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끊겠다” 트럼프 엄포에도…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스페인
2026.07.10 06: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또다시 스페인을 향해 “무역을 끊겠다”며 압박에 나섰지만, 스페인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을 “형편없는 동맹”이라고 비난했지만, 스페인은 대이란 군사작전 협조와 나토 국방비 증액 요구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스페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실질적인 보복 조치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이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올리라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스페인을 “형편없는 동맹”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즉시 중단하라고 재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산체스 총리는 정상회의 뒤 “스페인은 신뢰할 수 있는 나토 동맹”이라고 말했고, 미국과의 무역 관계도 “매우 견고하다”고 했다. 스페인 정부는 국방비를 이미 크게 늘렸으며 GDP의 2.1% 수준이면 나토가 요구하는 군사 능력을 충족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5% 목표는 사회복지 재정에 부담을 주는 비현실적 요구라는 것이다.
스페인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의 핵심 요구에 가장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동맹국 중 하나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지난 3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스페인은 남부 로타와 모론의 공동 사용 기지를 미군이 공격 작전에 쓸 수 없도록 했다. 이후 미국의 대이란 작전에 관련된 항공기의 스페인 영공 이용도 제한했다. 스페인 정부는 자국 영토와 영공이 이란 공격에 사용되는 것은 양국 협정과 국제법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도 스페인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로타와 모론 기지 사용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원하면 그 기지를 쓸 수 있다”며 “그냥 날아가서 사용할 수도 있다. 누구도 우리에게 쓰지 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과의 무역 중단 가능성도 함께 거론했다. 그러나 스페인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산체스 정부는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위험한 조치로 보고, 스페인이 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와 달리 스페인에 대한 실제 보복 조치는 제한적이다. 미국이 스페인산 제품에 대한 전면 금수 조치를 발효하지도 않았고, 스페인산 와인과 올리브유 등 일부 품목이 제재 후보로 거론됐지만 집행된 별도 고율 관세나 수입 금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스페인 상품 제재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양국 무역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스페인 투자가 중단됐다는 신호도 뚜렷하지 않다. 미군이 스페인 내 기지를 철수하거나 양국 군사협정을 재조정하겠다고 발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토 정상회의 막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이 누그러졌다. 스페인 측이 국방비 지출 증가와 나토 기여를 설명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스페인은 매우 관대했다”며 “많은 단합이 있었다”고도 했다. 스페인은 5% 국방비 목표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압박 뒤 다시 수위를 낮춘 것이다.
스페인이 이처럼 버틸 수 있는 배경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라는 구조적 방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문제는 개별 회원국이 아니라 EU 차원에서 다뤄지는 만큼, 미국이 스페인만 따로 제재할 경우 EU 전체와의 무역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여기에 스페인 내 로타 해군기지와 모론 공군기지의 전략적 가치, 산체스 총리의 국내 정치적 지지 기반도 미국의 압박을 흡수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협상 구조와 국내 정치 여건에 따라 트럼프식 압박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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