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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광채 나는 신소재 개발… 글로벌서 인정받고 법인 설립”[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2026.07.11 01:44

반도체 공장서 나온 석영유리로 보석 만드는 미트프로이데
2년여 연구 끝 ‘젠티움’ 만들어… 기존 크리스탈보다 더 화려한 빛
유럽 새 규제 앞두고 대응 기회… 납 없이 순환자원으로 구현 성공
“패션의 크리스탈 소재 대체하고… 보석-광학렌즈 등 글로벌 진출”
김수경 미트프로이데 대표가 2일 인천 미추홀구 사무실에서 원통형으로 생긴 폐석영유리가 재결정화와 프라즈마코팅을 거쳐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광채를 내는 젠티움 소재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젠티움은 유해물질인 납을 넣지 않고도 뛰어난 굴절률을 보여 보석처럼 빛난다. 순환자원으로 경제적 제조가 가능한 것도 잇점이다. 인천=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사무실. 2일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여러 드릴 장비와 깨진 석영유리 덩어리들이 작업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곳은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고 버려지는 석영유리를, 납이 함유되지 않은 차세대 크리스탈로 탈바꿈시키는 실험과 제품화가 이뤄지는 장소다. 미트프로이데는 버려지는 고순도(99.9999%) 석영유리를 패션 부자재와 보석, 광학렌즈 등 고급 광학 소재로 재탄생시키는 스타트업이다.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김수경 대표(43)는 “2년여의 연구개발을 통해 젠티움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했고,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부터 가치를 인정받고서 올해 3월에 법인을 설립했다”고 했다.

● 윤리적 소비 시대가 만들어 준 기회

보석으로 가공된 젠티움 소재. 미트프로이데 제공
내년부터 유럽은 패션·주얼리 분야에서 디지털 제품 여권(DPP)이 의무화된다. 원산지와 납과 같은 유해물질 함유 여부, 탄소 배출 정보, 재생원료 또는 순환자원 함량 등을 큐알(QR)코드 형태로 표시해야 하는 것이다. 순환자원이 아닌 신규자원으로 만들면서 납이 들어 있는 기존 크리스탈 제품은 설 자리가 좁아질 공산이 크다. 그 자리를 젠티움으로 대체한다는 전략이다. 미트프로이데는 또 젠티움이 랩그로운(실험실 배양) 다이아몬드 시장의 대채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지금처럼 인도·중국에서 화석연료중심 전력망에 의존해 생산될 경우 많은 탄소배출로 인해 탄소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의 확대 기조와 DPP 의무화가 겹치면 젠티움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크리스탈 시장을 주도하는 스와로브스키는 브랜드 유지 전략 차원에서 2년 전 연 7000억원 규모의 기업 간 거래(B2B) 소재 공급을 전격 중단했다. 중단 이전에 프라다 아르마니 구찌 등 약 5000여 패션·주얼리 기업에 크리스탈을 공급했고, 이 고객사들은 크리스탈 장식이 달린 구두, 가방 등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이 프리미엄 크리스탈 브랜드의 공백은 지금도 채워지지 않고 있다”며 “젠티움으로 이 시장을 제일 먼저 파고들었고, 머지않아 세계적 패션 기업에 공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석영유리에 입힌 두 겹의 기술

플라즈마 코팅 과정. 색깔을 입힐 수도 있다. 미트프로이데 제공
석영유리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산화·식각·증착 등 웨이퍼가 고온과 부식성 가스에 노출 시키는 거의 모든 공정에서 쓰인다. 부식성 화학물질에 잘 견디고 15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변형이 적어 미세공정의 정밀도를 유지시켜 주는 대체 불가능한 소모품이다. 미세한 균열이나 표면 손상이 생기면 그대로 폐기된다. 지금은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된다. 일부는 분말 형태로 만들어 아스팔트 포장재에 반짝이는 첨가물 정도로 재활용된다. 대기업 중에는 재생 공정을 거쳐 원래 용도로 되돌리기도 하지만 극히 적은 물량이다. 반도체 공정이 초미세화될수록 불량 허용치가 엄격해져 미트프로이데의 원재료는 늘어나는 셈이다.

미트프로이데의 기술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석영유리를 녹여 다시 성형하는 재용융·성형 기술이다. 임영석 이사(최고기술책임자)는 “서로 다른 업체가 제조하고, 다른 공정에서 쓰이다 나온 것이어서 순도와 불순물 상태가 제각각이다. 녹는 점도 다르고 조성 배합도 다시 해야 한다. 기존 크리스탈과 달리 납을 쓰지 않고 반짝이게 만드는 것이 기술”이라고 했다. 회사는 독자 배합비를 통해 유해 중금속을 배제했다. 미량 원소를 첨가하는 노하우로 용융 과정에서 생기기 쉬운 기포와 갈라짐을 억제했고, 온도·점도를 정밀 제어해 재용융·성형 공정의 안정성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강도와 투명도를 동시에 잡는 최적의 조성 배합비를 찾은 것이 핵심 기술이다.

두 번째는 플라즈마 코팅 기술이다. 재용융·성형 공정을 거친 원판은 일반 크리스탈과 큰 차이가 없지만, 여기에 이온 결합 방식의 플라즈마 증착과 광학 설계를 더하면 표면 물성이 달라진다. 플라즈마 광학 코팅을 통해 표면 광반사 특성과 광추출 효율을 향상시켜 기존 크리스탈 대비 더욱 강한 광휘와 반짝임을 구현했다. 임 이사는 “기존 코팅 대비 10배 이상의 내구성과 지속성을 내는 기술도 확보했다”고 했다.

광학 시뮬레이션 기법인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측정에서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브릴리언스(Brilliance) 94점, 빛의 분산을 뜻하는 파이어(Fire) 98점, 반짝임의 강도인 스파클(Sparkle) 97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이는 동일한 평가 조건에서 측정한 최상급 컷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95점, 100점, 100점에 근접한 결과”라고 했다.

스와로브스키 등 많은 크리스탈 제조 업체들이 굴절률을 높이기 위해 납을 첨가하는 것과 달리, 젠티움은 무연(Lead-Free) 조성 설계와 재용융·성형 공정으로 이를 구현했다. 김 대표는 “스와로브스키를 비롯해 여러 크리스탈 기업들이 무연 크리스탈을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처럼 순환자원으로 만드는 곳은 없다. 단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크다”고 했다. 회사는 젠티움을 심미성 중심의 주얼리용 트랙과 패션 부자재·상패용 트랙으로 나눠 공정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 글로벌 수요 확답 받고 법인 세워

미트프로이데는 김 대표와 송시원 이사(37) 두 명이 공동으로 창업했다. 모두 이과 전공이 아닌 문과 계열 출신이다. 김 대표는 비정부기구(NGO)와 창업가 지원 분야에서, 송 이사(최고상품책임자)는 주얼리 브랜드를 만들어 15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두 사람은 창업가 모임에서 3년 전 만나 “순환자원으로 주얼리를 해보자”며 뜻을 모았다. 국내에서는 석영유리를 녹여줄 업체조차 찾지 못해 송 이사가 중국 기업 100여 곳에 메일을 보내 겨우 파트너를 구했다. 임 이사는 14년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축적한 용해 공정 노하우와 플라즈마 코팅 기술, 전국기능올림픽 주조 금메달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공정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주목할 대목은 모든 기술 개발이 법인이 설립되기 이전에 두 창업자의 개인 자금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창업가를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사업화 과정에서 실제 수요를 찾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며 “실제 수요처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법인을 설립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미트프로이데는 법인 설립 전부터 유럽 럭셔리 브랜드 본사에 직접 메일을 보내는 저돌적인 세일즈를 시작했다. 올해 초 윤리적 럭셔리를 표방하는 유럽의 유명 패션 하우스에서 젠티움 샘플에 대해 “우리 디자인 기준을 충족하는 놀라운 광채와 압도적 품질”이라는 답신을 보내왔다. 미트프로이데는 의향서 체결을 넘어 그 패션하우스 디자이너팀이 내년에 젠티움으로 제품 개발을 구상한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법인을 세웠다. 다른 글로벌 대형 럭셔리 하우스와도 연내 미팅이 예정돼 있다.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폐석영유리가 순환자원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아직은 원료를 직접 대량 매입할 수가 없는 문제가 있다. 우선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해 극복하고, 가능한 이른 기한 내에 폐석영유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받게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보수적인 보석시장에서 젠티움이 새 소재로 인정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어려움이 있음에도 미트프로이데는 올해와 내년 패션 부자재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2028년까지 기술을 더 고도화해 보석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순환자원을 활용한 새 크리스탈 시장을 연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의 코닝이 유리 하나로 시계와 자동차, 의료, 에너지까지 산업 영역을 넓힌 것처럼 미트프로이데는 젠티움으로 패션에서 시작해 보석, 시계 글라스, 광학 렌즈, 디스플레이 분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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