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전
“외국인노동자 돕는 ‘탁발 마라톤’으로 3만㎞는 달렸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26.07.09 23:07
“국군수도병원에서 두 달을 보내며 ‘이런 상태로 어떻게 살 수 있을까’라는 어두운 마음에 시달렸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때였는데, 병원이 아픈 병사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았죠. 군 법당에서 제 법문을 들었다던 한 병사는 사고로 두 다리가 절단된 상태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죠. 반성했습니다.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했어요. 그러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아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죠. 시력을 잃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얻었다고 할까요.”
국가유공자로 인정돼 1년 만에 제대한 스님은 불교계 최초의 상담 기관 ‘자비의 전화’를 만드는 등 사회 현장에서 자비를 베풀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구미 금오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활동한 스님은 2000년 스리랑카 노동자를 만나 외국인노동자의 폭력 피해와 임금 체불 사연을 접하면서 그들을 돕기 시작했다.
스님은 그즈음 달리기를 만났다. 간염 진단을 받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했는데, 마라톤 선수 출신 봉사자의 권유로 뛰기 시작했다. 1년 뒤 간염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마라톤에 철인 3종까지 섭렵했다. 그리고 2002년 지인이 출전한 마라톤 대회에 응원을 나갔다가 손에 접시를 들고 음식점을 홍보하며 달리는 한 참가자를 보고 “나도 달리면서 금오종합사회복지관을 알려야겠다”며 나섰다.
그날부터 달리기는 단순한 건강 관리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이 됐다. 각종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홍보 문구를 몸에 달고 달렸다. 그러면서 10km, 하프, 42.195km 풀코스로 거리를 늘렸다. 2003년에는 제주 국제아이언맨대회에서 철인 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풀코스)를 12시간27분47초로 완주해 ‘철인’이 됐다. 마라톤 풀코스 개인 최고 기록은 3시간6분45초.
스님은 2010년 당시 27세인 베트남 노동자 토안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탁발 마라톤’에 나섰다. 교통사고로 머리 3분의 1을 잘라낸 토안의 재건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듬해 ‘불교 108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다. 모금 방식은 1km당 100원을 직접 내놓고 후원자들에게도 100원씩 받는 매칭펀드 방식이다. 지금은 개인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모금하고 있다.
스님은 주로 한국에서 고통받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달린다. 2011년 한반도 횡단 308km를 시작으로 지난해 초 8대적멸보궁 756km 등 지금까지 달린 ‘탁발 거리’가 약 3만 km다. 모금액은 8억여 원. 이 돈으로 구미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외국인노동자쉼터, 가정폭력피해 외국인보호시설, 한 부모 가정 자립지원센터인 달팽이드림하우스를 지었고 다문화 청소년 장학사업도 했다. 2002년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받은 스님은 2007년 ㈔꿈을이루는사람들을 만들어 이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베트남 농촌 학교에 해우소(화장실) 108개를 지어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올해 말 90호가 완성된다. 요즘은 외국인노동자와 유학생의 아기 돌봄 쉼터를 구상하고 있다.
스님은 5년 전부터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다. 구미트레일러닝클럽을 만들어 매주 토요일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금오산을 달린다. 10월마다 트레일러닝 대회도 개최해 모금한다. 스님은 “건강해야 남도 도울 수 있다”며 주 3회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 운동도 한다.
파크골프도 시작했다. 5년 전 우연히 접한 파크골프에 매료돼 지도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파크골프를 조계종 승려 연수 교육 프로그램에도 도입했다. 세계 최초의 불교 승려 대상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이다. 파크골프로 모금도 한다. 홀인원을 하면 1만 원씩 기부하는 ‘거북이 클럽’을 만들어 매년 100여만 원, 자선 대회를 열어 200만∼500만 원을 모은다. 그는 “파크골프는 포교하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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