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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라이더도 근로자” 첫 판결…배민·쿠팡이츠도 ‘긴장’

2026.07.09 15:40

배달라이더 노동자성 인정 첫 판례
노동계 “플랫폼 전반으로 확대할 것”
업계 “제도 기준 마련해 혼란 줄여야”


강남 일대에서 배달 라이더가 이동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배달 플랫폼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처음 인정한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배달 플랫폼 전반으로 근로자성 인정 요구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자유로운 근무 형태를 전제로 성장한 플랫폼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제도 설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9일 배달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38-1부는 최근 배달 플랫폼 업체 소속 라이더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배달 플랫폼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라이더가 앱에 접속해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앱을 통해서만 배달을 수행할 수 있는 업무 구조와 회사가 정한 보수 체계, 배차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 역시 근로기준법상 해고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배달 플랫폼 전반으로 근로자성 인정 요구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주요 플랫폼이 배달대행업체를 통한 간접 계약 구조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를 따져보면 유사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라이더 상당수가 출퇴근 시간과 업무 수행 방식, 배달 단가 등을 사실상 통제받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하청 구조를 활용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사용자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4월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건당 최저임금 도입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보장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곧바로 모든 배달 플랫폼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특정 배달대행업체를 상대로 한 판결인 데다, 법원 역시 근로자성 여부를 계약 형태가 아닌 개별 사건의 지휘·감독 정도와 종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제도 설계도 과제로 꼽힌다. 현재 상당수 라이더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며 배달 주문을 선택해 수행하고 있다.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어느 사업장이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근로시간과 최저임금은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개별 계약 관계에 대한 판단으로 봐야 한다”며 “플랫폼 노동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다양한 계약 형태와 근무 방식을 고려한 제도적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국내 판례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 형식보다 실질적인 사용 종속 관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근로자성 판단 기준이 확대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김남석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계약 형식이 아니라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노동을 제공했는지가 핵심”이라며 “배달 라이더는 플랫폼을 통해 업무를 배정받고 보수를 지급받는 구조인 만큼 독립적인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도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국제적으로도 노동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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