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 전
로즈우드를 구하려 했더니... 규제가 불법벌채를 키웠다
2026.07.10 12:26
국제사회는 야생 동식물의 남획을 방지하고 국제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을 체결하였다. CITES는 멸종위기 동식물의 국제거래를 관리하는 국제협약으로 2022년 기준 184개 국가와 지역이 가입해 있다. 목재를 수출하려면 해당 목재가 합법적으로 생산되었고, 벌채가 종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다.
로즈우드 불법벌채 및 목재 무역을 막기 위해, 달버지아(Dalbergia) 속 전체가 2017년 1월에 CITES 부속서 II에 등재되었다. 브라질 로즈우드는 더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CITES 부속서 I에 등재되어 있다.
그러나 58종의 로즈우드가 CITES에 등록되어 있던 2016년에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가 실제로 로즈우드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거래에 기여했는가는 의문이다. 가나가 보고한 수출량과 중국이 보고한 수입량 간에 큰 차이가 나타났고, 이에 따라 상당량의 로즈우드 불법 거래가 제도 밖에서 행해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런데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를 금지하면 당연히 수요도 줄어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왜 현실은 종종 정반대로 움직이는 걸까? 거래가 어려워질수록 희소성이 더 커지고, 희귀한 목재를 원하는 사람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규제가 오히려 불법벌채로 형성된 암시장의 가격만 높이는 역설이 나타나는 것이다.
경제학자 장하준은 그의 저서에서 멸종 위기의 코뿔소 사냥을 인센티브로 제한하는 보호 정책을 설명하며 비슷한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코뿔소를 보호하기 위해 '사유지에서 코뿔소 사육 및 합법적 수렵 허가'를 허용하였더니 놀랍게도 개체수가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책이 나오기 이전까지는 코뿔소 사냥이 전면 금지되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불법 밀렵이 성행했고 코뿔소 개체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아무리 못하게 해도 사람들은 코뿔소 암거래가 큰돈이 되기 때문에 밀렵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사적 소유를 허용하고, 사냥 허가증을 통해 통제된 인센티브 체계를 만든 뒤에는 사육자들은 코뿔소를 보호하고 번식시키게 됐다. 불법밀렵보다 합법적 수렵권 판매로 더 많은 수익이 발생하게 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코뿔소 사육이 늘어나면서 코뿔소 개체 수가 증가하게 되었다. 시장 기능을 활용하여 경제적 유인책으로 생물다양성을 보전해 낸 보존경제학적 성공이었다.
로즈우드에 이러한 관점을 접목시키면 어떨까? 로즈우드의 재배를 늘리고 벌채 허가증을 발부하여 통제된 인센티브 체계를 만든다면? 합법벌채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벌채업자들은 암시장 대신 투명한 공급망을 선택하게 될까? 이러한 가정을 해 볼 수는 있지만, 코뿔소와 로즈우드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일단 코뿔소는 4~7세면 성체가 되기 때문에 합법적 번식을 통해 개체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다. 그러나 로즈우드는 못해도 30년은 키워야 성목에 이르게 되므로 그동안의 수요를 버틸 다른 단기적 방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로즈우드 가구를 찾는 중국의 수요는 코로나 시대에 잠시 주춤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높다. 로즈우드는 중국 역사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 목재로서 전통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마치 당나라 시대에 바닷길로 향료와 도자기를 거래했듯, 21세기에 아프리카 등지에서 로즈우드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싼 값을 치르고자 하는 수요가 건재한 이상 로즈우드의 공급도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멸종위기종을 살리기 위한 규제는 공급을 줄였지만, 동시에 목재의 희소가치를 높였다. 목재 가격이 오를수록 벌채꾼들은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간다.
더 많은 로즈우드가 불법으로 베어져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밀매업자의 배에 실린다. 나무를 지키려 만든 규제가 때로는 역설적으로 나무를 더 깊은 숲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 ▲ 세네갈의 목재집하장에 로즈우드가 쌓여 있는 모습 로즈우드 불법거래에 관한 일간지 Lifegate의 기사에서 재인용 https://www.lifegate.com/rosewood-traffic-africa |
| ⓒ Lifegate |
문제는 숲 밖에서 로즈우드의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과 공급망이다. 숲을 지키려면 숲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항구를 보고, 시장을 보고, 숲과 시장을 연결하는 공급망 전체를 보아야 한다. 도끼만 숲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 그 도끼를 움직이는 것은 나무에 금과 같은 가치를 부여하는 시장과 공급망이다. 나무를 블러드 팀버로 만들어내는 시장과 공급망이 바뀌지 않는 한 로즈우드는 계속 더 깊고 어두운 숲으로 숨어들 것이다.
참고한 자료와 책들
1. Zhu (2018) The Rosewood Paradox: from the Malagasy forest to the modern Chinese home - 왜 로즈우드의 역설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는지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중국의 수요를 연결해 설명
2. Zhu (2022) Rosewood: Endangered Species Conservation and the Rise of Global China - 2018년 학위논문의 내용을 더욱 발전시켜 책으로 정리한 결정판
3. Baidoo et al. (2023) Global China Effects and Domestic Politics of Rosewood in Africa - 아프리카 전체에서 중국 수요와 국내 정치의 상호작용을 비교 분석
4. Blundel (2007) Implementing CITES regulations for timber - CITES의 기능과 한계에 대해 설명하고 단기적 해결 방안으로 수출쿼터제, 목재 인증, 공급망 추적을 제시
5. Dumenu and Bandoh (2016) Exploitation of African rosewood (Pterocarpus erinaceus) in Ghana - 가나와 중국의 수출입량 통계를 이용하여 로즈우드 불법벌채를 연구.
6. 장하준 (2010)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23가지 중 첫 번째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에서 모든 시장은 규칙과 경계에 따라 정치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설명하면서, 정부 개입이 반드시 비효율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반례로 코뿔소 보호 사례를 제시
덧붙이는 글 | '관리의 연속성(Chain of Custody)'은 숲에서 소비자까지 목재의 이동 경로와 관리 기록을 추적하는 체계를 말합니다. 이 연재는 그 경로를 따라 세계의 숲과 목재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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