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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놀이로 시작해 사상이 된다"

2026.07.11 16:06

'혐오는 어떻게 구호가 되었나? - 청소년 혐오문제 개선을 위한 집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들최근 배재고 야구부 응원 과정에서 불거진 혐오 구호 논란을 두고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 몇 명의 일탈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 비하 성격을 가진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대표 선수가 6일 전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에서 사과문을 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전문가와 교사, 학부모들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밈(Meme)과 또래문화 속에서 혐오를 놀이처럼 익히고 있지만, 그 뿌리는 경쟁과 차별, 사회적 양극화가 일상이 된 우리 사회에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들을 처벌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민주적 공동체를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와 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 행재정혁신센터, 교육대개혁국민운동 서울본부, (사)공공시민은 지난 9일 온라인(ZOOM)에서 '혐오는 어떻게 구호가 되었나? - 청소년 혐오문제 개선을 위한 집담회' 를 열었다.

이날 집담회는 배재고 응원 논란을 계기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온라인 밈과 결합해 놀이처럼 확산되는 혐오문화의 실태를 진단하고,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갈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전국의 교사와 학부모, 시민사회 활동가 등 50여 명이 참가를 신청했고, 45명 안팎이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밤 10시 30분까지 토론을 이어갈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회는 박동찬 경계인의목소리연구소 소장이 맡았으며,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가 주제 발표를 했다. 토론에는 청소년시민전국행동 공동대표 성령, 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 박성아 부지회장, 인하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 김창완 교감이 참여했다.

"배재고 사건은 빙산의 일각... 이미 학교와 온라인에 퍼져 있던 혐오"

첫 발표에 나선 우석훈 교수는 배재고 응원 논란을 "갑자기 생긴 사건이 아니라 이미 5~10년 전부터 학교와 온라인 공간에서 이어져 온 혐오문화가 수면 위로 드러난 첫 사례"라고 규정했다. 우 교수는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도 젊은 세대의 보수화와 극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은 압축성장 사회의 특성 때문에 변화가 훨씬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의 10대들은 정치적 양극화와 온라인 문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한 세대"라고 말했다.

그는 "교실에서는 특정 지역과 여성, 중국인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 표현이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다"며 "'노무현 놀이'나 중국 혐오 등은 정치적 의견이 아니라 특정 집단을 조롱하고 배제하는 혐오문화"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상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혐오 표현과 혐오 범죄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도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합의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10대들의 극우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이라며 청소년 우울감과 자살률 증가, 경쟁 중심 사회가 혐오를 키우는 토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청소년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 아이들만 탓해선 안 된다"

첫 토론자로 나선 청소년시민전국행동 공동대표 성령은 "청소년 극우화라는 말로 청소년 전체를 문제 집단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배재고 사건은 특정 학생 몇 명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결과이며 청소년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이 놀이처럼 퍼지는 배경에는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운동부의 강한 위계문화도 문제를 키운 원인으로 꼽았다. 성령 공동대표는 "평등한 관계였다면 후배가 선배의 혐오 표현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겠지만 운동부 문화에서는 쉽지 않다"며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법 제정 등 사회가 차별과 혐오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은 감정, 배려는 선택... 참여형 교육으로 바뀌어야"

박성아 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 부지회장은 "같은 온라인 환경에서도 어떤 학생은 혐오 표현을 사용하고 어떤 학생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가정과 학교, 또래문화, 사회문화가 함께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장난의 기준은 함께 웃을 수 있는가에 있다"며 "당하는 사람이 웃지 못한다면 그것은 장난이 아니라 상처이고 혐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상 시청 중심의 일회성 예방교육으로는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실제 사례를 토론하고 스스로 성찰하는 참여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공감은 감정이지만 배려는 선택"이라며 "상대를 존중하는 행동은 교육을 통해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부 문화와 경쟁 구조도 함께 바꿔야"

김창완 인하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 교감은 "배재고 사태를 청소년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기보다 운동부 문화와 과도한 경쟁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300여 명의 고교야구 선수 가운데 실제 프로 지명을 받는 선수는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극심한 경쟁 속에서 상대를 흔들기 위한 왜곡된 응원 문화가 형성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돌봄과 회복의 책임을 나누고, 아이들에게 경쟁뿐 아니라 실패를 통해 다시 일어서는 경험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토론에서도 공동체 회복의 중요성이 이어졌다.

민들레학교 장희숙 교사는 "혐오는 놀이로 시작해 사상이 된다"며 "교실에서 혐오를 방관하지 않는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은 학부모는 "학교와 가정이 서로 책임을 미루기보다 아이들이 또래 안에서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시구 교사는 "학생을 믿는다고 하면서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며 교사의 자율성과 학교 공동체 회복을 강조했고, 김학윤 교사는 "처벌 강화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토론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학교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집담회를 마무리하며 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는 "혐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 해결 또한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며 "후속 토론회와 정책 제안, 현장 실천을 이어가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청소년의 존엄과 민주적 공동체를 회복하는 사회적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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