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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인 제가 3만km 달리고, 파크골프 치는 이유 아세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26.07.11 12:01

‘달리는 스님’, ‘철인 스님’, ‘탁발 마라톤 스님’, ‘파크골프 치는 스님’…. 경북 구미시 마하붓다절 주지 진오 스님(63)은 별명이 많다. 스님은 1987년 공군 군법사(군승)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눈 시력을 잃은 뒤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고교 3학년 때 출가가 인생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면 이 사고는 두 번째 전환점이자 승려로서 삶의 방향을 정해준 이정표가 됐다. 다른 사람을 돕기로 마음먹고 사회 현장으로 뛰어들어 소외 계층을 돕는 길을 걷고 있다.

경북 구미시 마하붓다절 주지 진오 스님은 달리고(왼쪽), 파크골프 치며 ‘탁발’하고 있다. 2002년 건강을 위해 달리기 시작한 스님은 한국에서 힘들게 사는 외국인노동자를 돕기 위한 ‘탁발 마라톤’으로 약 3만 km를 뛰었다. 5년 전부턴 파크골프를 시작했고, 자선 대회를 열어 모금하고 있다. 진오 스님 제공
“국군수도병원에서 두 달을 보내며 ‘이런 상태로 어떻게 살 수 있을까’라는 어두운 마음에 시달렸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때 병원에 아픈 병사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았죠. 군 법당에서 제 법문을 들었다던 한 병사는 사고로 두 다리가 절단된 상태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죠. 반성했습니다.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했어요. 그러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아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죠. 한쪽 시력을 잃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얻었다고 할까요.”

국가유공자로 인정돼 1년 만에 제대한 스님은 불교계 최초의 상담 기관인 ‘자비의 전화’를 만드는 등 사회 현장에서 자비를 베풀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구미 금오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역사회복지 활동을 하던 스님은 2000년 구미역에서 스리랑카 노동자를 만났고, 외국인노동자의 폭력 피해와 체불임금 사연을 접하면서 외국인노동자를 돕기 시작했다.

스님은 그즈음 달리기를 만났다. 간염 진단을 받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했는데, 마라톤선수 출신 봉사자의 권유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승복을 벗고 운동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산을 달렸다. 1년 뒤 간염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마라톤에 철인3종까지 섭렵했다. 그리고 2002년 지인의 마라톤 대회에 응원을 나갔다가 손에 접시를 들고 음식점을 홍보하며 달리는 참가자를 보고 “나도 달리면서 금오종합사회복지관을 알리겠다”며 나섰다.

진오 스님이 한 마라톤 대회에서 홍보 문구를 달고 달리고 있다. 진오 스님 제공
그날부터 달리기는 단순한 건강관리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이 됐다. 각종 대회 출전 때 홍보 문구를 달고 달렸다. 10km, 하프, 42.195km 풀코스로 거리를 늘렸다. 2003년에는 제주 국제아이언맨대회에서 철인 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12시간 27분 47초로 완주해 ‘철인’이 됐다. 풀코스 개인 최고 기록은 3시간 6분 45초다.

“달려보니 10km는 108배, 하프마라톤은 500배, 풀코스는 마치 1080배의 절을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마라톤이 하프까지는 잘 달리지만 30~35km 포기자가 속출하듯 1080배를 할 때도 처음 108배까지는 무난하게 하고 300배까지도 잘 가는데, 500배부터는 고통이 찾아옵니다. 700배 정도 하면 절하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죠. 마라톤에서 35km를 넘기면 완주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통과 무아, 무상을 다 경험합니다. 꾸준한 훈련과 체력이 없으면 완주 및 좋은 기록은 없습니다. 마라톤과 철인3종은 인과관계가 명확한 스포츠입니다. 최고의 수행이기도 합니다.”

베트남 노동자 토안의 수술 전 모습. 진오 스님 제공
스님은 2010년 당시 27세의 베트남 노동자 토안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탁발 마라톤’에 나섰다. 교통사고로 머리 3분의 1을 잘라낸 토안의 재건 수술 비용 마련하기 위해 이듬해 ‘불교 108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모금이 뜻한 대로 잘되지 않았다. 2011년 2월 지금은 고인이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운영하던 희망제작소가 개설한 모금전문가학교 강의를 들었다. 그때 “모금은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것”, “구체적인 금액과 목적을 제시할 것” “투명하게 쓰고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한다” 등 말을 듣고 모금 방식을 바꿨다.

“그동안 무작정 도와달라고 했었는데 그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죠. 그때부터 제가 달리면 1km당 100원을 모금한다는 브랜드가 만들어졌죠. 저도 직접 내고, 후원자들에게도 100원씩을 받는 ‘매칭 펀드’ 방식입니다. 42.195km를 달리면 4200원으로 부담 없는 금액이죠. ‘두 달간 병원비 200만 원을 모금합니다’는 등 구체적 금액도 제시했어요. 그랬더니 훨씬 모금이 잘 됐습니다. 기부 방법도 인터넷 송금이 가능한 후원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돈을 어디에 썼는지 공개했고, 항상 감사하다는 인사도 했습니다. 지금은 제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모금하고 있습니다.”

진오 스님이 2020년 2월 미국대륙횡단 탁발 마라톤을 하는 모습. 진오 스님 제공
스님은 주로 한국에서 고통받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달린다. 2011년 한반도 횡단 308km를 시작으로 지난해 초 8대 적멸보궁 756km 등 지금까지 달린 ‘탁발 거리’가 약 3만km다. 2020년에는 미대륙을 횡단하며 한국전 참전에 감사를 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해 1941km에서 중단했다가, 2024년 다시 이어 달렸다.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 UN 본부까지 총 5225km를 완주했다.

“미국 각 마을의 ‘메모리얼 파크’에서 한국전에서 희생한 젊은이들의 기록을 마주하며, 정작 한국인들이 이들의 희생을 잘 모른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때 필리핀과 태국 등 한국전 참전국을 찾아가 감사의 마라톤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스님은 그 전초전으로 지난해 7월 필리핀을 기억하고 돕기 위해 서울 조계사에서 경기 파주시 필리핀 참전비까지를 왕복해 달렸다.

진오 스님이 최근 경북 구미시에 문을 연 한부모가정 자립지원센터 ‘달팽이드림하우스’ 앞에서 특유의 달리는 자세를 취했다. 구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스님이 지금까지 모은 금액은 8억여 원. 이 돈으로 구미 외국인노동자상담센터, 외국인노동자쉼터, 가정폭력피해 외국인보호시설, 한부모가정 자립지원센터인 달팽이드림하우스를 지었고, 다문화 청소년 장학사업에도 썼다. 2002년 대구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까지 받은 스님은 2008년 (사)꿈을이루는사람들을 만들어 이 시설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노동자 쉼터와 상담센터를 2005년 만들었는데, 군대 제대할 때 받은 퇴직금과 사고 보상금, 국가유공자로 받은 아파트 매매 등 약 3억 원으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스님은 2012년부터 베트남 농촌 학교에 해우소(화장실) 108개를 지어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 전쟁은 사실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이었다. 거기에 한국 군인이 참전한 것이다. 파병에 따른 과오를 알게 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래 두 나라의 발전을 위해 구체적인 미안함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 해우소 짓기를 시작했다. 해우소가 어떤 곳인가. 근심을 푸는 곳이다. 비록 작은 실천이지만 베트남과 우리나라의 깊은 근심을 풀자는 의미에서 해우소 108개 프로젝트를 계획했다”고 했다. 올 연말 90호가 완성된다.

진오 스님이 경북 구미시 외국인노동자 쉼터 앞에서 벌떡 뛰어올라 특유의 달리는 자세를 취했다. 구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스님은 요즘은 외국인노동자와 유학생의 아기 돌봄 쉼터를 구상하고 있다.
“3개월 전 23세 베트남 유학생 미혼모가 아기를 출산해 병원비를 지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아기를 베트남으로 보낸다고 해서 한국에서 키우는 방안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생계를 위해 돈 벌어야 하지만 아기와 이별은 더 큰 아픔이기에 미등록 아기를 돌보는 쉼터를 만들고 자 합니다. 최근에는 27살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가 아기를 낳았는데 응급실에 간 적이 있어요. 그 아기도 잘 키워야 하는데…. 한국서 외국인 아기들을 양육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 국적 아동에게는 돌봄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의 아기들을 돌볼 시스템이 없어요. 출산용품, 기저귀, 분유 지원 등 틈새 지원이 필요합니다.”

진오 스님은 사미계를 1981년 제28대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고 송월주 스님의 제자로 받고, 동국대 불교대학 선학과에서 수학했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사학까지 전공했다. 탁발 마라톤하며 한국과 미국, 베트남 역사도 제대로 공부했다. 스님은 “마라톤 대회 참가도 일종의 사회 참여”라며 “스님들도 절에만 머물지 말고 지역 사회 속으로 들어가 세인들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4년 ‘혼자만 깨우치면 뭣 하겠는가’란 책도 썼다. 그는 책에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비’와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음지가 더욱 음지가 되지 않도록 그 속에 빛을 뿌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 머리로 하는 자비보다 몸으로 하는 자비는 어렵다. 내게 그 가르침을 깨우쳐 준 수많은 이주노동자에게 감사드린다”고 썼다. 스님은 2022년 외국인 권익 보호와 사회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진오 스님이 지난해 초 진행한 달팽이모자원 신축 기금마련 8대 적멸보궁 ‘탁발 마라톤’ 때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 진오 스님 제공
스님은 10년 전부터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다. “도로를 달리는 건 똑같은 근육만 쓰니까 재미없다. 산의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면 몸 전체의 균형이 잡힌다”고 했다. 그때부터 구미트레일러닝클럽을 만들어 매주 토요일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금오산을 달리고 있다. 매년 10월 트레일러닝 대회도 개최하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파크골프도 시작했다. 4년 전 교통사고 회복기에 우연히 접한 파크골프에 매료돼 지도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파크골프를 조계종 승려 연수 교육 프로그램에도 도입시켰다. 세계 최초의 불교 승려 대상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이다. 파크골프로 모금도 한다. 홀인원을 하면 1만 원씩 기부하는 ‘거북이 클럽’을 만들어 매년 100여만 원을 모으고, 자선 대회를 열어 외국인노동자 병원비를 돕고 있다. 매년 구미 지역 가톨릭, 개신교, 불교 등 3대 종교인 친목을 위한 파크골프 교류전도 열고 있다.

“파크골프는 사람들을 만나 포교하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입니다. 솔직히 모든 스님이 저처럼 마라톤이나 수영을 할 수는 없죠. 파크골프는 승복을 입고도 할 수 있습니다. 스님들도 건강해야 중생 교화를 오래 하죠.”

진오 스님이 파크골프를 치다 포즈를 취했다. 진오 스님 제공
스님의 파크골프 예찬은 더 이어진다. 파크골프가 노년의 외로움과 치매를 예방하는 사회적 처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많잖아요. 파크골프를 하면 함께 모여서 웃으며 운동도 하고 밥도 먹어요. 걸음걸이가 불편했던 사람이 몸을 회복하는 것도 봤어요. 경북 의성에서는 파크골프 붐이 일었는데, 이후 한의원을 찾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달리면서는 대화를 할 수 없지만 파크골프는 대화하며 함께 운동할 수 있습니다. 파크골프 하나로 스트레스 해소, 외로움 해소, 치매 예방, 관계망 회복이 됩니다. 골프처럼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님께 파크골프 채를 선물하는 것이 최고의 효도입니다.”

세수(歲數)로 환갑을 훌쩍 넘긴 스님은 산을 달리고 파크골프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주 3회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운동도 한다. 스님은 말했다.
“건강한 몸이 있어야 비로소 남을 돕는 삶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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