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생일날 안락사…청주 시베리아호랑이 '호순'이 하늘로
2026.07.09 12:15
스무 살 생일이 세상과 헤어지는 날이 됐다.
청주동물원은 9일 “청주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시베리아 암컷 호랑이 ‘호순’이가 지난 3일 밤 8시께 하늘로 갔다. 병으로 의식이 없는 호순이에게 안락사 약물을 주사했다. 안락사는 수의사에겐 가장 싫고 힘든 일이지만 고통만 남은 동물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호순이는 끝내 병으로 이승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청주동물원은 “지난 1일 뒷다리를 휘청거렸으며, 2일 배뇨·보행 장애를 확인하고 대전·부천의 수의사 등과 척추신경 감압술 등 치료를 준비했다, 하지만 마취된 호순이의 몸은 며칠 사이 욕창이 생기는 등 쇠약해져 수술에 성공해도 상처가 아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힘들어하던 긴 여름을 다 보내지 않고 간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호순이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호순이는 지난 2006년 7월3일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났다. 지난 1월24일 먼저 떠난 언니 ‘이호’보다 덩치도 컸고, 야성을 지닌 시베리아 호랑이의 풍모를 그대로 지녔다. 호순이는 수컷 ‘호붐’이와 함께 태어났다. ‘호붐’이는 2023년 4월 노화로 숨을 거뒀다. 이호에 이어 호순이도 떠나면서 청주동물원은 호랑이 없는 동물원이 됐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이호는 낳자마자 사람 손에 길러져 친화력이 있었지만 호순이는 어미 호랑이의 젖을 몇주 가량 먹고 자라 야성을 지니고 있었다. 호랑이가 모두 떠났지만 지금 추가로 호랑이를 동물원에 들이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동물원은 동물원 꼭대기에 자리 잡은 추모관에 평소 청주동물원을 거닐며 포효하던 ‘호순’이의 명패를 달고 추모하기로 했다. 이곳은 청주동물원에서 숨을 거둔 동물을 추모하는 공간인데, ‘이호’의 명패도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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