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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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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첫 신라 특별전…맛으로도 느껴보세요

2026.07.11 00:37

프랑스서 사찰음식 선보이는 이용경 셰프
파리 기메박물관 내 한식당 '미소'를 운영하는 이용경 셰프. 김정훈 기자
프랑스 파리 16구에 위치한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은 유럽에서 가장 큰 동양미술 전문 박물관이다. 이곳에서 5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특별전 ‘신라: 환금과 신성. 신라 고대 왕국 보물’((Silla: l’Or et le Sacre. Tresors royaux de Coree)이 열린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전시로 천 년에 걸친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39개국과 경쟁 끝에 기메박물관 식당 입점
유럽 최초로 신라 문화를 단독으로 조명한 전시이자 기메박물관 역대 한국 전시 중 최대 규모의 전시가 한창인데, 덩달아 바빠진 사람이 있다. 기메박물관 내 지하 1층에 입점한 한식당 ‘한옥’의 이용경 셰프다. 신라 특별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한국과 파리를 오가며 그가 분주했던 이유는 사찰음식 메뉴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4월에 사찰음식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이 셰프는 “전시 관람을 위해 기메박물관을 찾는 분들에게 ‘신라의 맛’을 선보이면 어떨까 고민하다가 찬란했던 신라의 불교문화에서 ‘사찰음식’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4월 중순부터 시작된 메뉴 개발이 두 달 넘게 걸렸다. “그동안 한국의 저명한 스님들이 프랑스를 방문해 사찰음식을 선보이는 일회성 행사나 특별 프로그램은 더러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공수한 식재료들을 활용했죠. 저는 프랑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한 메뉴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죠.”

박물관 '신라' 전에 맞춰 개발한 사찰음식 메뉴. [사진 이용경]
이 셰프가 만든 사찰음식 한상은 뿌리채소된장밥, 완두콩냉국, 아스파라거스찹쌀전, 오이지무침, 연근깨무침, 버섯묵, 두부인절미 등이다. 된장은 요즘 파리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6월의 프랑스는 완두콩이 한창이라 완두콩을 쪄서 채수와 함께 갈아 냉국을 만들었어요. 팽이·표고·느타리·송이 등의 버섯을 이용해 쑨 묵은 프랑스 사람들이 워낙 버섯을 좋아해서 생각한 거예요. 두부도 프랑스인들이 좋아하고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식재료죠. 예전에 두부치즈를 만들어봤는데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현지 반응은 뜨겁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채식은 새로운 메뉴는 아니죠. 하지만 버섯묵 같은 음식은 처음이라 ‘질감 때문에 고기인 줄 알았다’ ‘버섯 향이 너무 좋다’ 등 감탄하는 소리가 많더군요.”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있었던 ‘르망 24시간(24 Heures du Mans)’ 레이스에 제네시스가 참가하면서 파리를 방문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한옥에 들러 식사 하고는 “기내식으로 추천한다”며 칭찬했다고 한다.

박물관 특별전에 맞춰 식당 메뉴까지 개발하는 이 셰프의 유난스러운 열정에는 이유가 있다. 20여 년 전 미술 유학을 왔다가 우연히 한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요리의 세계에 입문한 이 셰프는 파리 13구에서 ‘미소’라는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한편, 프랑스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행사에서 한식을 제공하는 케이터링 사업까지 하게 됐다. 그동안 한국정부기관은 물론 현대자동차·SK 등의 대기업 파리 행사 케이터링을 맡았고 BTS의 파리 공연 때도 케이터링을 담당했다. 당시 BTS 멤버 뷔가 SNS 라이브 방송에서 “이번 한식은 정말 맛있었다”며 “이런 한식을 매일 먹을 수 있다면 외국에서 하는 공연도 문제 없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는 17·18일 BTS 파리 공연의 케이터링도 이 셰프가 맡았다.

“솔직히 유학 오기 전에는 라면 하나도 제 손으로 끓여 본 적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라면 회사의 파리 행사에서 시연을 하죠.(웃음) 2003년에 유학 오고 우연히 한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김치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해본 적도 없으면서.(웃음) 당장 시장에 가서 배낭에 배추·무 담아와서 김치를 만들었는데 유학생들 사이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났죠. 제가 또 ‘왕언니’ 기질이 있어서 음식 만들어 동생들 퍼주는 게 신이 나더라고요. 사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셔서 집에 늘 손님이 많이 오셨어요. 그러면 엄마는 수십 명의 음식을 뚝딱 뚝딱 차려내셨죠. 300명분 삼계탕을 만드신 적도 있어요.(웃은) 그걸 보고 자라서인지 많은 분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케이터링 사업이 잘 맞았어요.”

BTS 파리 공연 때도 케이터링 담당
기메박물관 내 한식당은 ‘한옥’은 2024년 공개입찰을 통해 39개국 식당들과 경쟁한 끝에 입점했다. 전 세계 국립박물관 내 한식당이 메인 식당으로 입점한 것은 한옥이 처음이다. 입찰에 참가한 이들 중에는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셰프도 있고, 파리 시내에 식당을 7~8개나 가진 대기업도 있었다.

“음식은 문화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셰프는 기메박물관 야닉 린츠 관장의 신임과 함께 지하 1층 한식당과 3층 루프탑 등에서 달항아리·부채·서예 전시도 열고 떡볶이 등의 길거리 음식과 함께하는 디제잉 클럽을 여는 등 K컬처를 소개하는 다양한 행사도 열고 있다.

2년간 프랑스 한식문화협회장을 맡아 파리 시내에 우후죽순 늘어가는 한식당의 정체성을 지키고 프랑스 내 주류문화로 한식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이 셰프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것은 한식당을 열고 싶어 하는 중국인 외식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한식 교육이다. “중국이나 베트남 사람들이 한식당을 열면 ‘한식 이미지 나빠진다’ 비웃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그들에게 바른 한식 레시피를 교육해서 제대로 된 식당을 운영하게 하는 게 현명한 방법 아닐까요. 그들의 자본력을 식재료 유통 사업에도 끌어들이고, 외국인들에게는 한식당이 더 많이 눈에 띄도록 하고. 한식 글로벌 확산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이 셰프는 올 추석에는 ‘미소’ 창립 20주년을 맞아 비빔밥을 무료로 제공하는 큰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스타트업 업체들이 몰려 있어 ‘파리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스테이션F에 비빔밥·불고기덮밥 등을 파는 한식 자판기도 설치했다. “일단 먹어봐야 한식의 매력을 알 테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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