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영끌'도 사치"…치솟은 집값, 막힌 대출에 청년층 한숨
2026.07.11 18:22
서울 매매·전세·월세 동반 상승…중저가 지역까지 가격 압박
KB국민은행, 주담대 한도 6억→3억 축소…생애최초도 영향
정부, 부동산 대토론회 예고…실수요 대출 완화·공급 해법 쟁점
서울 노원구의 투룸 빌라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 30대 맞벌이 직장인 K씨 부부는 최근 내 집 마련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모은 돈 2억5000만원에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을 보태 인근 아파트를 매수하려 했지만, 6억원 전후였던 인근 '국민평형' 전용면적 84㎡ 아파트 가격이 최근 1년 새 7억5000만원에서 8억원 수준까지 오른 탓이다.
더 큰 문제는 대출이었다. K씨 부부는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자금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은행 자체 규제 강화로 실제 대출 한도가 3억원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양가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은 돈과 대출을 더해도 매매 자금을 맞추기 어려워진 K씨는 결국 월세 계약 연장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노원 외 다른 지역은 가격이 더 높아 엄두를 내기 어렵다"며 "집값과 월세는 오르는데 대출은 줄어드는 상황이라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매매·전세·월세 동반 상승…커지는 주거 불안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이어가고 있지만 서울 주택시장의 상승 압력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매매 가격뿐 아니라 전세와 월세까지 함께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 현상이 이어지면서 청년층과 서민의 주거 불안도 커지는 분위기다. 임차 시장에서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가 매매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라는 이중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토지거래 허가 신청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체 아파트 토지거래 허가 신청 평균 가격은 전달보다 2.67% 올랐다. 지난해 10월15일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반면 지난달 아파트 토지거래 허가 신규 신청 건수는 5382건으로 전달보다 10.9% 줄었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가격은 오르는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가격 상승은 매매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올해 1~5월 3.58% 올라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월세도 같은 기간 3.37% 상승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역시 3.81% 올라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주간 조사 기준으로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올해 7월 첫째 주까지 모두 5.24% 올랐다. 특히 성북구, 강서구, 구로구, 관악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등 기존에 중저가 지역으로 분류되던 곳에서도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노원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격 상승률도 높게 나타났다.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오르자 매수로 전환하려는 실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대출 문턱까지 높아져…정부 대책 내놓을까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은행 자체 재원으로 취급하는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도 이 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결국 타격은 청년층과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등 상대적으로 현금 보유 여력이 크지 않은 실수요자들이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 대출 한도까지 줄어들면 필요한 자기자본 규모가 크게 늘고, 결국 매수 계획을 미루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 투기 수요와 실거주 수요를 구분한 부동산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시장 불안을 의식해 대책 논의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오는 14일 공급, 15일 금융, 16일 세제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연 뒤,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거듭된 규제에도 서울 주택시장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공급 확대와 금융 규제 조정, 세제 개편 방향이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야권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하지 않으면 '답정너(답이 정해진) 토론회'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과 전문가를 내세워 세금 폭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속셈을 모를 국민은 없다"며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책임은 감춘 채, 세금 인상이라는 이미 정해진 결론에 국민을 들러리 세우려는 알리바이 만들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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