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검은강’ 하메네이 장례식…이란이 드러낸 진짜 의미[디브리핑]
2026.07.11 13:00
핵보다 호르무즈 통제권…전쟁 생존 위한 새 협상 카드로
中 등 ‘우호국’엔 통행 특혜 시사…호르무즈 새 질서 구축 나서
디브리핑(Debriefing:임무수행 보고): 헤럴드경제 국제부가 ‘핫한’ 글로벌 이슈의 숨은 이야기를 ‘속시원히’ 정리해드립니다. 디브리핑은 독자와 소통을 추구합니다. 궁금한 내용 댓글로 남겨주세요!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은 단순한 국가 추모 행사가 아니었다. 테헤란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조문객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이슬람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던 시도는 실패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장례식이 전쟁을 버텨낸 이란이 ‘생존’을 새로운 협상력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한다. 핵 문제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중동의 새 질서를 만들겠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앞으로 핵 협상보다 호르무즈 해협의 지배력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것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미국은 60일 휴전을 계기로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외교 협상을 재개하려 했지만, 실제 협상의 중심은 고농축우라늄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했다.
이란 정부는 전쟁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영구적인 전략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해협 주변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국제사회가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휴전과 함께 체결된 양해각서(MOU)에 따른 최종 협상 시계도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 공백 속에서 협상의 주도권은 오히려 이란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알렉스 바탄카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제적 자산이 아니라 정치적 정당성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이 원하는 것은 통행료 수입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호르무즈는 이란의 해협’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르시아 속담을 인용하며 “왜 다이아몬드를 막대사탕과 바꾸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란의 계산법에서는 다이아몬드는 호르무즈 해협이고, 막대사탕은 제재 해제와 해외 동결자산이다.
이란 지도부도 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의 가장 강력한 전략적 수단이며 신이 내린 축복”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들은 이란이 핵협상보다 먼저 전쟁의 성과를 제도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전문가인 앨런 에어 전 미국 외교관도 “이란의 목표는 핵이 아니라 호르무즈 통제권을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행 체계와 협력 메커니즘, 각종 서비스 요금 등을 통해 영향력을 고착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정치와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또 다른 군사 충돌을 원하지 않는 만큼 미국이 오히려 더 협상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에어 전 외교관은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빨리 끝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시간은 자기들 편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미국을 계속 압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직 미국 중동 협상가인 애런 데이비드 밀러 역시 미국의 군사작전이 이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이룬다는 것은 애초부터 환상이었다”며 “이란은 호르무즈에서 새로운 질서가 굳어졌다고 판단하기 전까지 핵 문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군사력과 해상 봉쇄 위협도 호르무즈에서 이란의 입지를 흔들지 못했다”며 “이란은 결코 호르무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미리트정책센터(EPC)의 입탐 알 케트비 소장도 미국이 전쟁을 끝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일시적 압박 수단을 넘어 이란의 지속적인 협상 카드로 격상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이 상당 부분 이란이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최근 중국 등 우호국에는 특별한 통행 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이란 대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는 서비스 요금을 부과할 것”이라면서도 중국과 다른 우호국에는 통행료 수준과 방식에서 특별한 배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단순한 해상 통로를 넘어 외교적 영향력과 지정학적 협상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걸프 국가들 역시 안전한 통항을 보장받기 위해 이란과 일정 수준의 타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중동전쟁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