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란봉투법 시행 전 원청 단체교섭 의무 없다"…CJ대한통운 승소
2026.07.09 14:57
9일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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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2020년 CJ대한통운 상대 단체교섭 요구
2021년 6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 관계자 등이 원청 cj대한통운 단체교섭 거부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CJ대한통운 택기사 약 1만8000명 중 1만7000명은 전국 각지에 있는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2020년 3월 CJ대한통운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CJ대한통운은 본사가 ‘집배점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택배노조는 이에 불복해 서울지방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냈으나 노동위는 CJ대한통운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볼 수 없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반면 중앙노동위는 택배노조 손을 들어줬다. 2021년 6월 중앙노동위는 “CJ대한통운이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CJ대한통운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CJ대한통운을 사용자로 봐야 하며, 따라서 택배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CJ대한통운이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 교섭요구사항 전부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이 도입한 사용자 개념과 같은 방향의 판단이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CJ대한통운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건인 만큼 구 노동조합법과 종전 판례를 적용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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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합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건에는 적용 안 돼”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일곱 번째)과 대법관들이 3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모해위증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뉴스1
노란봉투법은 경과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 전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대법원에서 과거 판례를 변경할 가능성이 법조계 안팎에선 제기됐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전원합의체는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려면 하청 근로자들과의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돼야 한다”는 1986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현대중공업에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고 봤다.
법 시행 전 사건에까지 노란봉투법의 법리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옛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해 종전 법리를 변경하여 개정 노동조합법의 규정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의 법리를 창설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 역시 노란봉투법 시행 전 빚어진 분쟁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지난 5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향후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적용되는 사건은 별론으로 하고,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종전 법리가 여전히 타당함을 확인한 바 있다”며 “이 판결은 위와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새롭게 이뤄지는 단체교섭 요구에는 노란봉투법이 적용된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를 상대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지난 3월 교섭 공고를 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낮 12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이미 노동조합법이 개정돼 모든 민간 택배사가 원청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 의미가 없다”면서도 “택배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는 거꾸로 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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