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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SG 공시 의무화…기업에 부담 떠안겨선 안 된다

2026.07.10 00:20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 둘째)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어제 금융투자업계의 최대 화제는 흥국자산운용이 SK하이닉스 이사회에 보낸 공식 주주서한이었다. 흥국자산운용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부가 주도해 지난달 하순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의 의사결정 과정을 비판했다. 정식 이사회 의결을 거치기 전에 대외적으로 투자가 발표된 것은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미등기 임원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의 최대주주, 즉 SK㈜의 최대주주일 뿐이다. 역시 대규모 투자 방침을 밝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이고 ‘그룹 회장’이지만 이사회 구성원은 아니다. 한국 대표 기업이 이런 상황이니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아직 개선할 부분이 많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이미 글로벌 흐름이다. 탄소 배출 정보 같은 ESG 공시는 이제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판단 기준이 됐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엊그제 당정협의회를 열고 ‘ESG 공시 제도화 최종 방안’을 발표한 것도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함일 것이다. 2028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는 온실가스 배출량 같은 ESG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과잉·과속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2월 공개한 초안보다 공시 의무 대상이 확대됐고, 자율공시인 거래소 공시가 아니라 사업보고서에 공개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법정공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협력업체 데이터 검증 등 공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기초 인프라부터 부족하다. 유럽연합(EU)이 의무공시 항목을 줄이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고, 미국은 공시제도 도입을 잠정 중단했다. ESG 공시가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경제 6단체의 하소연처럼 기업의 수용성과 이행 역량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 부담을 떠안고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노조 편향 정책에 시달리는 기업들에 또 다른 부담을 추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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