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반가워요, 아저씨들
2026.07.11 00:31
상생저축은행 회계팀 김 부장(소지섭), 하얀 태권도 관장 성한수(최대훈), 해병전우연합회 봉사단원 박진철(윤경호). 이 평범한 아빠들의 위대한 액션이 작열하는 드라마 ‘김부장’도 만만치 않다. 전직은 특수요원이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김 부장이 딸의 실종을 파헤치며 폭주하는 ‘한국판 테이큰’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1회 9.5%로 출발해 4회 만에 21.6%를 기록했다. 올해 방영된 미니시리즈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이자 2년 만의 20%대 시청률 돌파 기록이다. 제작진은 “사회에선 투명인간처럼 취급당해도 가족 앞에서는 언제나 버팀목이었던 이들의 뒷모습이 얼마나 멋진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십프로’ ‘김부장’ 모두 중년 세대를 응원하고 있다. 덕분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반가운 중년 남자 배우들의 얼굴을 발견하는 반가움이 컸다. 김상경·김상호·권율·이한위·정석용·김병옥·주상욱·원현준·이재용·박진우 등의 묵직하고 개성 있는 연기가 정다운 쾌감을 선물했다.
언제부턴가 방송 드라마와 OTT 시리즈물이 2030 젊은 층 위주의 로맨틱 코미디나 트렌디한 장르물들로 채워지면서 오랜 내공을 가진 중년 배우들이 설 자리가 급격히 줄었다. OTT 플랫폼의 성장과 글로벌 시장 겨냥이 맞물리면서 소위 ‘해외 수출이 잘 되는’ 젊은 스타들 중심으로 제작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년 남자 배우들의 역할은 주인공을 괴롭히는 아버지, 부패한 대기업 회장 등 평면적이고 기능적인 조연으로 전락했다.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등 안방극장 주말 밤을 책임지던 대하사극이 막대한 제작비 부담과 젊은 층의 시청률 이탈 등으로 급감한 것도 중년 남자 배우들 얼굴 보기가 힘들어진 이유 중 하나다. 한 시대나 인물의 일대기를 따라 긴 호흡으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폭넓게 다루는 대하사극은 그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무엇보다 배역마다 캐릭터가 살아 있어서 주·조연 할 것 없이 뇌리에 깊이 남았다.
물론, 대하사극이 한창 주가를 날릴 때와 지금은 ‘중년 배우’를 구분하는 나이와 분위기에 차이가 있음을 안다. 특유의 주름 많은 쌍꺼풀로 ‘살인미소’를 지으며 코미디부터 액션까지 넘나드는 신하균이나 나이 50을 목전에 두고도 여전히 ‘순정만화 남주’의 눈빛을 발산하는 소지섭이 주인공의 아버지로 나오는 모습을 아직은 상상할 수 없으니까.
다만, 지금의 드라마들이 ‘화려하고 가벼운 로맨스’를 지나치게 편식하면서 ‘투박하지만 묵직한’ 중년 배우들을 화면에서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가 걱정된다. 그런 점에서 ‘오십프로’와 ‘김부장’은 중년 남자 배우들을 서사의 주체인 극의 중심으로 복귀시켰다는 데 의의가 크다. 이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좋았지만, 각자 깊이 있는 서사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호연하면서 중년 배우 중심의 서사도 충분히 대중성과 몰입감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신인 배우들의 낯선 투명함도 좋지만, 삶의 무게가 묻어 나는 중년의 얼굴들이 화면에 더 자주 등장할 때 K콘텐트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고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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