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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으로 임금 받아라? 민주당 근로기준법 개정안 “개악” 논란

2026.07.10 06:00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성과급 등 노동자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과 같은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은 ‘근로자의 동의’를 전제로 했지만,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을 훼손하고 노동자의 임금처분권을 제한하는 퇴행적인 법안이란 비판이 나온다. 노동계는 민주당이 개정 이유로 내세운 ‘지역경제 활성화’를 노동자의 임금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9일 취재를 종합하면, 박민규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은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 임금 일부를 공제하거나 “지역사랑상품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화 이외의 수단”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통화로 직접 전액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일부 공제나 통화 이외의 지급을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근로계약서 등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를 새로운 예외 사유로 추가했다. 근로자의 동의 방법과 절차, 통화 이외의 수단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임금의 범위·한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내용.


박 의원 등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 11명은 제안 이유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들었다. 최근 반도체 업계 호황으로 대기업의 성과급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지역 내 소비로 연결하는 선순환 효과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상당액이 해외로 송금돼 지역 내 소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법안 발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근로자의 동의’만으로 통화 지급 원칙의 예외를 허용할 경우 노동 현장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의 법정통화 지급 원칙은 사용자가 상품권이나 물품, 포인트 등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현행법이 예외 사유를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로 제한한 것은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대등한 위치에서 합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청년·이주노동자와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자에게 상품권 수령이나 임금 공제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 간 교섭력이 불균형한 상황에서 노동자가 채용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등 실질적인 선택권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SBS 등 주요 방송사가 비정규직 촬영감독과 작가 등 스태프에게 밀린 임금을 현금 대신 상품권으로 지급해 이른바 ‘방송계 갑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조업 공장이 밀집한 충북 음성의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사업주 앞에서 ‘동의’는 곧 ‘강요’”라며 “노동자 동의 조건을 달았지만 이는 현장의 권력관계를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품권으로는 월세도, 공과금도, 대출 이자도 낼 수 없다”며 “당장 통장에 현금이 꽂혀야 살 수 있는 노동자들은 결국 수수료를 떼이고 불법 ‘깡(암거래)’으로 현금화를 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도 즉각 반발하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근로자의 ‘동의’라는 허울 뒤에서 실질임금을 삭감하고 대통령에게 지급 수단을 백지 위임하는 개악 시도”라며 “그 부담은 협상력 없는 중소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될 것이 뻔하며, 외국인 노동자 송금을 겨냥한 발의 배경은 명백한 국적 차별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 해결할 과제이지, 노동자의 임금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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