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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찰, 美 FBI 만나 '중범죄자 지문·경력' 공유 논의

2026.07.10 11:00

범죄정보 공유 협정 이행하는 입법 준비
한국인 美 무비자 입국 지위 유지에 핵심
과학수사 고도화 맞물려 새 시스템 마련
엄격하기로 소문난 미국의 공항 입국심사대 앞. 긴장하는 여행객들 사이 한국인에게 '비자'는 익숙한 단어가 아니다. 전자여행허가제(ESTA) 승인 내역만 확인되면 석 달간 자유롭게 미주 대륙을 누빌 수 있다. 간편한 절차 뒤엔 한국과 미국이 중범죄자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깔려 있다. 20년 가까이 공전한 협정 이행을 위해 한미 수사 당국이 마주 앉았다.

경찰청 지휘부가 미 연방수사국(FBI)과 실무급 협의를 갖고 중범죄자 지문·범죄경력 등 정보 공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인이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지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양국 수사기관 간 범죄정보 연계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청과 미 연방수사국(FBI) 로고. 챗GPT 생성 이미지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박준성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 등으로 구성된 우리 대표단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FBI 부국장보 등을 만나 범죄정보 공유·협력을 논의했다. 한국은 중범죄자 지문·범죄경력 등을 상호 공유하도록 한 '한미 간 범죄 예방과 대처를 위한 협력 증진에 관한 협정(PCSC)'을 이행해야 비자 면제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FBI 측은 이번 회담에서 PCSC 협정에 따른 범죄정보 공유를 이행하려는 경찰청의 노력에 각별히 감사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테러·중대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 수사기관의 공조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한편, 초국가 범죄에 맞선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 2008년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에 가입하면서 그 조건으로 PCSC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법체계 차이와 상호주의 문제로 실질적 이행이 20년 가까이 지연됐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근거 법을 제정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강화된 요건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이민법상 VWP 대상국은 가입 조건이 되는 협정을 '완전히 이행(fully implements)'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소 2년 주기로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갱신할 때 대상국 지정을 종료할 수 있다. 사실상 미국이 결단하면 한국은 언제든지 비자 면제 지위를 잃을 수 있는 상태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민 정책 강화로 협정 이행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다. 미국은 올해 1월부터 VWP 대상이 아닌 75개국을 상대로 비자 발급을 제한했고, VWP 대상국 국민에 대해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내역을 요구하는 등 입국 심사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애초 FBI는 한국의 이행입법 지연을 두고 경찰청에 상당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미법 체계이자 연방국인 미국은 주마다 형사사법체계와 정보 공유 방식이 달라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인식으로는 입법에 따른 장기간 지연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같은 대륙법 체계는 제도 변경을 법률에 명문화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익숙하다.

또 일본 등은 경찰 기관이 범죄자 지문을 미국 등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갖췄지만,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 국민의 지문을 채취하면서도 범죄자 지문을 연계하는 체계는 없다. 경찰은 제도적 차이와 개인정보에 대한 국내의 높은 민감도를 이해시키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입법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4월 PCSC 협정 이행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소관위 심사에 회부돼 있는 이 법안은 사형·무기 및 1년 초과 징역·금고를 선고받은 중범죄자의 성명·생년월일·성별 등 인적사항과 지문 정보, 범죄 이력 등을 경찰청장과 FBI 국장이 상호 요청할 때 사안에 따라 제공 또는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았다.

협정 이행을 계기로 경찰이 추진해온 범죄정보 연계 인프라 구축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과학수사 체계 고도화 사업에 따른 중범죄자 지문 관리체계 및 범죄경력 자료 조회를 PCSC 협정 이행 기반과 연계하는 시스템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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