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산악, 뜨거운 사막, 추운 설원…세계를 지키는 'K9 자주포'
2026.07.11 10:00
[편집자주] K방산이 대한민국의 대표 수출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뛰어난 성능과 완벽한 납기 준수 등의 강점을 앞세운 '메이드 인 코리아' 무기에 대한 러브콜이 쇄도하는 중이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K방산의 핵심 제품들을 차례로 소개해본다.
전차와는 다른 무기…'슈트 앤 스쿠트'가 생존성 좌우자주포는 자체 엔진과 사격통제체계를 갖춰 스스로 기동하며 포격 임무를 수행하는 무기다. 주포와 회전식 포탑, 장갑, 무한궤도를 갖춘 외형 때문에 전차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운용 개념은 전혀 다르다. 전차는 직사포를 이용해 최전선에서 적과 직접 교전하는 반면, 자주포는 곡사포를 활용해 후방에서 원거리 표적을 타격한다. 이 때문에 자주포는 신속하게 사격한 뒤 적의 반격을 피하기 위해 곧바로 진지를 이탈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른바 '슈트 앤 스쿠트(Shoot & Scoot)' 전술이다. 최고 속도로 기동한 뒤 짧은 시간 안에 사격을 마치고 즉시 진지를 옮겨 적의 대포병 사격을 피하는 방식이다. 자동화된 사격통제체계와 높은 기동성을 갖춘 K9 자주포는 이 전술에 특화된 무기로 꼽힌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한 K9 자주포는 러시아 기갑부대를 향해 포격한 뒤 수십 초 만에 진지를 이탈하며 그 성능을 입증했다.
혹한·사막·산악까지…실전이 입증한 환경 적응력K9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다양한 환경에서 검증된 운용 능력이다. 북유럽에서는 혹한과 눈 덮인 환경을 견디고, 중동에서는 고온과 모래먼지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용된다. 한국처럼 산악지형이 많은 지역은 물론 평야 중심 국가에서도 동일한 성능을 발휘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최근 각국은 새로운 무기보다 실전과 다양한 운용 환경에서 검증된 체계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해 K9을 추가 도입하기로 한 핀란드는 K9의 신뢰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핀란드군은 수년간 운용한 결과 성능과 운용 효율성에 만족해 추가 도입을 결정했다. 실제 운용을 통해 성능과 신뢰성, 유지비용이 검증된 데다 기존 교육체계와 정비체계, 부품 공급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것보다 운용 효율성이 높다는 점이 주효했다.
빠른 납기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무기체계의 납기는 계약 조건만큼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안정적인 생산체계와 공급망을 바탕으로 비교적 신속한 인도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총 9개국에 약 1500문 규모의 K9을 수출했다. 여기에 국군이 가진 1100여문까지 더하면 전 세계 10개국에서 약 2600문의 K9이 운용되고 있다.
미국 시장도 공략 대상이다. 미 육군은 차세대 자주포 확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모델과 함께 현지 생산 및 공급망 구축 계획을 제안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만큼 사업적 의미뿐 아니라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신시장 공략을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준비하는 '게임체인저'도 있다. K9 자주포의 장거리·정밀 타격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탄도수정신관 개발이다. 탄도수정신관은 포탄 비행 중 GPS와 유도조종장치, 조종날개를 이용해 탄도를 실시간으로 보정함으로써 사거리 증가에 따른 탄착 오차를 줄이고 명중률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자식 시한신관과 다기능 신관, 탄도조종장치, 정밀 초소형 신관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포 발사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쳐 핵심 기술의 신뢰성을 검증했다. 향후 K9 자주포 체계와의 연동을 통해 정밀유도 포탄용 신관 개발과 차세대 화포체계 성능 고도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K9은 앞으로 한국 방산의 '선발주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자주포를 먼저 도입한 국가들이 이후 다연장로켓, 장갑차, 방공체계 등 다른 국산 무기체계에도 관심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무기 수출이 후속 사업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플랫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방산은 개별 무기보다 국가 간 장기 파트너십이 중요한 산업"이라며 "향후 천무와 레드백 등 지상무기체계 수출에도 긍정적인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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