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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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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도 쟁의 대상” 처음부터 꼬인 실타래…이사회·주총 의결 의무화 ‘산 넘어 산’[비즈360]

2026.07.10 18:01

대기업 노조, ‘영업익 N% 성과급’ 도미노 요구
정부, 제도적 보완책 검토 착수 관측
‘성과급도 쟁의 대상’ 인정 선례에 꼬인 실타래
유례없는 법적 제동장치 마련에 정부도 고심 중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유혜림·배문숙 기자]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이익 N% 성과급 지급’ 요구가 빗발치는 유례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법적 제동장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투자 여력이 위축되고 경영 부담이 가중돼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해외 기업들이 한국 시장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등 극심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깊다.

하지만 일각에선 ‘성과급도 쟁의대상’이라는 선례가 나온데다, 법리상 충돌 소지도 있어 법적 제동장치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업이익을 나눠 갖는 건 상상도 못했다”…법적 제동장치 마련


‘영업이익 N% 성과급’은 올해 초 5개월여를 끌어온 삼성전자 노사협상의 최대 화두였다. 지난 5월 20일 총파업을 단 90분 남기고 ‘노사합의로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극적으로 노사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총파업이라는 최악은 피했지만, 이후 카카오·현대차·HD현대중공업 등 다른 대기업으로 번지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을 낳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삼성전자 노사합의 직후인 6월 3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주장에 대해 “영업이익을 나눠 갖자는 건 상상을 못했다. 옛날에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타당한 주장인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안이냐, 소위 경영권에 해당되는 것, 노동쟁의 대상이라고 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결론은 못 냈다”면서도 “한국에 가면 영업이익률이 높으면 그중 일부를 떼서 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면 그런 부담 있는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망설여지지 않겠냐. 신중하게 접근하되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 이후 ‘영업이익 N% 성과급’에 대한 학계와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에서 고민하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쟁의행위 대상에 해당하는지와 과도한 성과급에 대한 제동장치를 마련해야 하는가이다.

문제는 ‘성과급이 쟁의대상인지’에 대해선 본격적으로 제도적 숙의를 거치기도 전에 선례가 생겨버렸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협상 과정에서 고용노동부가 ‘성과급도 쟁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해석하면서다. 5월 12일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둘째날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노측은 쟁의행위권을 확보한 상태”라고 짚은 바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 또한 사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 심문기일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과급은 쟁의 행위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는 취재진의 질의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성과급이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냐고 물어봤을 때 문제가 없다고 답변받았다”고 밝혔다.

부분 파업에 들어간 카카오 노조원들이 지난 6월 10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정부로서는 이미 내린 판단을 뒤집고 ‘성과급이 쟁의행위 대상인지’ 전면 재검토하기가 난감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라는 판례가 있는데도 노동부가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만약 성과급이 노동쟁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정리했다면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지급에 대한 법적 제동장치 논의까지 나아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과급이 쟁의 대상이냐 아니냐를 놓고는 노동부와 산업통상부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영업이익과 관련해 경영진과 노조만 있는 게 아니라 손실을 각오하고 들어온 투자자도 있다”며 “성과급이 쟁의 대상이 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이어 “노동자는 월급이라는 기본 전제가 보장되는 만큼, 리스크를 떠안은 투자자에 대한 보상은 노조, 경영자와는 다르게 보장돼야 한다”며 “투자자의 관점이 논의에서 빠져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6월 24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원래 노사는 임금을 기본으로 하고 기타 조건을 협상하는데, 지금은 기타(성과급)가 더 큰 상황”이라며 “세계 최초의 사례가 생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성과급이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부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라며 “(성과급 협상과 관련한) 논의를 해서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리상 충돌 가능성에 노사관계 험로 예상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및 제268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


정부가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연동하는 선례를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 이사회나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등 법적 제동장치를 마련하려고 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법제화 과정이 순탄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로부터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에 대한 법적 제동장치 마련 방안을 자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한 전문가는 “전 세계에도 이런 사례가 없고, 법상 충돌하는 사항이 많아서 도저히 의견을 주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법리적 충돌이다. 현재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 중 하나로 ‘이사회 의결 의무화’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경우 경영진이 배임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강제하는 방안 역시 상법상 대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상법은 보상 체계의 설계와 집행을 경영 판단의 고유 영역으로 보고 있어, 이를 법으로 규제할 경우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설령 우여곡절 끝에 ‘영업이익 N% 성과급 지급 전 주주총회·이사회 의결’이라는 법적 제동장치를 만들었다고 해도 노동계의 거센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는 “단체교섭권 자체를 상당 부분 제한한다는 점에서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만약 주주총회 의결을 받아야 된다고 하면 사측이 협상의 전권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힘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혼란이 예상되는 탓에 제도화 전 사회적 공론화가 필수라는 제언도 나온다. 이종선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은 “이 사안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핵심 정책 아젠다로 다룰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성과급 지급 기준을 제한하는 문제를 넘어, 기업이 거둔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합리적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거시적인 공론화로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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