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김성태 뇌물공여 공소기각 파기…고법 “이중기소 아닌 별건”
2026.07.10 17:08
800만달러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수원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건우)는 10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위반죄와 이 사건 뇌물공여죄는 입법 목적과 보호법익, 구성요건의 구조, 범죄 주체와 상대방, 불법성 평가의 중점과 행위 태양, 범의의 내용이 모두 상이해 피고인이 상대방에게 외국환을 건넸다는 사실이 공통됨에도 법률상 1개의 행위로 평가되는 경우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북한 쪽에 대신 지급했다는 것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4년 7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때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 대한 뇌물공여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2년6월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사건에 대한 1심 판결 뒤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제3자 뇌물이라고 보고 김 전 회장을 추가 기소했다. 하지만 수원지법은 올해 2월 “이 사건은 피고인(김성태)이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인데 (항소심 재판 중인 외국환거래법 위반) 관련 사건 공소사실과 범행 일시, 장소, 지급 상대 등이 모두 동일하다”며 “이들 사건은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경우) 관계에 있다”고 했다. 따라서 검찰이 같은 행위를 놓고 이중 기소를 한 것이라 공소를 기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추가 기소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에 “외국환거래법 위반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외국환 관리 질서와 국제수지의 균형 및 통화가치의 안정이라는 국가적·경제적 법익이지만 뇌물공여죄의 보호법익은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직무 행위의 불가매수성이라는 국가 기능의 공정성에 관한 법익”이라며 “양 죄의 입법 목적과 보호법익은 서로 다르다”고 했다. 이어 “외국환거래법 위반죄는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지급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고, 뇌물공여죄는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공무원이 지정한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라며 “외국환거래법 위반죄는 부작위와 작위가 결합한 것이고, 이 사건 뇌물공여죄는 작위에 불과하므로 이를 하나의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두 죄는 상상적 경합이 아닌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고,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에 대한 공소 제기 효력은 나중에 기소된 뇌물공여죄의 공소사실에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회장의 하나의 행위가 외환보유고 안정성이나 공무원의 청렴성을 둘 다 해친다면 검찰이 별개의 사건으로 기소해 각각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파기되면서 뇌물공여 사건은 수원지법으로 환송돼 다시 심리될 예정이다.
이번 판단은 공범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의 제3자 뇌물 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재판은 중단된 상태다. 앞서 1심이 공소기각을 하자 정치권 등에서는 무리한 기소임이 입증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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