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세진 "사관학교 통합, 육사를 '내란의 뿌리'로 보는 징벌적 성격"
2026.07.11 11:00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시위 주도한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
"이대로 가면 국방력 저하 뻔해…첨단 기술도 무기도 소용없어져"
"정부, 사관학교 생도 간담회서 동문서답…졸속 추진 이미 드러나"
"안규백 탄핵 청원 30만 명 육박…野의원들 함께 목소리 내주길"
"정부는 (사관학교) 통합으로 국방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가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골자로 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과 육사 지방 이전에 속도를 내자, 군 안팎에선 졸속 추진이라며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통합 반대를 위한 움직임은 '1인 시위'에서 '3군 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참석한 궐기대회로 커졌다. 이를 처음 주도한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육사 67기·예비역 소령)은 7월7일 시사저널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관학교 통폐합은 군의 정체성과 전통을 해체하려는 발상"이라며 "그 시작엔 육사를 '내란의 뿌리'로 보는 정치적 인식이 깔렸다. 이는 국방 개혁이 아닌 군 조직에 대한 징벌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합동성 강화'와 '미래전 대비'를 앞세워 사관학교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땅, 바다, 하늘 모든 영역이 통합되는 미래 전장을 주도할 국방 인재를 더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관련해 구체적인 정부의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2학년은 공통 교육을 받고 3·4학년은 군별 전문교육을 받는 '2+2 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세진 사무총장은 "필요 없는 통합은 멈추고, 우수한 군 간부들의 처우와 복무 여건부터 개선해야 한다. 군의 사기가 떨어지면 합동성 강화도, 첨단 기술과 무기도 소용이 없다"며 정부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왜 사관학교 통합 반대 시위를 시작했나.
"2016년 대위로 전역한 뒤 군에 대한 애정은 변치 않았지만 생업은 군과 관련없이 살았다. 그러던 중 정부가 사관학교 통폐합을 올해 안에 끝낸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후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국방연구원이 비공개 밀실 토론회를 연다는 얘기까지 듣고 처음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문제의식은 명확했다. 졸속 추진이다. 특히 현역 장병과 사관생도 입을 틀어막고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데 크게 분노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정부는 '합동성 강화'를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각 군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교육하고, 체력과 조직 문화를 훈육하는 것이 80년 넘게 이어온 우리 군 사관학교 제도의 본질이다. 이때 각 군이 복합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 긴밀히 연계해 작전하는 게 바로 합동성이다.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는 이미 존재한다. 10년 이상 복무한 영관장교가 1년 가량 교육받으며 합동성을 공부한다. 이걸로도 부족해 합동군사대학교에서도 합동성을 가르친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합동성이라는 포장지를 가져와 사관학교를 엮는다.
그 논리대로라면 왜 육·해·공사만 합치나. 사관학교 출신은 한 해 임관 장교의 14%뿐이고 나머지 86%가 육군3사관학교, 학군·학사사관후보생, 간부후보생이다. 또한 해병대는 분리하겠다면서 육해공사는 합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합동성이 통합의 진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국방부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정부는 미래전을 위한 조치라고도 한다.
"미래전에만 꽂혀 육·해·공군을 통합해야 더 잘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거짓 선동이다. 육·해·공군이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 결합해 더 전문화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전장에 어떻게 잘 연결할 것인지 논의해야 국방력이 강화된다. 현행 군 체계로도 미래전, 드론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미국·프랑스·독일·영국과 같은 군사 강국들과 지금 전쟁 중인 이란·러시아·우크라이나도 심지어 중국과 북한도 분리형 사관학교 체계를 유지한다."
통합이 이뤄졌을 때 무엇이 우려되나.
"정부는 통합으로 국방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가장 기본적인 국군사관학교 창설에 따른 제반 비용, 전투력, 환경영향평가 등 정량적인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국방력은 저하되고 군의 사기가 떨어져 합동성 강화도, 첨단 기술과 무기도 소용이 없다. 장교들의 수준 자체가 낮아질 우려도 있다. 통합 사관학교로 모이면 자율전공 학부처럼 한 데 모인 뒤 성적에 따라 육·해·공군으로 선발되는데, 성적이 높은 사람은 공군 조종사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또, 지금 육·해·공군 사관학교는 각 군 참모총장 지휘 아래 있는데 이를 바꿔서 2년은 국방장관 밑에, 2년은 참모총장 밑에 두면 지휘 구조도 꼬인다."
'주관적 문민통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동의한다. 새뮤얼 헌팅턴의 저서 《군인과 국가》는 '객관적 문민통제'와 '주관적 문민통제'를 구분한다. '주관적 문민통제'는 민간이 군의 모든 영역에 개입하는 개념이고, '객관적 문민통제'는 민간이 국가 대전략의 결정권을 갖고 군의 전문적인 영역은 존중하는 것이다. 헌팅턴은 후자가 민주주의와 군의 전문성·전투력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현 정권뿐 아니라 최근 정권에 들어서서 주관적 문민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군의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추진 과정도 들여다보자. 왜 '졸속'이라고 보나.
"국방부는 7월5일, 돌연 다음 날(6일) 통폐합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통보했다가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연기했다. 그 과정에서 육·해·공군 및 각 군 사관학교와 소통도 없었다. 지금도 각 사관학교 담당자들은 정부가 무슨 내용을 발표하는지 모른다. 안규백 국방장관이 각 사관학교를 방문해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되레 질문하는 생도에게 동문서답을 하거나 타 사관생도들을 비판했다는 제보도 쏟아진다. 무엇보다 사관학교는 특수목적대학이라 고등교육법상 입시 제도를 바꾸려면 1년10개월 전에 발표하게 돼있는데, 이조차도 우회하려고 한다. 당장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길게는 초등학생 때부터 군인을 꿈꿔온 수험생들의 꿈까지 짓밟을 수도 있다."
정부가 다른 속내가 있다고 보나.
"정부가 국방 개혁을 위해 만든 조직 이름이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 특별자문위원회'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의 출발 자체가 국방 개혁이 아닌 이른바 육·해·공군 '카르텔'에 대한 징벌적 해체의 성격을 가졌다. 이 중에서도 육사는 사실상 '내란의 뿌리'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연좌제적 사고방식이며, 극소수의 일탈과 불법행위를 미래세대와 장교양성제도 전체에 책임을 덧씌우는 망동이라고 생각한다. 사관학교 통합 시 통제 불가능한 더 큰 단일 카르텔이 만들어질 위험이 더 크다."
안규백 국방장관 탄핵 국민청원이 30만 명을 육박했다.
"개인의 호불호를 넘어 이재명 정부의 안보와 국방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보여준다. 계속 무시하고 밀어붙이면 민심 이반을 감당해야하는 순간이 올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야당 의원들이 끝까지 목소리를 내고 싸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군 카르텔은 오랜 문제이기도 하다.
"육군 사관학교를 없애려는 움직임에는 기득권 프레임을 씌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군 카르텔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는 '인사'와 '조직 제도'라는 별개의 문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학군 출신으로 36년을 복무하셨고, 그 노고를 지켜봤기에 어렸을 땐 육사가 정말 싫었다. 육사 출신이 아닌 분들의 설움을 잘 안다. 하지만 정작 육사에 입교하니 받는 교육 자체가 달랐다. 피부로 느꼈다. 그리고 기득권은 사람과 제도의 문제라는 걸 절감했다. 안목과 역량이 없는 사람을 걸러내도록 인사 제도를 혁신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이 해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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