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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간암신약 美 FDA 3번째 퇴짜 망신… “만반의 준비” 공언 무색(종합)

2026.07.10 12:33

항서제약 제조 시설 또 지적…파트너 관리 책임론
실사 대응·상업화 전문가 영입에도 허가 재차 불발
진양곤 HLB그룹 회장. /그래픽=이호빈 기자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HLB의 간암 신약 미국 허가 도전이 세 차례 보완요구서한(CRL)에 또 다시 가로막혔다.

CRL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현 상태로는 의약품을 승인할 수 없다고 판단해 보완을 요구하는 공문이다

10일 HLB에 따르면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9일(현지시간) FDA로부터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신청(NDA)에 대한 CRL을 받았다. 2024년과 2025년에 이은 세 번째 CRL 수령이다.

이번에도 발목을 잡은 것은 중국 항서제약의 제조시설이다. FDA는 리보세라닙 NDA에 등재된 항서제약 제조시설을 대상으로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실사를 진행한 결과 지적사항을 확인하고 ‘Form 483’을 발부했다.

Form 483은 FDA 조사관이 실사 과정에서 확인한 규정 위반 가능성과 개선 필요 사항을 제조사에 통보하는 문서다.

앞선 두 차례 CRL 역시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제조시설에서 확인된 화학·제조·품질관리(CMC) 문제가 원인이었다. 두 차례 지적을 받고도 세 번째 허가 관문을 넘지 못한 셈이다.

더 뼈아픈 대목은 HLB가 이번 실사와 Form 483 발부 사실조차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HLB 측은 이번 실사가 신약 허가 심사를 위한 사전승인실사(PAI)가 아니라 항서제약 제조시설에 대한 일반 cGMP 실사로 진행돼 실사 일정과 Form 483 발부 사실을 공유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신약 허가 성패를 좌우할 파트너사 공장에서 지난 4월 지적사항이 나왔음에도 정작 허가 신청 당사자가 석 달 가까이 이를 알지 못했다는 의미다. 파트너사 관리와 정보 공유 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HLB 관계자는 “항서제약은 리보세라닙이 아직 상업화된 약물이 아닌 만큼 해당 실사가 리보세라닙 허가 심사와 직접 연관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해당 제조시설이 리보세라닙 NDA에 등재돼 있어 FDA 허가 심사에 영향을 미친 만큼, Form 483 내용과 항서제약의 답변 자료를 확인해 사안의 경중을 면밀히 따져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CRL 판정으로 HLB가 허가를 겨냥해 단행한 인사도 빛이 바랬다. 지난 1년간 CMC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초대 대표 출신인 김태한 회장을 바이오 총괄로 영입했다. 김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축적한 FDA 실사 대응 경험과 노하우를 항서제약, 엘레바와 공유하며 재실사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한 회장은 지난 4월 주주간담회에서 “항서제약은 세 번째 실사만큼은 완벽하게 통과하기 위해 미국 전문가를 대거 초청해 대대적인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며 “삼성에서 쌓은 10여 년간의 실사 대응 노하우를 철저하게 공유하고 검토했다”고 자신한 바 있다.

허가 이후를 내다본 포석도 갈 곳을 잃었다. HLB는 최근 양은영 전 차바이오그룹 최고사업책임자(CBO)를 바이오사업개발부문장 사장으로 선임했다. 로슈코리아와 일라이릴리코리아를 거쳐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글로벌 세일즈를 총괄한 양 사장에게 기술수출과 글로벌 파트너십, 상업화 전략을 맡겨 시장 진입까지 대비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정작 제품 허가가 다시 미뤄지면서 실사 대응부터 상업화까지 전문가를 잇달아 영입하고도 허가 문턱에서 멈춰 선 모양새가 됐다.

지난 5월 열린 '2026 HLB 포럼'에서 진양곤 HLB그룹 의장은 "신약 허가를 받으면 항암제 개발에 착수한 지 20년 만에 첫 성공을 이루게 되는 것"이라며 "40세에 시작한 항암제 개발이 60세가 돼야 첫 성공에 이르는 것"이라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세 번째 CRL을 받으면서 진 의장이 기대했던 '20년 결실'도 다시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지난 5월 12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6 HLB 포럼’에서 진양곤 HLB그룹 의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HLB


FDA는 해당 제조시설의 지적사항이 해소되고 cGMP 기준 준수가 확인될 때까지 리보세라닙 NDA를 승인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cGMP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필요하면 PAI를 추가로 실시할 수 있으며, 일반 cGMP 실사와 PAI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아야 허가가 가능하다는 조건도 달았다.

시장 신뢰에도 금이 갔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23.8개월을 기록했다. FDA도 이번 CRL에서 임상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에 대한 문제나 추가 임상시험 요구를 제기하지 않았다.

신약 후보물질 자체가 아닌 제조시설 문제가 세 차례 연속 허가를 가로막은 만큼 파트너사 선정과 품질 관리, 정보 공유 체계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19년째 이어진 개발 과정에 기대를 걸어온 주주 입장에서는 또 한 번 허가 지연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항서제약의 처지도 궁색해졌다. 중국에서 판매 중인 의약품의 미국 진출이 세 차례 모두 자사 제조시설 문제로 무산됐다는 기록은 글로벌 제약사 도약을 노리는 항서제약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남게 됐다.

김동건 엘레바 대표는 “주요 보완 요구가 제조시설의 cGMP 실사와 관련된 사항인 만큼 FDA와 긴밀히 협의해 필요한 절차를 확인하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재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HLB 관계자는 “현재 허가 단계에서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임상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 만한 경쟁 약물이 부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Form 483 세부 내용과 항서제약의 보완 계획을 확인하는 대로 재신청 일정과 대응 전략을 시장에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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