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전두환도 추진했는데…"진보가 하면 실험인가" 사관학교 개혁위원장의 반박[사관학교 통합 논쟁 격화]
2026.07.10 04:31
사관학교 시설 열악, 교수진 확보 어려워
하나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 실현해야
이승만, 전두환 정부도 통합 필요성 제기
육사 정체성보다 국군 정체성 갖춰야
편집자주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이 이재명 정부의 국방 개혁 과제 중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국방부는 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고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들을 통합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군사관학교 1·2학년은 공통 교육을 받고, 3·4학년엔 군을 선택해 군별 특화 전공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갈수록 떨어지는 사관학교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전장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군 원로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졸속 통합 추진이라는 것이다. 8일 국회 본관 앞에서는 각 군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42개 시민단체, 예비역 장성 등 2,000여 명이 모여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한기호·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 야권 주요 정치인들도 "안보 역량을 저해한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통합사관학교의 필요성과 문제점을 듣기 위해 찬반 입장을 들었다.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에서 사관학교 개혁위원장을 맡아 통합안을 설계한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를 7일 인터뷰했고, 통합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은 8일 만났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사관학교 시스템으로는 미래 대한민국을 책임질 장교 양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진단했다. 낙후된 시설, 교수 충원·교과목 개설의 어려움 등 문제가 켜켜이 쌓이고 있는데 지금처럼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분리돼 운영되는 체계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을 이유로 통합에 반대하는 예비역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현장의 절박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방부 장관 직속 자문기구인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에서 사관학교 개혁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민관군 자문위는 활동을 마친 후 육군과 해군, 공군 사관학교뿐만 아니라 육군3사관학교, 의무사관학교 등을 전부 통합한 '국군사관대학교'를 창설할 것을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1·2학년 때는 국군사관대에서 기초교육을 받고, 3·4학년 때 각 군의 사관학교에서 심화교육과 군사훈련을 받는 2+2 시스템이다. 이에 국방부도 민관군 위원회의 안을 기초로 '기본계획'을 준비 중이다. 인터뷰는 7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진행됐다.
사관학교 통합해야 우수 교원 확보, 시설투자 가능
-현재 사관학교 교육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위원회 활동하면서 실태를 점검해보니 교육의 질적 저하가 심각했다. 2024년 한국국방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니 사관생도들의 교육 만족도가 20~30%밖에 되지 않았다. 시설도 일반 대학보다 훨씬 열악하고 교과목 수도 부족하고 대부분 암기식이었다. 만족도가 떨어지다 보니 학생들도 지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입결 성적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상황이 열악해 외부에서 좋은 교수진을 데려오는 것도 힘들다."
-사관학교를 통합해야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지금 사관학교의 규모가 너무 작다. 육사 모집인원은 330명, 공사는 230명, 해사가 17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 학생 수로는 필요한 교과목을 만들 수 없다. 교양과목 같은 경우는 전공교수들이 돌려막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관학교들을 통합해야 한다. 학생도, 교수도, 예산도 합쳐서 시설에도 투자하고 우수한 교원도 확보해야 한다."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각 군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도 사관학교 1·2학년 때는 교양수업 중심이기 때문에 전문성 교육이 없다. 3·4학년 때는 각 군의 특성화된 과목이 있지만 일부 과목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1·2학년 때는 교과목도 비슷하고 교육 목표도 다르지 않다. 또 양성교육과 보수교육이 나눠져 있듯 전문성 교육은 임관 후 병과를 부여받고 초군반, 고군반 교육을 받는다. 전략연구는 각 군 대학에서 받는 것이다. 1·2학년 교육을 통합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요즘처럼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는 기초교육이 중요하다. 미국 해사도 졸업생 65% 이상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공이다.
이승만, 전두환 정부에서도 통합 필요성 제기
-육사 징벌을 위한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승만 정부 당시 마크 클라크 당시 미8군 사령관도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게 낫다고 권고했다.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백선엽 장군도 동의했으나 해군과 공군이 강력히 반대했다. 전두환 정부에서도 사관학교 지원율이 떨어지자 당시 국방관리연구소에서 보고서를 냈는데 사관학교 통합 방안이 제시됐다. 보수정부들도 해왔던 일이다. 보수정부가 하면 국방개혁이고 진보정부가 하면 안보 실험인가."
-육사 부지를 사용하지 않고 지방으로 이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데.
"위원회에서는 서울 육사 부지를 사용하자는 안을 냈다. 입시의 관점에서 '인서울(서울 소재)' 대학이란 메리트는 중요하다. 부지를 대전 자운대로 옮기면 입결 점수가 20점 정도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면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받아야 한다. 어느 민간대학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각 군의 정체성보다 합동성이 더 중요하다고 보나.
"육군, 해군, 공군의 정체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군 장교라는 정체성이 더 중요하다. 현대전 양식도 육·해·공군이 나눠지는 것이 아니다. 각 군이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작전을 늘 강조하면서 사관학교에서는 각 군의 정체성만 강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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