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애플, 오픈AI에 결국 칼 빼들었다
2026.07.11 11:36
"기밀파일 무단 반출·협력업체 정보 유출"
애플은 10일(현지시간) 오픈AI와 오픈AI로 이직한 전직 애플 임직원 2명 등을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 북부지법에 영업비밀 침해 등 소송을 냈다.
소송 대상에는 애플에서 24년간 근무한 뒤 오픈AI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로 자리를 옮긴 탕 유 탄과 전직 선임 시스템 전기 엔지니어 창 리우가 포함됐다.
애플은 리우가 지난 1월 오픈AI에 합류한 뒤에도 애플 소유의 업무용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고 내부 저장소에 접속해 미공개 제품 정보와 회로기판 제조 관련 기밀 파일 수십 개를 내려받았다고 주장했다.
탄 CHO에 대해서는 퇴사 전 공급망과 업계 동향과 내부 산업 분석 자료 등이 담긴 문서를 개인 이메일로 옮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자신들이 수십년간 수천억달러를 투자해 개발한 아이폰·애플워치·맥북 등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사양과 제조 공정, 공급망 전략 등 지식재산권(IP)이 오픈AI 측에 무단 도용됐다고 주장했다.
또 탄 CHO가 오픈AI 채용 과정에서 애플 재직자들에게 내부 정보와 실물 부품을 가져와 달라고 요구하고, 입사가 결정된 직원들에게도 이직 사실을 숨기고 애플에 최대한 오래 남아 있으라고 지시했다 게 애플 측의 주장이다. 협력사에는 애플의 허락을 받은 것처럼 접근해 금속 마감 기술 등을 확보했다는 내용도 소장에 담겼다.
애플은 소장에서 지난 2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오픈AI에 자사의 기밀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고 논의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400명이 넘는 애플 출신 직원이 오픈AI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들이 애플 영업비밀에 접근했던 인물이라는 점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애플은 "과거 애플의 영업비밀을 맡았던 직원들을 고용했다고 해서 오픈AI가 그 정보를 하드웨어 사업을 시작하는 데 사용할 권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애플은 관련 영업비밀의 사용 중단과 자료 폐기, 손해배상을 법원에 청구했다.
법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줄 경우 오픈AI의 하드웨어 개발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플이 문제 삼은 기술이 차기 제품 설계에 반영됐다고 판단되면, 오픈AI는 해당 기술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다시 손봐야 할 수 있다.
이번 소송의 피고에는 조니 아이브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세운 하드웨어 기업 "io"도 포함됐다. 아이브 전 CDO는 아이폰과 맥북, 아이맥 등 애플의 대표 제품 디자인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오픈AI는 지난해 io를 65억달러, 약 9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애플과 오픈AI는 한때 협력 관계였다. 애플은 2024년 자사 인공지능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GPT 모델을 넣기로 했다. 당시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부사장은 오픈AI를 "선구자이자 시장 선도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후 양사의 관계는 빠르게 달라졌다. 애플은 음성비서 "시리"에 적용할 AI 모델로 구글의 "제미나이"를 선택했다. 오픈AI는 io 인수를 통해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애플과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인재와 기술 확보를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오픈AI와 애플이 하드웨어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픈AI는 애플의 소송 제기에 반박했다. 오픈AI는 "우리는 다른 회사의 영업 비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전 세계 인류에게 힘을 실어주는 혁신 기술 개발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양사의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파올로 페스카토레 PP포사이트 분석가는 로이터 통신에 "애플은 오픈AI가 파트너에서 경쟁자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오픈AI도 아이폰 의존을 줄이고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혹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이번 소송은 오픈AI의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지연시키고 양사 간 파트너십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신들도 이번 소송의 파장을 크게 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분야 1위 기업인 애플이 대표적인 AI 기업 오픈AI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블록버스터급 소송"이라고 표현했다.
마크 렘리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도 "매우 큰 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오픈AI가 애플 출신 직원을 대거 채용한 것 자체가 캘리포니아주에서 불법은 아니라고 짚었다. 실제로 직원들이 기밀 자료를 가져갔는지, 오픈AI가 이를 사용했는지가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5월 오픈AI도 애플을 상대로 소송 제기를 검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애플이 아이폰 등에 챗GPT 기능을 충분히 부각하지 않았고, 양사 통합 작업에도 소극적이었다고 오픈AI가 판단했다는 내용이다.
한때 AI 협력 파트너였던 애플과 오픈AI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법정에서 맞붙게 됐다. AI 모델 협업으로 시작된 관계가 하드웨어 시장 주도권과 인재 확보 경쟁 속에 정면 충돌로 번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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