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간 전
수업 중 "5·18 폭동" 선생님한텐 "꼴페미"… 일상 된 학교 내 혐오
2026.07.11 13:15
수업 공간까지 침투한 혐오… 교사는 민원 제기 우려
그래도 포기 않는 교사들… “교육적으로 할 수 있는 일 다 해야”
지난 3월 수업을 마친 중학교 교사 A씨는 학생들이 교실을 나오며 '짜장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알아보니 학생들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목소리를 합성해 만든 음악 '봉하반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중국집에 배달음식을 시킨다는 내용의 노래인데,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일베에서 나온 고인에 대한 모독·혐오를 놀이 문화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교·강사들은 학교에서 5·18민주화운동뿐 아니라 여성·장애인·외국인 등에 대한 혐오 발언이 일상화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배재고 야구부가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탱크데이"라고 혐오 발언을 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며, 이 같은 혐오 발언이 이미 학교 내에 뿌리 깊게 자리잡았다는 비판이다.
"피부 어두운 친구한텐 '니거' '흑인', 여성인권 얘기하면 '페미'"
현직 교사와 학생들은 극우·혐오 발언이 일상화됐다고 보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뿐 아니라 다수 학생이 일상적으로 혐오 발언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A씨는 "초등학교를 이제 졸업한 중학교 1학년 사이에서도 혐오 발언이 나온다"며 "특히 '북딱'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근거 없이 비방하는 일베식 발언이 자주 나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말들을 써온 것 같다"고 했다. 고등학교 교사 B씨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내란 사태 이후 전국적으로 극우적 주장과 발언이 확산됐고,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이 번졌다. 학생들 사이 극우·혐오 발언이 유행처럼 번졌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교사 C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홍어' 같은 특정 지역 비하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 지역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처럼 생각하는 것"이라며 "상대방을 비하할 때 말 끝에 '년'이라고 붙이는 등 여성에 대한 혐오는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교에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이 진행된 적 있는데, 선생님이 나가고 난 뒤 학생이 '꼴페미 아니냐'는 이야기를 해 처벌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D씨는 "또래 사이에서 혐오 발언은 일상적이다. 피부색이 어두운 친구들에겐 거리낌 없이 '니거'·'흑인'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학교에 다문화 가정 친구들도 적지 않지만 혐오 발언이 장난처럼 일상적으로 나온다"며 "여성 인권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때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페미'라고 비난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라고 했다. 전교조 조사결과 청소년 응답자 44.8%는 혐오 발언을 접한 뒤 상처받거나 기분이 나빴던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혐오 표현을 접하고도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친구들이 예민하다고 할까 봐(35.9%) △별일 아닌 걸로 보일까 봐(32.3%) △일이 더 커질까 봐(30.5%) 등이 꼽혔다.
수업에도 이어지는 혐오 "수업 시간에 '찢재명'"
문제는 수업 시간에도 혐오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교조 조사 결과 쉬는 시간·점심시간 중 학생들의 대화에서 이 같은 발언을 접했다는 교사가 77.3%로 가장 많았지만, 수업 중 발언(52.6%)이나 과제물·발표 자료(20.8%)에서도 문제적 표현이 나왔다. 혐오 발언이 사적 대화를 넘어 학습 공간에까지 들어왔다는 뜻이다. B씨는 "경상도 지역에 있는 학교가 아님에도 의도적으로 말끝에 '노'를 붙이는 일베식 말투를 쓰거나, 의견이 안 맞으면 '페미냐'·'장애인이냐'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한다. 관련 수업을 하면 수업 중 혐오 발언은 반드시 튀어나온다"고 털어놨으며 C씨는 "친일파 이완용에 대한 수업을 할 때, 이완용 암살 시도를 한 이재명 의사에 대해 설명하면 '찢재명' 같은 표현이 나온다"고 했다.
미디어교육 강사 남혜민씨는 "일베에서 나오는 표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 정확한 맥락을 모른 채 놀이문화처럼 인식하고 있다"며 "수업 시간에도 해당 단어의 문제나 심각성을 모르는 채로 정치적인 이슈나 사회적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여러 이슈를 토론하는 게 미디어교육의 목표인데, 공론장을 만들기가 너무 위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백성동 전교조 광주지부 대변인은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역사 교육을 받기 전부터 SNS에서 5·18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허위정보를 먼저 접하고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교육 시간 '폭동 아닌가'라는 꼬리 질문이 이어지니 교육이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교에서 혐오 발언을 제지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혐오 발언을 지적하면 항의 민원이 접수되는 등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B씨는 "교사가 학생에게 '혐오 발언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발언으로 간주되고, 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다"며 "과거 특정 정치인을 비판하는 뉴스 링크를 SNS에 올렸더니 '교사가 정치인에 비판적인 기사를 공유하고 있다'며 교육청 민원을 받았다. 이런 상황인데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윤리의식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D씨는 "선생님이 혐오 발언을 하는 학생에게 눈치를 주는 경우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제지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교사들 "그래도 해결책은 '교육' 통한 변화"
그럼에도 교사들은 '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씨는 매년 학생들과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를 교육한 뒤 긍정적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2020년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22명의 계엄군 사망 구분을 '전사'에서 '순직'으로 변경했다. 계엄군이 무장 폭동과 반란을 진압하는 중 사망한 것이 아니라 업무 중 사망했다는 뜻이다. C씨는 "현충원에서 계엄군 사망 구분이 변경된 이유 등을 교육하다 보니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비하나 혐오 발언은 잘 나오지 않는다"며 "공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인식 자체를 바꾸긴 어렵지만, 혐오 발언을 하지 않게 변화시킬 순 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교육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교육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사건에 대해 교육하고, 문제를 지적한다면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 E씨는 "고학년에게 욕설 지도를 할 때 욕설의 어원과 뜻에 대해 알아본다. 교육을 해보면 학생들은 욕설이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하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 본뜻과 어원을 알고 나면 충격을 받고 잘 안 쓰려고 한다"며 "혐오 발언에 대해 왜 그런 말이 나오게 됐는지,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알아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미 혐오 발언이 습관이 된 학생에겐 소용이 없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혐오 발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B씨는 학교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씨는 "선생님의 개별적 노력으로는 윤리교육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만약 수업 시간 혐오 발언을 한 학생에게 지적을 하면 '진도를 못 나간다'는 민원이 제기될 수도 있다"며 "결국 학교 차원에서 교사에게 혐오가 잘못됐다는 점을 교육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중학교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