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마다 잠긴 문래동… “비만 오면 CCTV로 가게에 물 차는지부터 봐”
2026.07.10 04:33
고지대 은평-도봉도 반복침수 피해
전문가 “정부-지자체 모두 통계 없어
침수 이력-원인-대책 통합관리 필요”
서울에서 한 번 침수된 건물이 해를 넘겨 또 빗물에 잠기는 ‘반복 침수’가 이처럼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2022년 8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집중됐을 때 홍수 피해는 영등포구(3534곳)와 서초구(1347곳), 강남구(490곳) 등에 몰렸지만, 2023∼2025년에 다시 침수된 건물은 총 179곳 중 81곳이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었다. 하천의 폭과 깊이가 충분하지 않은 도림천이 빗물을 감당하지 못해 지대가 낮은 동네를 덮치는 것이다. 주민 박상진 씨(58)는 “비만 오면 폐쇄회로(CC)TV로 가게에 물이 차는지부터 본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고지대인 서울 은평구(31곳)와 도봉구(19곳)에도 반복 침수 피해가 집중됐다. 북한산과 도봉산에서 내려온 빗물이 집중되는 좁은 주택가에 반지하 주택이 몰려 있어서다. 은평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유모 씨(60)는 “2년 연속 가게가 침수돼 장판을 두 번이나 새로 깔아야 했다”며 “양쪽 산에서 물이 모여 우리 동네로 온다”고 호소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집중호우 피해를 봤다. 당시 광주 지역 피해 자료 1만612건을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해 분석한 결과, 같은 주소지 244곳이 반복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용봉천과 서방천이 만나는 북구 신안동에 반복 침수 35곳이 집중됐는데, 주민들은 시가 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2023년 설치한 홍수 방어벽이 오히려 빗물의 흐름을 차단해 마을을 ‘물그릇’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유우열 씨(63)는 “당시 설치된 안전판과 홍수 방어벽이 물을 가둬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며 “사람이 물에 휩쓸려 내려가는 걸 보면서도 물살이 빨라 구조할 시도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홍수 방어벽 하단 배수구는 4개뿐이었고, 일부는 쓰레기에 막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북구는 이달 초부터 신안교 인근에서 배수 개선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준공 시점은 9월로 예정돼 장마를 맞은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지자체 어디에도 ‘반복 침수 지점’ 통계 자체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정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은 “첫 침수의 원인 기록과 재침수 시 검증 절차를 제도화하고 반복 침수 건물과 골목 등을 별도 관리대장으로 지정해 침수 이력, 원인, 대책 등을 통합 관리해 같은 장소가 다시 잠길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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