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 두고 與법사위원들도 갑론을박 [장윤기가 불붙인 檢보완수사]③
2026.07.10 11:20
"부작용 가능성…숙의 이뤄져야"
"입장정리 끝나…다른 의견 의미 있나"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하며 검찰개혁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단독으로 열고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했다. 전날 민주당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 주체를 경찰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내달 중 법안 처리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서영교 법사위 위원장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검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가겠다"며 "속도감 있게 가되 내용은 충분히 채워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민생사건, 공소시효 임박 사건 등에 한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여당 법사위원들도 물밑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다. 현직 경찰관 아버지가 살인범 아들의 증거 인멸을 도운 이른바 '장윤기 사건(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수사의 치명적 난맥상을 묵과할 수 없어서다.
◆"경찰에 권한 집중 위험" 커지는 신중론= 아시아경제가 민주당 소속 9명의 법사위원의 기류를 취재한 결과, 표면적인 강경 기조 이면에는 경찰의 수사 독점과 그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특히 취약계층의 형사적 권리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지난 8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남희 의원은 "경찰이 피의자 측과 내통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것을 방지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상황상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다른 청 등에서 수사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수사기관에 모든 권한을 집중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며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의 맹점을 꼬집었다. 검찰 출신인 박균택 의원도 "폐지가 원칙이라는 데는 공감대가 있지만, 예외적으로 일부를 허용할지 말지에 대해 숙의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민변 등에서 우려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합리적인 주장이며, 개인적으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신중론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에 부합해야 한다는 당론에 막혀 있다. 전당대회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여부가 강성 지지층을 향한 선명성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영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사위원은 "내부에서도 재검토 우려가 있지만, 위원들이 이 문제에 질려있는 상황이라 건드리지 않고 매듭지어 버리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며 "원래 폐지에 반대했지만, 전체 논의가 그런 방향이 아닌데 반대 의견을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자조했다. 다른 법사위원 역시 "당과 정부가 이미 보완수사권 폐지로 입장을 정리한 마당에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법왜곡죄로 처벌" 철벽 친 강경파= 강경파 의원들은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조차 검찰의 '언론 플레이'로 치부하거나, 사후 처벌로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대안에 대해서 김승원 의원은 '법왜곡죄'를 거론하며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 은닉하는 경우 법왜곡죄 대상이 돼 처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후 처벌 조항만으로 수사 과정의 은폐나 부실을 막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서 법사위원장도 "경찰 비리를 인지하면 징계하고 교체하면 될 일"이라고 일축했고, 박지원 의원과 이성윤 의원 등은 "국회와 정부의 확정된 원칙이며 다른 제도적 대안은 필요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보완수사 요구권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민 의원은 "고소인 이의신청이나 90일 내 보완수사 요구 등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했지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현재 보완수사 요구율이 10% 정도인데 지연되거나 통제 수단이 없는 실정"이라며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경찰이 제공하는 서면에 의존해 보완수사 요구를 하는 것으로 '제2의 장윤기' 사건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현직 부장검사는 "장윤기 사건은 단순 살인으로 기록을 송부했고, 이 경우 살인 목적을 다르게 추단하게 하는 반대증거는 기록에서 빠진다"면서 "이 경우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검사가 움직여야 그 이면의 것을 파악할 수 있는데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법리 판단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제2의 장윤기 사건'과 같은 사건 축소·은폐나 부실 수사가 반복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대안 법안을 마련해 당론으로 삼고,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추진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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