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무엇이 국방장관을 흔드나
2026.07.10 18:00
국방개혁은 장관 숙명, 속도·방식이 문제
국민 신뢰 저버리는 조급함에서 벗어나야
편집자주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뉴스룸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안규백 국방부 장관 탄핵 청원이 한 달 만에 3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사관학교 통합 논란이 가열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예정된 브리핑을 돌연 미루기도 했다. 안 장관은 방위병 복무 시절 탈영 의혹으로 고발까지 당한 상태다. 이재명 정부 장관으로는 전례 없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앞서 각종 사건사고 때마다 청원이 올라왔다가 국회 심사기준(5만 명)에 못 미쳐 번번이 흐지부지된 것과는 기류가 사뭇 다르다.
안 장관은 전군에 보낸 지휘서신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사관학교 개혁, 방첩사 해체를 3대 핵심과제로 꼽았다. 자주국방의 선결조건인 전작권 전환에 시비 걸 사람은 없다. 방첩사의 경우 과도하게 기능을 쪼개 비판이 상당하지만 계엄의 충격을 감안하면 변화를 줄 때가 됐다.
이와 달리 사관학교 통합은 방향 자체가 틀렸다. 왜 필요한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육해공군의 서로 다른 전장환경에 대처할 정예장교 대신 국가인재를 양성한다는 모호한 목표가 앞섰다. 심지어 “사관학교 입학 성적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면서 통합을 정당화했다. 처우와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진급 기회가 좁아 갈수록 장교 지원을 꺼리는 현실은 외면했다. 세 학교를 합치면 자부심이 높아져 우수학생이 몰려든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우리 군은 합동군이다. 45만 육해공군의 전투력을 끌어올려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급선무다. 각 군의 전문성을 먼저 체득해야 합동성을 발휘할 수 있다. 병력이 6만 명 남짓에 불과해 지휘체계를 일원화한 호주나 캐나다 같은 통합군이 아니다. 조직과 군사전략은 합동군 그대로인데 왜 굳이 교육과정만 통합하나. 다양한 악기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획일적인 연주로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완성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줄곧 소통을 중시하며 국민의 집단지성을 국정운영 동력으로 삼아왔다. 공개 토론회를 즐기며 의견수렴의 투명성을 높였다. 호평을 받아온 그 일관된 기조를 망치려 하고 있다. 안 장관이 사관학교 통합에 앞서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모르겠다.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는 사관생도들과의 간담회 몇 번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정해진 결론에 끼워 맞추려는 건 장관의 책임감과 거리가 멀다.
과거 진보정부에서 국방장관은 개혁의 총대를 메곤 했다. 노무현 정부의 윤광웅 장관, 문재인 정부의 송영무 장관이 대표적이다. 해군 출신 비주류를 발탁해 육군에 쏠린 육중한 체질을 바꿨다. 자연히 기득권의 표적이 됐다. 각각 연천 GP 총기난사와 리더십 파동으로 입지가 흔들렸고 결국 물러났지만, 그들이 소임을 다한 국방개혁의 지속성은 유지됐다. 64년 만의 민간 출신 안 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당초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 만큼 개혁을 앞두고 저항에 부딪친 건 예상했던 일이다.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개혁 명분에 집착하다 역풍을 맞은 건 보수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피격 이후 군 상부지휘구조를 개편하는 307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과정은 불투명했고 정책은 일방적이었다. 거센 비난에 못 이겨 뒤늦게 공청회를 열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개혁의 방향과 내용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는 더 중요했다. 군사작전 하듯 명령으로 끝낼 수는 없었다.
안 장관은 국방개혁의 기본인 문민통제를 상징하는 인사다. 반면 사관학교 통합은 민주적 과정을 건너뛰려 한다. 반대 주장을 뭉개는 속전속결은 불신을 자초할 뿐이다. 밀어붙인 개혁은 정권이 바뀌면 뒤집힐 수 있다. 더 많이 듣고 충분히 토론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안 장관을 흔드는 건 외풍도, 싸늘한 여론도 아니다. 설득보다 속도를 앞세운 조급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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