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돈내야 사망진단서 준다"…인천 병원서 의료법 위반 논란
2026.07.10 05:01
진단서 없으면 이송·입관·화장 모두 불가
유족 "채무자 취급"…병원 "거부 아닌 고지"
변호사 "진료비 미납은 거부 사유 아냐"
인천의 한 병원이 사망진단서를 발급해달라고 요청한 환자 유족에게 병원비 정산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사망진단서 발급을 거부할 경우 벌금형에 처할 수 있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5시 10분쯤 인천 A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70대 여성 환자가 숨졌다. 1시간여 뒤 환자의 아들인 B씨는 장례를 치르기 위해 원무과를 찾아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B씨는 A병원 원무과 직원을 통해 "병원비를 정산해야만 사망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다"며 "400만원 정도 나올 거 같으니 일단 300만원만 계산하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망 신고부터 운구, 화장 등 장례 절차를 치르기 위해선 사망진단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유족은 진단서를 받기도 전에 병원 관계자에게 정산 요구부터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당시 B씨 어머니는 안치실로도 옮겨지지 못한 상태였다.
B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온기도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그런 말을 들었다"며 "만약 비용을 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인데 고인을 보내야 하는 순간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망진단서 요구를 거부하는 건 의료법 위반 행위에 속할 수 있다. 현행 의료법 제17조 제3항에 따르면 의사와 의료진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는 사망진단서의 교부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90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이동찬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의료법 제17조에서 명시하는 '정당한 사유'란 환자의 비밀 보호 등 특별한 사정을 대비한 조항"이라며 "진료비를 내지 않았다는 것은 발급 거부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병원 측이 제시한 병원비도 산정이 잘못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한 70대 여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급여 적용을 거치면 실제 부담액은 크게 줄어야 한다.
하지만 A병원은 이를 반영하지 않은 금액을 기준으로 선납을 요구했다. 실제로 B씨가 이튿날 사망진단서 발급을 위해 정산한 병원비는 약 80만 원으로, 병원이 당초 요구한 금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A병원 측은 사전에 진료비를 고지한 것일 뿐, 사망진단서 발급을 거부할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A병원 관계자는 "환자에게 진료비를 고지한 것이며, 사망진단서 발급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며 "B씨가 가족과 상의 후 수납하겠다고 말한 뒤 원무과를 다시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급해 주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병원비를 실제보다 높게 산정한 것에 대해선 "사망 시각이 정규 근무 시간 이후라 심사가 어려워 심사 전 금액을 예치 형식으로 안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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