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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개고기’ 풍습, 올해 끝 역사 속으로 [.txt]

2026.07.11 09:02

강명관의 고금유사
고려 문헌, 조선왕조실록도 기록
수육·순대·찜 등 요리법 다양
식용 목적 도살 등 내년부터 금지
2017년 7월 초복을 맞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입구에서는 전국동물보호활동가연대 등 시민단체가 주최한 동물위령제가 열렸다. 사진은 축견의 넋을 위로한다며 참가자들이 준비한 제사상. 연합뉴스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개를 가축으로 기르면서부터 시작된 것일 터이다. 문헌적 증거는 고려 중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온다. 이규보가 지은 ‘슬견설’(蝨犬說)은 떠돌이 개를 몽둥이로 쳐서 죽이는 것을 보고 앞으로 개와 돼지의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어떤 사내와 그 다짐에 대해 반박하는 이규보의 대화를 싣고 있다. ‘슬견설’로 고려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개고기는 사시사철 먹지만, 복날이면 일부러 찾아서 먹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 풍습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역시 그 정확한 기원은 알 수가 없다.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자료는 ‘효종실록’ 즉위년(1649년) 8월19일에 실린 기록이 아닌가 한다. 이날 기사에 “우리나라 풍속에 여름철에 개고기를 삶거나 구워 먹는데, 그것을 가장(家獐)이라고 한다”는 말이 나온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가장’이란 말이다. 직역하면 ‘집노루’란 뜻이다. 개를 ‘집노루’라고 부르는 언어 관행은 16세기에 이미 있었다. 이문건의 ‘묵재일기’(默齋日記)에 이문건이 지인을 찾아갔다가 주인이 구워 주는 ‘가장’을 먹었다는 자료가 나온다(1552년 6월23일). 또 이문건의 지인들은 개고기를 먹는 가장회(家獐會)를 열기도 하였다(1556년 5월5일). 조선 시대에 개고기는 흔히 ‘가장’으로 불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효종실록’의 자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여름철에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여름철’이라고 한 것은 아마도 초복·중복·말복을 포함한 7, 8월일 것이다. 곧 효종 시기에 이미 복날 특별히 개고기를 찾아 먹는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효종실록’의 자료에서 또 유달리 흥미를 끄는 것은 개고기를 삶거나 구웠다는 말이다. 삶은 개고기는 요즘으로 치자면 ‘수육’이 아닐까. 시대가 약간 처지지만, 정조가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에게 올리는 잔칫상에는 ‘가장증’(家獐蒸), 곧 ‘개고기찜’이 포함되어 있다. 삶은 개고기인 수육과 개고기찜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데 개고기를 굽는다는 것은 조금 뜻밖이다. 무슨 양념을 발라 어떻게 굽는다는 것인가?

지난해 7월 북한 조선요리협회 중앙위원회의 주최로 ‘전국단고기(개고기)요리 경연-2025’가 평양에서 진행됐다는 소식을 조선중앙티브이(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티브이 화면 갈무리/연합뉴스

조선 시대 성균관에서 공부하는 유생들은 등록금, 기숙사비, 식비를 내지 않았다. 모든 것은 무상이었다. 어디 이뿐이랴. 복날이면 특식도 제공되었다. 윤기(尹愭)에 의하면, 초복에는 개고기 한 접시, 중복에는 참외 두개, 말복에는 수박 한개를 주었다는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개고기와 참외, 수박은 ‘복달임’ 음식이다.

원래 복달임은 국어사전에 의하면, ‘복이 들어 기후가 지나치게 달아서 더운철’이지만, 한편 ‘복날에 그해의 더위를 물리치는 뜻으로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개는 고기지만, 과일을 먹기도 한다. 곧 성균관에서 복날 유생에게 제공하는 개고기, 참외, 수박은 모두 복달임 음식인 것이다. 윤기는 성균관 유생에게 복달임 음식을 주는 풍습을 읊은 시에서 ‘개고기 볶음’(구초·狗炒)을 나눠 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유생들에게 초복이면 볶은 개고기 한 접시를 나눠 주었던 것이다. 개고기 볶음은 앞서 ‘효종실록’의 개고기구이와 같은 것인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이제까지 든 개고기 요리를 보건대 조선 시대의 개고기 요리법은 사뭇 다양했다. 오늘날 개고기 요리라면 먼저 개장국을 떠올린다. 아, 개장국은 20세기 후반에 와서는 보신탕, 영양탕, 사철탕 등으로 이름을 여러번 갈았다. 어쨌거나 개장국은 개고기의 대표 요리다. 하지만 조선 시대는 달랐다.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이 쓴 요리책 ‘음식디미방’을 보면, 개의 창자로 만든 순대(개장), 개고기로 만든 산적(개장꼬지누르미), 삶은 개고기에 양념한 국물을 부어 먹는 개장국누르미, 개의 내장과 갈비를 삶아서 먹는 개장찜 등 여러 조리법이 실려 있다. 그런가 하면 유중림(柳重臨)의 ‘증보산림경제’와 빙허각(憑虛閣) 이씨의 ‘규합총서’에는 동아(冬瓜)의 속을 파내고 그 안에 개고기를 넣어 찌는 조리법을 실었다. 여기에 요즘 먹는 개장국(보신탕)과 수육, 전골을 더한다면 한국의 개고기 조리법은 사뭇 다양했던 것이다.

지난 6월23일 부산 사상구 경남정보대학교 학생식당에서 총학생회와 교직원, 자원봉사자들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역 보훈 가족 250여명을 초청해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갑자기 왜 개고기 이야기인가? 2024년 1월9일 국회를 통과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으로 2027년 2월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의 도살과 사육이 금지된다. 개의 도살과 사육이 금지되면 개고기를 먹는 음식문화는 사실상 끝이다. 7월15일은 초복인데, 복날 개고기를 먹는 풍습도 올해로 끝이다. 개고기를 먹는 유구한 음식문화, 그 다양한 요리법도 2026년으로 종언을 고하는 셈이다. 개고기의 식용을 둘러싸고 오랜 논쟁이 있었다. 아마 지금도 조사해보면 찬반이 엇갈릴 것이다.

갑자기 어인 개고기 이야기냐고? 날이 너무 더운데다가 며칠 뒤가 초복이라서 좀 한가한 이야기를 한번 꺼내본 것이다. 독자 여러분, 이번 초복에 어떤 음식으로 복달임을 하실 것인가? 나는 삼계탕 한 그릇을 먹을까 한다.

강명관 | 인문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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