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에서 왔다고요?"
2026.07.10 00:03
아마도 그들은 내가 세상의 중심과는 조금 동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쩌면 조금은 별난 선택을 한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한국이 좋았고, 한국 사람들에 대한 깊은 존중과 존경심을 품고 있었다. 다만 당시 호주에는 한국에 대한 그런 애정을 함께 나눌 사람이 많지 않았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히려 가끔은 내가 역으로 문화 충격을 받을 정도다. 호주 사람들은 원래 낯선 사람에게도 쉽게 말을 건넨다. 카페에서도, 식당에서도, 처음 만난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한국에서 왔다고요?”
그 순간부터 대화의 주제는 한국이 된다.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는 사람, 얼마 전 여행을 다녀왔다며 사진을 보여주는 사람, 다음 휴가를 서울로 정했다는 사람까지 만난다. 한국은 지금 호주에서 가장 ‘쿨한’ 나라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은 호주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물론 K팝의 영향이 컸다. 스트레이 키즈의 방찬과 필릭스, 엔하이픈의 제이크, 뉴진스의 하니와 다니엘, 엔믹스의 릴리,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태어났지만 멜버른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호주 사람들이 슬그머니 ‘우리 사람’이라고 우기는 블랙핑크의 로제까지. 호주 출신 K팝 스타들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호주 사람들에게 한국은 한층 더 친숙한 나라가 됐다. K팝뿐만이 아니다. K드라마, K영화, K푸드까지 이름 앞에 ‘K’만 붙어도 다들 관심을 보인다.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 같은 한국 작품은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신선하고 독창적인 매력으로 호주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지금 호주에서 가장 뜨거운 것은 단연 한국 음식이다. 멜버른의 한식당 ‘채(Chae)’는 예약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7월과 8월에는 일반 영업 대신 김치 만들기 수업을 여는데, 이마저도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나는 지금도 일 때문에 1년에 몇 차례씩 호주를 찾는다. 그때마다 새삼 느낀다. 20년 전에는 ‘서울이 한국의 수도’라는 말부터 해야 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먼저 나에게 한국 이야기를 꺼낸다. 예전에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뿐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이제는 모두가 한국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는 사실이 나는 꽤 자랑스럽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더 이상 사람들이 나를 조금 특이한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도 꽤 반갑고 마음을 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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