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8주째 하락…다음 주도 내릴 가능성 크지만, '변수'는 남았다
2026.07.11 10:15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운전자들의 주유 부담이 한층 줄어들고 있다.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8주 연속 하락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당 1800원대로 내려왔다. 국제유가가 소폭 반등했지만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국제유가 하락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다음 주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둘째 주(5~9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리터당 59.1원 내린 1893원을 기록했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도 리터당 62.3원 하락한 1880.1원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1926.7원으로 가장 비쌌고, 대구는 1864.4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저렴했다.
상표별로는 에쓰오일 주유소가 평균 1895.5원으로 가장 높았고, 알뜰주유소는 1888.7원으로 가장 낮았다.
국내 기름값 하락은 정부의 가격 인하 정책과 국제유가 안정세가 맞물린 결과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7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해 휘발유는 1784원, 경유는 1773원, 등유는 1380원으로 각각 150원씩 인하했다.
이번 주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소폭 상승했다.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7.8달러로 지난주보다 2달러 올랐다.
하지만 OPEC+의 8월 증산 결정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유 생산 확대 소식이 공급 우려를 일부 완화하면서 상승폭은 제한됐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95달러로 2달러 내렸고, 자동차용 경유는 120.6달러로 5.5달러 상승했다.
업계는 국내 기름값이 다음 주에도 하락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의 시차가 있는 만큼 최근 국제유가 상승분은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평균 약 1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며, 유가 상승과 공급 차질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세계 석유 소비는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평균 9790만 배럴로 1년 전보다 약 530만 배럴 감소했다. 감소 폭의 상당 부분은 아시아에서 발생했으며, 중국의 석유 수요 감소가 하루 150만 배럴에 달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제조업 둔화, 소비 위축 등이 맞물리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원유 소비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 측면의 변수도 여전하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위축되면서 한동안 원유와 천연가스 운송에 차질이 발생했고, 러시아와 중동 일부 지역의 정유시설도 전쟁 여파로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선박 운항이 재개되고 OPEC+의 증산 결정이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피했지만,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될 경우 공급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별 수요 흐름도 엇갈린다. 중국이 세계 석유 수요 감소를 주도하는 반면 미국은 높은 휘발유 가격에도 소비가 오히려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가계 소득 증가로 연료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완화됐고, 재택근무 감소로 출퇴근 차량 이용이 늘어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름값은 당분간 안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국제유가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의 경기 회복 여부, OPEC+의 생산 정책 등에 따라 언제든 방향이 바뀔 수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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