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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빚 때문에 죽는다는 소리 안 나오게"…채무 위기가구 먼저 찾는다

2026.07.09 15:28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빚 때문에 생계가 흔들리는 가구를 선제적으로 찾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채무조정 중단자와 불법사금융 피해자 정보를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넣기로 했다. 주민센터를 찾기 전, 금융기관 상담 단계에서 위기 신호를 포착해 복지 지원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9일 현수엽 제1차관 주재로 범부처 위기가구 발굴·지원 협의체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금융 위기가구 발굴 및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국무회의에서 빚 때문에 일가족이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관련 대책을 주문한 뒤 한달 만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런 원시적인 사회가 어디 있느냐”고 지적하며 “빚 때문에 죽는다는 소리가 안 나오게 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이어 정은경 복지부 장관에게 “빚 져서 죽겠다는 사람을 혹시 추가로 발굴할 방법이 없는지 연구해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 지적처럼 최근 불법사금융 피해나 과도한 채무가 생계 위기나 자살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랐으나 기존 복지망으로는 금융 위기에 놓인 이들을 미리 찾아내기 어려웠다. 기존에 복지부는 단전, 단수, 건보료 체납, 금융 연체 등 47종 정보를 분석해 고위험 가구를 추려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왔다.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중지자’, 서민금융진흥원의 ‘취약채무자’,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 피해자’ 정보가 추가된다. 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을 7월 중에 입법예고하고 올해 안에 시스템 기능 반영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채무조정 중지자는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에 따른 변제 계획을 이행하지 못해 조정 절차가 중단된 사람이다. 취약채무자는 서민금융상품 이용자 가운데 신용평점 하위 10%이면서 연소득 2500만원 이하인 경우다. 불법사금융 피해자는 미등록 대부업, 불법 채권추심 등으로 피해를 본 사람을 뜻한다.

현 차관은 “작년 기준 가구당 빚은 1억 원에 육박하며,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취약계층이 2금융권을 넘어서 불법사금융으로 유입되는 악순환이 통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라며 “위기 가구를 조기에 포착해서 복지 지원으로 연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1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 위기가구 발굴 및 지원 강화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법령 개정 전이라도 일부 조치를 먼저 시행하기로 했다. 8월부터 본인 동의를 받은 취약채무자와 불법사금융 피해자 정보를 지방정부가 받아 조사한다.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전화나 방문 상담을 하고, 필요하면 긴급복지나 기초생활보장, 법률ㆍ채무조정 지원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곧바로 주민센터 복지 상담으로 연결하는 통로도 생긴다. 현재는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복지 지원이 필요해 보이는 서민금융 이용자를 지자체에 의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서금원은 2만368건, 신복위는 1만6887건을 지자체에 넘겼다. 정부는 여기에 불법사금융 피해구제센터와 법률구조공단을 추가하기로 했다.

오는 10월부터는 금융감독원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임시로 활용해 불법사금융 피해자 중 복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지자체에 의뢰한다. 내년부터는 기관 간 시스템을 직접 연계한다. 피해자가 금융당국이나 법률구조기관을 찾았을 때, 단순 상담에 그치지 않고 생계 위기 여부까지 확인해 복지 지원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것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발굴망에 포함된다. 하반기부터 금융감독원은 제2금융권에서 채무 상담을 받는 사람에게 위기 징후가 있으면 ‘복지위기 알림 앱’을 안내하는 절차를 마련한다. 이 앱은 경제적 어려움, 고립·고독, 건강 문제 등을 본인이나 이웃이 신고하면 관할 지자체로 연결하는 창구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금융위기를 복지위기로 보고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를 넓히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실제 효과를 내려면 금융기관이 위험 신호를 적극적으로 넘기고, 지자체 담당자가 긴급복지·채무조정·법률지원까지 끊기지 않게 연결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빚 문제는 당사자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금융기관 접점에서 복지 지원으로 연결하는 시도는 필요하다”며 “다만 의뢰 이후 실제 지원까지 이어지는지, 지자체 현장 인력이 감당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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