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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도박판 됐다" 부자들 돈 빼더니…'무서운 경고'

2026.07.09 17:57

확신이 사라진 증시, 실탄이 줄었다
거래대금·예탁금·신용잔액 '트리플 감소'

예탁금 한달 새 26조 급감
극심한 변동성 피로감

큰손 돈 빼고 관망, 빚투 꺾여
은행예금 12조 늘어
뜨겁게 달아오른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머니무브)이 최근 둔화하고 있다. 꾸준히 증가하던 고객 예탁금은 한 달 새 26조원가량 급감한 데 비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주일 새 12조원가량 증가했다. 신용융자 잔액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고점론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hatGPT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하루 평균 순매수액은 1조6475억원으로 지난달(2조5956억원) 대비 약 36.5% 급감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22일 9100을 돌파하며 고점을 찍고 7200선까지 주저앉자 매수세가 둔화하고 있다. 주식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예탁금은 전날 110조8744억원을 기록해 한 달 사이 26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달 고객예탁금이 9조9000억원 줄어드는 동안 개인 순매수액은 52조원을 나타냈다. 이달 들어선 예탁금 감소 규모가 9조3000억원으로 전달과 비슷했지만 개인 순매수액은 전달 대비 73% 급감한 13조9000억원에 그쳤다.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이 줄어들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신용융자 잔액도 지난 8일 37조199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4일 38조6328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단기 급등한 데다 반도체 고점론이 제기되면서 경계감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환 미래에셋증권 압구정WM팀장은 “유가증권시장 매도사이드카가 울린 8일에는 담당 고객의 매수 및 매도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은 안정적 투자처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전날 초단기 금리형 상품인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에 1803억원이 유입됐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최근 1주일 새 약 12조원 증가했다.고수익을 좇아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주춤하고 있다. 올 들어 매월 두 자릿수 급등세를 이어가던 코스피지수가 최근 주춤하자 투자자의 경계심이 커진 영향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장세도 투자자의 피로감을 키우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9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대형 증권 3사(삼성증권 한국투자 NH투자증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예탁자산 30억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의 총자산은 지난 7일 기준 158조7124조원이었다. 지난 5월 말 184조723억원에서 13.8%(25조3599억원) 감소했다. 최근 국내 증시 조정으로 평가금액이 감소한 가운데 일부 차익 실현이 동시에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산군별로 현금성 자산 비중이 7일 9.1%로 5월(8%)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자산군 가운데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비중은 5월 71.8%에서 7월 69.0%로 2.8%포인트 낮아졌지만 국내 채권과 해외 채권 비중은 각각 0.7%포인트, 0.4%포인트 높아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한 흐름을 나타냈다.

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지점에서도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우창 NH투자증권 압구정WM센터 프라이빗뱅커(PB)는 “고객의 여유 자금이 상당 부분 증시에 들어가 있는 데다 은행권에서 주식담보대출과 직장인 신용대출 문턱을 높여 신규 투자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며 “최근 극심한 변동성 장세로 ‘주식시장이 도박판이 됐다’며 자금을 일부 회수하는 자산가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동안 지속되면 발동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여섯 번 울렸다. 역대 열두 번 가운데 절반이 올해 발동됐는데, 네 차례가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집중됐다.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도 올해 열일곱 차례 발동돼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7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지수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이들은 지수 하락이 장기화하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김승환 미래에셋증권 압구정WM팀장은 “6월 초까지만 해도 신규 자금이 들어왔으나 최근에는 위축됐다”며 “반도체 사이클과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한 고객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여의도의 한 전업투자자는 “‘선수’들이 이번주 초부터 일부 수익을 실현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분위기”라며 “지난달 선제적으로 처분한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최근 자산가들은 국내 주식 이외 투자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팀장은 “시장이 흔들리고 있으니 일단 기술적 반등이 나올 때 의사결정을 하자는 분위기”라며 “일부 고객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돌리려는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눈을 옮기는 투자자도 있다. 김경배 하나증권 The H1 W부지점장은 “최근 금 투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6월 중순까지는 지수가 빠질 때마다 주식을 저가 매수하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6월 말부터 대체로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PB 사이에서는 이달 말 빅테크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사이클 흐름을 확인한 뒤 움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한 국내 대형증권사 PB는 “단기 변동성을 활용한 매매를 하면서 그동안 소외된 해외 주식 또는 나스닥지수 관련 상품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며 “국내 주식은 실적이 담보되는 소외주 중심으로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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