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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아이폰 설계 훔쳤나…파트너였던 애플·오픈AI, 이젠 법정으로

2026.07.11 16:45

애플, 오픈AI·전직 임직원 상대로 美 법원 제소
“미공개 제품·회로기판·공급망 자료 빼냈다” 주장
조니 아이브 스타트업 ‘io’도 피고 명단 포함
오픈AI “타사 영업비밀에 관심 없다” 반박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22년 12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TSMC 반도체 생산시설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애플은 지난 10일 오픈AI가 자사 하드웨어 영업비밀을 탈취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FP]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한때 인공지능(AI) 협력 파트너였던 애플과 오픈AI가 법정에서 맞붙게 됐다. 애플이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상대로 “하드웨어 영업비밀을 훔쳐 갔다”며 대형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애플을 상징하는 디자이너였던 조니 아이브의 스타트업까지 피고 명단에 오르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오픈AI와 오픈AI로 이직한 전직 애플 임직원 2명 등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 북부지법에 냈다.

애플이 문제 삼은 인물은 탕 유 탄 오픈AI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와 창 리우 전 애플 선임 시스템 전기 엔지니어다. 탄 CHO는 애플에서 24년간 근무하며 아이폰과 애플워치 제품 디자인을 담당한 부사장 출신이다. 리우는 애플에서 8년간 전기 엔지니어로 일했다.

애플은 소장에서 이들이 애플 내부 기밀 자료를 무단으로 확보한 뒤 오픈AI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특히 리우가 지난 1월 오픈AI에 합류한 뒤에도 애플 업무용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았고, 인증 취약점을 이용해 애플 내부 저장소에 접근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제품 정보와 회로기판 제조 관련 파일 등 수십 건의 기밀 자료를 내려받았다는 게 애플의 주장이다.

탄 CHO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애플은 탄 CHO가 퇴사 전 공급망 관련 자료와 업계 요약 문서를 개인 이메일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아이폰, 애플워치, 맥북 등 핵심 하드웨어의 설계·제조 노하우가 오픈AI 하드웨어 사업에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애플 로고. [로이터]


애플의 표현은 강했다. 애플은 소장에서 오픈AI가 기술 직원부터 최고하드웨어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조직 여러 단계에서 애플 기밀을 빼냈다며 “오픈AI가 이제 갓 시작한 하드웨어 사업은 불법적으로 훔친 영업비밀에 의존해 그 핵심부터 썩은 불안정한 기반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또 탄 CHO가 오픈AI 채용 면접 과정에서 애플 재직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캐묻고, 실물 부품을 가져와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오픈AI 입사가 결정된 인력에게 이직 사실을 숨기고 애플에 최대한 오래 남아 있으라고 지시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애플은 자사에서 오픈AI로 옮긴 인력이 400명을 넘는다고도 밝혔다.

이번 소송에는 조니 아이브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세운 기업 ‘io’도 포함됐다. 아이브는 아이폰, 아이맥, 맥북 등 애플의 대표 제품 디자인을 이끈 상징적 인물이다. 오픈AI는 지난해 io를 65억달러, 약 9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애플이 io까지 겨냥한 것은 오픈AI의 하드웨어 진출을 정면으로 문제 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오픈AI는 챗GPT를 넘어 AI 전용 기기 개발을 추진해 왔고, 아이브와의 결합은 그 상징적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애플 입장에서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이후의 AI 기기 시장에서 새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두 회사의 관계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우호적이었다. 애플은 2024년 새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GPT 모델을 통합하기로 했다. 당시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부사장은 오픈AI를 ‘선구자이자 시장 선도자’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6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네 센터에서 열린 스노우플레이크 서밋 2025에서 연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그러나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애플은 음성비서 ‘시리’에 적용할 AI 모델로 구글의 ‘제미나이’를 선택했고, 오픈AI는 io 인수를 통해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파트너였던 양사가 AI 기기 시장에서 경쟁 관계로 바뀐 것이다.

최근 빅테크 업계에서는 AI 모델 경쟁이 스마트폰, 웨어러블, 전용 AI 단말 등 하드웨어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소비자가 어떤 기기를 통해 AI를 쓰느냐가 플랫폼 지배력과 직결되는 만큼, 애플과 오픈AI의 충돌도 단순한 영업비밀 분쟁을 넘어 차세대 AI 기기 시장의 주도권 다툼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소송 전 오픈AI 측에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 기밀 자료를 모두 폐기하라고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법원에는 탈취한 영업비밀의 사용 중단과 폐기, 손해배상을 명령해 달라고 청구했다.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오픈AI의 하드웨어 개발 일정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문제가 된 기술이 차기 기기 설계에 반영됐다고 판단되면, 오픈AI는 제품 디자인을 다시 손봐야 할 가능성도 있다.

오픈AI는 즉각 반박했다. 오픈AI는 애플의 소송 제기와 관련해 “우리는 다른 회사의 영업 비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전 세계 인류에게 힘을 실어주는 혁신 기술 개발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여성이 지난 1일 중국 상하이 쉬후이구의 한 쇼핑몰에 있는 애플스토어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


시장에서는 이번 소송이 양사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파올로 페스카토레 PP포사이트 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애플은 오픈AI가 파트너에서 경쟁자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오픈AI도 아이폰 의존을 줄이고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며 “의혹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이번 소송은 오픈AI의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지연시키고 양사 간 파트너십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애플 출신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마크 렘리 스탠퍼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소송에 대해 “매우 큰 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경쟁사 직원 채용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기밀 자료 반출과 사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고 봤다.

외신은 이번 사건을 ‘블록버스터급 소송’으로 부르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과 생성형 AI 시대의 대표 기업 오픈AI가 하드웨어 시장을 놓고 정면충돌했기 때문이다. 법정 공방의 결론에 따라 AI 기기 경쟁의 속도와 판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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