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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조명 끄고, 장갑 끼고, 흉기로... ‘여고생 살해’ 장윤기는 치밀했다

2026.07.09 14:20

검찰 공소장에 담긴 살인 범행 보니
전남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가 지난 5월 14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전남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23)의 범행은 집요하고 잔인했다. 장은 피해 여고생을 대형 화물트럭 옆으로 끌고 와 살해했다. 앞서 장이 살해하려 했던 베트남 여성은 2024년 10월부터 장의 일방적인 집착에 시달렸다.

이러한 장의 범죄 행각은 9일 본지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드러나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장은 지난 5월 4일 오후 11시 58분쯤 전남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사거리에서 자신의 SUV 차량을 몰던 중 피해 여고생을 발견했다. 납치해 성폭행하려고 마음먹고 미행을 시작했다.

장이 피해 여고생을 발견한 장소와 살해 현장까지 거리는 약 1.2㎞. 장은 피해 여고생이 범행 장소까지 걸어가는 동안 네 차례 차를 멈추거나 차에서 내려 피해자가 다가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장은 수차례에 걸쳐 유턴하면서 피해 여고생이 걸어가는 속도에 맞춰 차를 몰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8분쯤 장은 대형 화물트럭 뒤에 차량을 멈췄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도 껐다.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목격자의 시선을 차단하려 한 것이다. 그는 흉기를 챙기고 헬스용 장갑을 낀 채 피해 여고생을 기다렸다.

장은 2분 뒤 인도를 걸어가는 피해 여고생의 뒤편으로 다가가 목을 조르며 자신의 차량으로 끌고 갔다. 검찰은 “피해자가 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야가 트인 차도 쪽으로 이동하며 ‘살려주세요’라고 계속 소리치자, 범행이 발각되기 전에 (장이) 피해자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지난 5월 5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범행에 사용한 SUV 차량. /뉴스1

이어 “주저앉은 피해자가 차도 쪽으로 도망치려 몸을 내밀자 시야가 가려진 대형 화물트럭 옆으로 피해자를 끌고가 살해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장의 집요함은 그가 20대 베트남 여성 A씨를 성폭행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A씨는 2024년쯤 전남광주 광산구의 한 식당에서 일하면서 장을 알게 됐다.

A씨에 대한 장의 집착은 2024년 10월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A씨가 자신과 연락을 피하자 퇴근 시간에 맞춰 A씨를 미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돈을 계좌 이체하면서 일방적인 구애를 했다고 한다.

장의 집착은 멈추지 않았다. 장은 지난 5월 3일 오전 0시 26분쯤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A씨 집 앞에 머물며 A씨가 하는 말을 엿들었다고 한다. 장은 A씨가 통화하는 목소리를 듣고 화를 내며 인기척을 냈다.

A씨는 장이 화내는 소리를 택배가 온 것으로 착각하고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 틈을 타 장이 A씨 집에 침입했다. 장은 A씨가 자신을 쫓아내려 하자 A씨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성폭행했다.

장은 이날 오전 2시쯤부터 오후 2시 50분까지 원룸에서 A씨를 감시하고 감금했다. 오후 3시쯤에는 A씨와 함께 식당으로 출근까지 했다.

전남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식당 주인은 A씨가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장을 퇴근시켰다. A씨와 장을 분리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은 퇴근한 뒤 자기 집으로 가지 않고 다시 A씨 원룸을 찾았지만, A씨를 만나지 못했다. 검찰은 “장이 이때 A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장은 이날 오후 6시쯤 자신의 원룸에 들러 헤어드라이어, 샴푸, 면도기, 코털 가위, 물티슈, 옷 한 벌 등이 든 가방을 챙겨 나왔다. A씨는 이날 오후 8시 자신을 쫓아온 장을 보고 경찰에 신고한 뒤 경북으로 이사했다.

장은 A씨가 자신을 피해 전남광주를 떠난 줄 몰랐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를 버린 뒤 A씨 원룸과 식당 등을 배회했다. A씨 원룸 현관문 앞에서 A씨를 기다리기도 했다.

장은 지난 4일 오전 1시쯤 비어 있는 원룸에 침입해 약 3시간 30분 동안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원룸은 A씨가 살던 원룸 건물 맞은편에 있다. A씨가 살던 원룸 건물 출입문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집요하게 A씨의 행적을 쫓은 것이다.

장은 강간 등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달 22일 첫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이날 장이 피해 여고생을 살해한 뒤 미용실에서 이발한 사실을 공개했다. 장은 수사 과정에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거리에서 흉기로 살해한 장윤기의 첫 재판이 있는 22일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장윤기 엄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 여고생 측 법률 대리인은 첫 재판에서 “장윤기는 겨우 16세 고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하고도 자필 의견서를 통해 자신의 강간 혐의를 부인하는 등 범행을 조금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장윤기는 자필로 자신의 수용 생활 중 기회가 있다면 중간중간 자격증 취득에 도전해보겠다는 내용을 직접 기재했다”며 “감옥에서 재판을 받는 순간조차도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유족의 절망이 얼마나 깊은지 부디 헤아려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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