.07.14 22:18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반도체와 클라우드 관련 대형 기술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애플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재평가받으며 시가총액이 두 달 새 약 6500억달러(약 975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317.31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새로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기록한 저점(275.15달러) 이후 약 16% 반등했고, 시가총액도 4조6600억달러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반도체 업종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10%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 나스닥100 지수는 0.3%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애플 주가 상승률은 17%로 ‘매그니피선트7(M7)’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수익성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실적 안정성이 높은 애플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 스트래티직 파트너스의 마크 브론조 최고투자전략가는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애플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애플은 신형 시리 개발 지연 등으로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AI 투자 부담이 적다는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애플 역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라는 부담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회사는 지난달 25일 맥과 아이패드, 홈 기기 가격 인상을 발표했으며, 이 발표 직후 주가는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애플은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반도체 업체 두 곳으로부터 중국 판매용 기기에 사용할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허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의 새믹 채터지 애널리스트는 지난 7일 투자자 노트에서 “애플은 과거에도 가격을 인상했지만 판매량은 계속 확대돼왔다”며 가격 인상이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오는 9월 공개가 예상되는 폴더블 아이폰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협력업체들에 올해 폴더블 아이폰 생산 목표를 기존 700만~800만대에서 약 1000만대로 확대해 준비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실적 개선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매출은 약 15%, 순이익은 17% 증가해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사상 최대인 1400억달러로 전년보다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애플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4배로 테슬라를 제외한 M7 가운데 가장 높으며, 애널리스트 매수 의견 비율도 61%로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엔비디아(90%)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보다 ‘AI 투자로 실제 이익을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막대한 현금창출력과 안정적인 실적을 갖춘 애플이 단기적인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계속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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